책은 도끼다-박웅현 인문학 강독회
박웅현 지음/북하우스·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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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도끼다-박웅현 인문학 강독회
박웅현 지음/북하우스·1만6000원
책은 도끼다-박웅현 인문학 강독회
박웅현 지음/북하우스·1만6000원
최근 몇년 사이 인문학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문학자나 문인이 아니더라도 책과 인문학을 자신의 삶과 직업에 연계시켜 이야기를 펼치는 책들이 나오고 있다. 이런 책들은 딱딱하게 느끼기 쉬운 인문학의 겉껍질을 무르게 만들어 대중들의 친근감을 이끌어낸다는 장점이 있다.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속으로 들어왔다’, ‘사람을 향합니다’, ‘진심이 짓는다’ 등 사람들 내면에 있는 따뜻한 감성을 자극하는 광고들을 만들어왔던 광고인 박웅현씨가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2009년 <인문학으로 광고하라>를 펴냈던 박씨는 최근 자신의 창의력과 감성을 깨워준 책들을 소개하는 책 <책은 도끼다>를 펴냈다. 10월 초에 출간된 뒤 두 달 동안 2만부 넘게 팔려 인문서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책이 인기를 끈 비결로는 먼저 ‘광고인이 책에 대해 말한다’는 신선함을 들 수 있다. 지은이 스스로도 책의 첫머리에서 “광고하는 사람이 ‘창의력’이 아닌 ‘인문학’ 강의, 그것도 ‘책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실 겁니다”라고 밝히고 있듯,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광고인이 책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사실 자체가 일차적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요소가 된다. 항상 창의성과 번뜩이는 감각을 필요로 하는 광고인이, 언뜻 보기에 그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인문학과 책으로부터 도대체 무엇을 얻어냈을까? 뛰어난 광고인의 능력과 감각을 훔쳐내고 싶은 사람들에겐 더없이 흥미로운 책인 셈이다.
그러나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이런 기대와 사뭇 다르다는 점이 재미있다. 기존에 나온 책에 대한 책들이 주로 많이, 다양하게 읽기를 강조하고 있는 반면 이 책은 단 몇 권을 읽더라도 ‘깊이 읽기’가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김훈과 알랭 드 보통, 고은, 김화영, 알베르 카뮈,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책들을 소개하며, 지은이는 무엇보다도 그 책들이 자신에게 어떤 울림을 줬는지 전달하려고 한다.
뭔가를 뽑아내겠다는 생각으로만 책을 읽는다면, 아무리 많이 읽어도 ‘시이불견 청이불문’(視而不見 聽而不聞), 곧 깊이 보고 듣지 못할 것이다. 지은이는 책 읽기의 종점을 ‘풍요로운 삶’이라고 제시하며, 어떤 책을 읽더라도 그 속에 담긴 울림을 느낄 수 있도록 깊게 보고 들으라고 제안한다. 이 책의 편집자 북하우스의 김수진씨는 “다른 책들이 지식과 교양을 쌓기 위한 책 읽기를 이야기한다면, <책은 도끼다>는 행복한 삶을 위한 책 읽기를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않았나 한다”고 말했다.
다른 무엇보다도 책을 도끼에 비유한 강렬한 제목의 효과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늘 독자들을 사로잡는 광고 카피를 내놨던 지은이는 직접 프란츠 카프카가 <변신> 속 ‘지은이의 말’에서 쓴 글귀로부터 제목을 뽑아냈다.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된다.” 제목의 느낌이 너무 세서 염려한 사람도 있었지만, 결국 이것만큼 책을 잘 드러내어주는 제목은 없을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한다. 책 표지 디자인도 도끼의 강렬한 느낌을 살렸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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