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의 노래-우리 곁에 온 고래, 그 찰나의 순간들을 기록하다
남종영 지음/궁리·2만5000원
우리는 고래에 대해 정말 아는 게 없다. 우리가 고래를 직접 만나는 순간은 동물원 돌고래쇼를 보거나 울산의 명물 고래고기를 먹게 될 때 정도인지도 모른다. 심지어 고래를 어류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 우리가 고래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이유의 절반은 고래가 너무나 신비한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생명체들이 바다로부터 육지로 진화해갈 때 고래는 포유류로서 다시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역주행을 택했다. 육지에 사는 우리가 고래를 직접 볼 수 있는 순간은 그들이 잠시 숨 쉬러 바다 위로 몸을 드러내는 1~2초의 찰나에 불과하다. 나머지 절반의 이유는 고래를 기름과 식량을 제공해주는 생활 재료나 쇼에 써먹는 볼거리로 대했을 뿐,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동료 생명체로 이들을 이해하려 들지 않았기 때문 아닐까.
<고래의 노래>는 국내에 드물었던 고래 교양서다. <한겨레> 환경 담당 기자인 지은이가 몇 년 동안 북극권, 아이슬란드, 미국 낸터컷, 제주도 등으로 고래를 보러 다니며 자료를 모아 연구한 결과물이다. 국내 고래 관련서는 고 박구병 교수가 쓴 <한반도 연해 포경사>와 고래연구소가 펴낸 <한반도 연해 고래> 정도뿐인데, 그나마 절판되거나 비매품이라 구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책은 고래에 대한 흥미로운 정보들을 깨알같이 전해준다. 바다에 살지만 고래는 여전히 폐로 숨을 쉬며, 사람처럼 집단으로 생활하면서 서로 의사소통을 하는 등 문화를 이루고 전수한다. 고래는 크게 수염고래와 이빨고래로 나뉘는데, 지구에서 덩치가 가장 큰 긴수염고래과 대왕고래는 크기가 30미터나 되며, 이빨고래는 음파를 쏘아보내 시각적 이미지를 청각으로 파악한다. 한때 양초 만드는 재료로 쓰였던 향고래 기름은 우주시대인 지금에도 우주에서 얼지 않는 윤활유로 쓰인다.
책이 비중있게 다루는 부분은 인간과 고래의 관계, 특히 근대 포경의 역사다. 산업혁명 뒤 고래는 기름 때문에 집중 사냥당했고, 300년 만에 고래는 멸종 위기에 빠졌다. 석유가 나온 뒤 잠시 주춤했지만 1986년 국제포경위원회에서 상업 포경을 금지할 때까지 포경은 오히려 더 극심해지기도 했다. 이제 상업 포경은 줄어들었지만, 돌고래쇼 등 고래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산업이 활성화됐다. 이에 따라 세계적으로 돌고래 수족관 등 고래 관광에 대한 문제제기가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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