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 원곡동 ‘국경없는 마을’ 거리에 선 정병호 한양대 교수. 이곳은 반월·시화공단에서 일하는 다양한 이주노동자들이 어울려 살아가고 있는 대표적인 다문화 공간으로 꼽힌다. 정 교수는 이곳에서 이주민들, 활동가들과 소통하며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다문화 다룬 책 낸 정병호 교수
유럽, 차이존중 속 동화정책
한국, 탈분단·탈근대와 연계
식민지 경험 ‘한민족 다문화’
공존·공생 가치로 만들어야
유럽, 차이존중 속 동화정책
한국, 탈분단·탈근대와 연계
식민지 경험 ‘한민족 다문화’
공존·공생 가치로 만들어야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한국 사회에서 다문화의 의미는 ‘탈근대·탈분단’의 과제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고 정 교수는 지적한다. 특히 그는 ‘한민족 다문화’에 주목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체류 외국인 주민의 반수 이상과 귀화자 대다수는 근대 초기의 이른바 ‘코리아 디아스포라’의 주류 집단인 재중동포 등 한민족 출신의 재외동포 이주민이라는 것. 한국 사람들이 아류 제국주의적 입장에 서서 같은 식민지적 경험을 나눴던 동포 이주민들을 차별하고 배제하는 왜곡된 현실을 극복할 때, 국민국가의 틀을 넘어 더 폭넓은 범위의 ‘다민족 다문화’도 가능할 수 있으리란 인식이다. 정 교수는 “때문에 담론에 앞서 다문화 공간의 역사적 맥락과 현실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것이 필요하며, 바로 이 지점에서 제국주의를 벗어던지지 못하는 유럽 다문화주의와 다른 새로운 다문화주의가 나타날 수 있는 가능성을 본다”고 말했다. 곧 식민주의적 경험에 대한 천착으로부터 나온 다문화주의는 스스로를 문명의 중심이라는 인식을 깔고 있는 유럽 다문화주의와 달리 공존과 공생의 가치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다는 생각이다. 정 교수는 “이주민들은 ‘생존 전략가’”라고 말했다. 국민국가와 자본의 끊임없는 ‘경계 짓기’에 맞서 더 나은 삶을 궁리하고 선택하며, 그 가운데 타자와의 깊은 접촉을 가능하게 만드는 역동적 존재들이라는 것. 그는 “이들과 만나다 보면 국민국가에 대한 고정관념이 얼마나 현실에 뒤처져 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총서의 다음 책에서는 이렇게 국민국가의 경계를 넘나드는 한국 이주자 커뮤니티의 역동적인 모습을 담을 계획이라 한다. 글·사진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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