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원정대
생태지평연구소 지음·이명애 그림/한울림어린이·1만3000원
많은 사람들이 평상시엔 분단 현실과 통일에 대해 큰 관심이 없다가도, 연평도 포격 사건이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등의 ‘큰일’이 벌어지면 새삼스레 ‘그래, 우린 분단국가에서 살고 있지’ 깨닫곤 한다. 그렇지만 분단의 가장 직접적인 증거인 ‘가로막힌 땅’ 앞에 서 보면 남과 북이 서로를 겨누고 있는 현실이 곧장 피부에 와닿는다. 비무장지대(DMZ)라 불리는 이곳은 남과 북이 서로 대치하고 있기 때문에 인간의 손길을 많이 타지 않아, 역설적으로 자연 본연의 모습이 잘 보존되어 있는 ‘평화와 생명의 땅’으로도 불린다.
생태지평연구소가 만든
는 비무장지대의 서쪽 백령도로부터 동쪽 강원도 인제군까지, 자연과 문화를 답사한 기록을 담았다. 10여살 아이들과 이들을 인솔하는 어린이 신문 기자로 구성된 ‘원정대’가 아이들의 시점으로 비무장지대를 직접 돌아보며 관찰하는 형식을 취해, 딱딱한 정보 전달에 그치지 않고 흥미로운 이야기처럼 읽힌다.
비무장지대에서 무엇보다도 신비롭게 마주치는 것들은 자연 그 자체다. 백령도에서는 물범 바위에 올라 꿈쩍 않고 쉬고 있는 물범떼들을 만나고, 장항 습지의 버드나무 아래에서는 말똥게를, 강원도 화천 숲 속에서는 산양과 고라니를 만난다. 두타연 계곡을 거쳐 남과 북을 오르내리는 열목어를 만나, 사람은 자유롭게 남북을 오갈 수 없는 현실을 다시 생각하기도 한다. 도솔산과 대암산에 올라 우리나라에 하나뿐인 고층 습원인 용늪의 신비로운 모습을 만나고, 인간의 발자취 때문에 습지가 점차 땅으로 변해가는 안타까운 현실을 접하기도 한다. 비무장지대에는 우리나라 전체 멸종 위기 야생 동식물의 38%가량이 살고 있다고 한다.
김창환 교수의 DMZ 지리 이야기
김창환 지음/살림터·1만5000원
자연과 만나는 틈틈이 역사와 문화에 대한 설명도 집어넣었다. 비무장지대가 생겨나게 된 원인인 민족의 비극 한국전쟁, 최근까지도 남과 북이 충돌하는 계기가 된 북방한계선 문제, 북한과 남한이 경쟁적으로 지었던 금강산댐과 평화의 댐 때문에 나쁜 영향을 받았던 자연환경, 민간인 통제 구역에 사는 사람들의 불안한 삶 등. 비록 책을 통한 간접 탐사이지만, 비무장지대를 둘러싼 이 같은 현실은 분단 현실을 극복할 통일의 필요성뿐만 아니라 그 통일은 자연도 함께 평화로울 수 있는 통일이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지리학자인 김창환 강원대 교수가 쓴 는 주로 청소년·일반 독자들을 위한 본격적이고 상세한 비무장지대에 대한 보고서다. 10여년 동안 답사, 연구를 펼친 성과물을 책으로 엮었다. ‘백과사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비무장지대의 지리와 역사 등을 모두 꿰고 있다. 무엇보다도 ‘생태 보전’과 ‘개발’ 가운데 끼어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비무장지대와 접경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실질적인 삶에 주목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