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1956년 그날…팔레스타인 ‘핏빛 증언’ 그리다

등록 2012-01-20 16:05

이스라엘의 가자 민간인 학살
꼼꼼히 취재해 생생한 만화로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비망록
조 사코 지음·정수란 옮김/씨앗을뿌리는사람·2만5000원

취재하는 만화, 곧 ‘코믹 저널리즘’은 만화가 가진 특유의 표현력에 기대어 저널리즘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 사코는 이스라엘 점령지 팔레스타인을 취재해 그린 만화 <팔레스타인>으로 이 장르의 선구자로 꼽힌다.

조 사코는 최근 국내에 소개된 신작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비망록>에서도 저돌적인 종군기자처럼 취재한 팔레스타인의 비극적인 과거와 현재를 섬세하고 입체적인 만화로 표현해냈다.

책은 수에즈 전쟁이 벌어진 1956년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를 침공했을 때 벌어진 두 차례의 민간인 학살 사건을 다루고 있다.

폭 11㎞, 길이 45㎞의 길고 비좁은 모래땅인 가자 지구는 1948년 이스라엘에 의해 땅과 재산을 빼앗겨 난민으로 전락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발 붙이고 사는 곳. 점령국 이스라엘과 삶의 터전을 빼앗긴 팔레스타인의 서로에 대한 분노와 증오가 아직까지도 끝없는 보복과 죽음을 낳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2002~2003년에 걸쳐 이곳을 찾은 지은이는, 유엔의 보고서에 짧고 모호하게만 언급된 1956년 당시 칸 유니스와 라파에서의 민간인 학살 사건의 전모를 밝히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을 찾아다닌다.

취재한 내용을 눈에 보이는 그림으로 제시해줄 수 있는 만화의 표현력은 ‘비무장 민간인들을 담벼락에 한 줄로 늘어세워 총살했다’는 건조한 말의 힘을 뛰어넘어, 당시의 일을 입체적이고 극적으로 보여준다.

당시 일을 증언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 세세히 재현된 끔찍했던 학살 장소의 모습, 이스라엘 군인들에게 발각될까 숨을 죽인 채 들판에 버려진 가족들의 주검을 수습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모습 등 두 눈으로 직접 보는 듯 펼쳐진 그림들이 묻혀버린 역사에 다시 숨결을 불어넣는다.


지은이는 수많은 사람들과의 인터뷰와 자료조사에 근거해 당시의 사실을 생생하게 재현해내는 한편, 자신이 목도한 가자 지구의 현실을 함께 제시한다. 테러를 빌미로 멀쩡한 집을 철거당하고, 공습과 교전으로 죽는 사람이 끊이지 않는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스라엘이 쳐놓은 방벽 속에서 극심한 가난을 이고 산다. 시간이 흐를수록 과거보다 더 비참해져가는 가자 지구의 현실을 생생하게 전한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도판 씨앗을뿌리는사람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