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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수식은 필요없는 ‘하드보일드 원조’의 전집

등록 2012-01-20 16:15

붉은 수확
데인 가의 저주
몰타의 매
유리 열쇠
그림자 없는 남자

대실 해밋 지음, 김우열 외 옮김/황금가지·각 권 9000원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등장인물들, 잔혹한 폭력도 서슴지 않는 탐정 주인공, 한 인간의 삶을 무너뜨릴 정도의 치명적 매력을 지닌 팜 파탈, 범죄와 악으로 가득 차 있는 듯한 비정한 도시…. 몇 가지 특징들만 들어도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하드보일드’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하드보일드는 이제 문학, 영화 등에서 굳건한 경향으로 자리잡았다.

‘하드보일드의 원조’라고 평가받는 미국의 소설가 대실 해밋의 전집이 국내 처음으로 완역 출간됐다. 첫 장편소설인 <붉은 수확>을 비롯해 <데인 가의 저주> <몰타의 매> <유리 열쇠> <그림자 없는 남자> 등 다섯 편이다. 해밋은 1920~1930년대에 무미건조한 묘사와 극사실주의를 표방한 탐정 소설들을 써내, 셜록 홈스식 수수께끼 탐정 소설이 주류를 이루던 당시 출판 시장에 큰 바람을 일으켰다.

하드보일드라는 말은 원래 ‘달걀이 딱딱해질 정도로 찐다’는 표현에서 나왔다. 달걀은 물컹하고 흐물흐물하지만 완숙하면 딱딱해진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건조한 문체를 완숙 달걀에 비유했던 표현이다. 수식 없는 냉정한 묘사로 글을 썼던 헤밍웨이가 하드보일드의 대표적 작가로 꼽힌다. 해밋은 이 하드보일드를 완성해 레이먼드 챈들러 등의 후배 작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베를린 천사의 시>로 유명한 영화 감독 빔 벤더스는 해밋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해밋>을 제작하기도 했다.

해밋의 작품들은 대체로 폭력과 속임수, 범죄가 난무하는 비정한 세계와 그 속에서 벌어지는 유혈극 등을 감정을 배제한 극사실주의적 서술로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작가 자신이 핀커튼 탐정 사무소에서 일했던 경험도 있으며, 당시 직장 선배를 모델로 삼아 <붉은 수확> <데인 가의 저주>의 주인공 탐정을 창조했다.

이번에 나온 전집은 그동안 <몰타의 매>를 제외하면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그의 장편들을 모두 모은 점에서 의미가 있다. <유리 열쇠>와 <데인가의 저주>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것이고, <그림자 없는 남자>도 1950년대 중역본이 나온 뒤 처음이다. 그의 대표작 <몰타의 매>는 할리우드에서 세 번이나 영화화된 고전으로, 해밋이 창조한 탐정 샘 스페이드 역으로 험프리 보가트가 나온 존 휴스턴 감독의 1941년작이 특히 유명하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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