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책과 생각
<어쩌다 중학생 같은 걸 하고 있을까>
구로노 신이치 지음, 장은선 옮김/뜨인돌·1만원 패거리에 못끼면 ‘왕따’…
여중생의 일상을 통해 본
이 시대 청소년들의 고민 ‘나는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한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니홈피나 블로그에 상당히 오글거리는 멘트를 많이 적어 놓는다’, ‘주먹으로 벽을 치거나 가래침 뱉는 걸 자랑스럽게 여긴다’, ‘자살을 생각한다’…. 인터넷에서 떠돌아다니는 ‘중2병 자가 진단’의 주요 내용이다. 일본에서 처음 나온 ‘중2병’은 중학교 2학년 나이 또래의 사춘기 청소년들이 흔히 겪는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빗댄 말로, 우리나라에서 들어와서는 흔히 이유 없는 반항과 허세에 빠진 청소년들을 비꼬는 말로 쓰이고 있다. 그렇지만 나름대로 힘든 현실을 견뎌내고 있는 중학교 2학년 입장에선 ‘중2병’ 놀림이 억울할 수도 있다. 중학생들은 초등학교 땐 미처 알지 못했던 복잡하고 뜻대로 안 되는 현실을 처음으로 알게 된, 세상에서 가장 괴로운 종족이다. 반항과 허세 뒤편에 있는 그들 나름의 인생과 진실을 읽어줄 순 없는가? 일본의 청소년 문학 작가 구로노 신이치가 쓴 <어쩌다 중학생 같은 걸 하고 있을까>는 중학교 2학년이 된 청소년의 일상생활을 통해 이 시대 청소년의 고민을 경쾌하게 드러낸 책이다. 주인공은 일본의 청소년이지만 사회문화적 조건이 비슷하기 때문인지 우리나라 청소년의 이야기로도 읽힌다.
2학년이 된 여중생 스미레는 친구가 하나도 없는 외톨이다. 거칠기만 한 남자 아이들, 화장과 염색 등 자기 치장과 허영에 사로잡힌 여자아이들, 교실이 어떻든 별 관심 없는 교사들 속에서 평범하고 튀는 구석도 없으며 성실하다고 자처하기까지 하는 스미레는 어떤 ‘그룹’에도 끼지 못한다. 초등학교 때엔 눈치채지 못했던 부모님의 결점과 무관심도 눈에 거슬린다. 그러나 외톨이로 지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 스미레는 어느 ‘그룹’에든 끼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한다. “수학 선생이 휘두른 어른의 변덕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그룹을 짜고 자신을 지킬 수단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달았다.”
결국 교복 치마를 세번이나 접어 입고 그전엔 하지 않던 자기 치장을 시작하며, 스미레는 패션과 미모로 ‘잘나가는’ 패거리인 아오이 무리에 필사적으로 끼어들게 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어울리기 힘든 그들과 결국 갈라서게 되고, 그 뒤에 남은 건 온 학급의 ‘왕따’. 스미레와 다르게 자기 정체성이 뚜렷해 어느 그룹에도 끼지 않는 남학생 준은 그런 스미레를 묵묵하게 보듬어준다. 스미레의 유머 넘치는 자기 독백을 바탕으로 지은이는 중학교 2학년들의 삶을 마치 한 편의 코미디 영화처럼 펼쳐놓는다. 그 속에는 “내 성격으로는 도저히 진입할 수 없을 것 같은 중학생 사회를 만들어놓은 세상이 저주스러웠다”와 같이, 중학교 2학년 나름의 절실한 현실 인식이 짙게 배어 있다. 가혹한 시절을 견뎌낸 스미레는 이렇게 회고한다. “스스로의 힘으로는 도저히 어쩔 수 없는 것에 휘둘리는 것이 인생이다. 노력은 중요하지만, 노력해도 잘 안될 때는 지나치게 고민하면 안 된다. 좋아하는 간식이나 따뜻한 차라도 들면서 폭풍이 지나가기를 얌전히 기다리는 편이 낫다. 폭풍우는 금방 지나갈 테니까.” 각자의 중2병을 앓고 있는 우리 시대 청소년들에게 전해주는 지은이의 푸근한 조언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삽화 뜨인돌 제공
구로노 신이치 지음, 장은선 옮김/뜨인돌·1만원 패거리에 못끼면 ‘왕따’…
여중생의 일상을 통해 본
이 시대 청소년들의 고민 ‘나는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한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니홈피나 블로그에 상당히 오글거리는 멘트를 많이 적어 놓는다’, ‘주먹으로 벽을 치거나 가래침 뱉는 걸 자랑스럽게 여긴다’, ‘자살을 생각한다’…. 인터넷에서 떠돌아다니는 ‘중2병 자가 진단’의 주요 내용이다. 일본에서 처음 나온 ‘중2병’은 중학교 2학년 나이 또래의 사춘기 청소년들이 흔히 겪는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빗댄 말로, 우리나라에서 들어와서는 흔히 이유 없는 반항과 허세에 빠진 청소년들을 비꼬는 말로 쓰이고 있다. 그렇지만 나름대로 힘든 현실을 견뎌내고 있는 중학교 2학년 입장에선 ‘중2병’ 놀림이 억울할 수도 있다. 중학생들은 초등학교 땐 미처 알지 못했던 복잡하고 뜻대로 안 되는 현실을 처음으로 알게 된, 세상에서 가장 괴로운 종족이다. 반항과 허세 뒤편에 있는 그들 나름의 인생과 진실을 읽어줄 순 없는가? 일본의 청소년 문학 작가 구로노 신이치가 쓴 <어쩌다 중학생 같은 걸 하고 있을까>는 중학교 2학년이 된 청소년의 일상생활을 통해 이 시대 청소년의 고민을 경쾌하게 드러낸 책이다. 주인공은 일본의 청소년이지만 사회문화적 조건이 비슷하기 때문인지 우리나라 청소년의 이야기로도 읽힌다.
결국 교복 치마를 세번이나 접어 입고 그전엔 하지 않던 자기 치장을 시작하며, 스미레는 패션과 미모로 ‘잘나가는’ 패거리인 아오이 무리에 필사적으로 끼어들게 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어울리기 힘든 그들과 결국 갈라서게 되고, 그 뒤에 남은 건 온 학급의 ‘왕따’. 스미레와 다르게 자기 정체성이 뚜렷해 어느 그룹에도 끼지 않는 남학생 준은 그런 스미레를 묵묵하게 보듬어준다. 스미레의 유머 넘치는 자기 독백을 바탕으로 지은이는 중학교 2학년들의 삶을 마치 한 편의 코미디 영화처럼 펼쳐놓는다. 그 속에는 “내 성격으로는 도저히 진입할 수 없을 것 같은 중학생 사회를 만들어놓은 세상이 저주스러웠다”와 같이, 중학교 2학년 나름의 절실한 현실 인식이 짙게 배어 있다. 가혹한 시절을 견뎌낸 스미레는 이렇게 회고한다. “스스로의 힘으로는 도저히 어쩔 수 없는 것에 휘둘리는 것이 인생이다. 노력은 중요하지만, 노력해도 잘 안될 때는 지나치게 고민하면 안 된다. 좋아하는 간식이나 따뜻한 차라도 들면서 폭풍이 지나가기를 얌전히 기다리는 편이 낫다. 폭풍우는 금방 지나갈 테니까.” 각자의 중2병을 앓고 있는 우리 시대 청소년들에게 전해주는 지은이의 푸근한 조언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삽화 뜨인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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