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민주당과 시민통합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이 합쳐진 ‘민주통합당’이 공식적으로 출범했다. 이 정당에 노동권을 중심으로 한 사회민주주의적 가치가 어느 정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관심사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사민주의와 노동운동’ 2일 토론회
정승일·이정식·홍기빈 발표
“박정희 체제 타파 몰두” 비판
민주당 경제정책 문제점 지적
노동권 강화 ‘사민주의’ 강조
정승일·이정식·홍기빈 발표
“박정희 체제 타파 몰두” 비판
민주당 경제정책 문제점 지적
노동권 강화 ‘사민주의’ 강조
얼마 전 출간된 책 <자유주의는 진보적일 수 있는가>에서 엮은이인 최태욱 한림대 교수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안 이념으로 ‘진보적 자유주의’를 내세우며, 현실적 실천력에서 진보적 자유주의가 사회민주주의보다 앞선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사회민주주의를 진보적 자유주의 아래 끌어안으려는 시도를 거부하고, 사회민주주의를 더 강하게 내세우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특히 다양한 노선의 용광로 같은 민주통합당 안에서 둘 사이의 영향력 확대를 둘러싼 경쟁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국외에 독일 사민주의를 소개하고 후원하는 구실을 해온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과 복지국가 소사이어티, 한국노총, 민주노총,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는 2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회민주주의와 노동운동, 어디로 갈까?’라는 제목의 토론회를 공동주최한다. 에버트 재단 교육원 소속의 독일 학자 2명의 방한이 계기가 되어 마련됐지만, 사민주의를 추구하는 여러 단체들이 한데 모여 사민주의 노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실천의 방법을 찾는다는 데 의의가 담긴 행사다.
이날 발표를 맡은 정승일 복지국가 소사이어티 정책위원은 사민주의 입장에서 진보적 자유주의 담론에 대해 강한 비판을 쏟아낼 예정이다. 발표문에서 정 정책위원은 “진보적 자유주의는 시장주의를 추종하는 독일의 ‘질서자유주의’ 노선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실제로는 신자유주의와 구별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그는 진보적 자유주의가 표방하는 경제 담론에 비판의 초점을 맞춘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사례에서 보듯 “진보적 자유주의는 신자유주의(자유방임)를 넘어서야 하는 과제는 방치한 채, 국가주도 경제정책·재벌·금융시장 국가개입 등으로 대표되는 ‘박정희 체제’를 타파하는 과제에만 몰두했다”는 비판이다.
정 정책위원이 비교의 대상으로 삼은 질서자유주의는 독일 기민당이 ‘자기 책임’의 원칙을 앞세워 주창했던 담론으로, 금융시장 규제완화, 금융기관 민영화, 복지 축소, 노동권 축소 등을 통해 경쟁적인 시장 환경을 만들어내는 데 주력했던 노선이라 한다. 정 정책위원은 미국의 클린턴, 영국의 블레어, 한국의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노선들이 모두 주주자본주의를 강화하고 국가개입 자본주의를 거부한다는 점에서 질서자유주의와 다르지 않다고 봤다.
현재 민주통합당이 경제정책으로 내세우는 ‘경제민주화’ 역시 재벌개혁, 중소기업 혜택, 정부재정 축소 등에만 몰두하는 질서자유주의의 전형이라는 것이다. 하도급 거래 규제를 통해 재벌을 규제하고 중소기업에 하청단가를 보장해주는 식의 정책으로는 노동자 실질 임금의 제고 등은 이룰 수 없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정 정책위원은 노동권에 대한 획기적인 강화를 중심에 놓는 사민주의적 노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별노조의 실질적 정착 등 사민주의에 바탕을 둔 법·제도가 구현되지 않으면, 재테크를 통해 주주만 배를 채우는 시장주의의 폐해를 극복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는 “자유주의가 아니라 평등과 연대, 소득재분배를 강조하는 정통 사회민주주의가 부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함께 발표에 나서는 이정식 한국노총 사무처장은 노동운동 세력으로서 민주통합당에 참여한 한국노총이 어떻게 사민주의 가치를 현실 정치 속에서 구현할 수 있을지 논의할 계획이다. 한국노총은 민주통합당 안에서 전국노동위원회를 맡아, 북유럽 사민주의 국가들의 정치경제, 노동, 복지, 조세, 보육, 노동법 등에 대해 전반적인 내부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스웨덴 사민주의 복지국가 건설의 기초를 닦은 비그포르스에 대한 책을 낸 바 있는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은 유토피아에 이르는 현실적 경로로서 ‘잠정적 유토피아’의 개념이 한국 현실에도 적용 가능한지 따져본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정승일 복지국가 소사이어티 정책위원, 이정식 한국노총 사무처장, 홍기빈 글로벌정치 경제연구소장
스웨덴 사민주의 복지국가 건설의 기초를 닦은 비그포르스에 대한 책을 낸 바 있는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은 유토피아에 이르는 현실적 경로로서 ‘잠정적 유토피아’의 개념이 한국 현실에도 적용 가능한지 따져본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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