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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정의란 무엇인가’ 샌델의 알짬

등록 2012-03-02 21:48

<정의의 한계> 마이클 샌델 지음, 이양수 옮김/멜론·2만8000원
<정의의 한계> 마이클 샌델 지음, 이양수 옮김/멜론·2만8000원
[토요판]
<정의의 한계>
<정의란 무엇인가>가 한국에서 실로 큰 돌풍을 일으켰어도, 지은이 마이클 샌델의 사상은 그 전모가 제대로 알려지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철학박사 이양수씨의 번역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된 <정의의 한계>(1982년작)는 ‘공동체주의자’라는 오해를 넘어, 샌델 사상의 진짜 정체성을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이 책에서 샌델은 자유주의 철학에 기반한 정의론을 가장 발전된 형태로 제시했던 존 롤스의 <정의론>(1971년작)을 표적으로 삼아 비판을 전개한다. 서구의 자유주의는 근대에 들어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자리를 잡으면서, 이전과 달라진 사회적 관계를 반영하며 등장한 새로운 사상이다. 자유주의는 주로 사회적 계약, 제도나 정책을 통해 극심한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앞서 나온 철학 사조를 비판하며 발전을 계속해왔다.

롤스의 자유주의는 생산성의 극대화가 그 구성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고 주장하는 공리주의를 날카롭게 비판하며 등장했다. 곧 소수 개인들의 희생이 있더라도 ‘좋음’의 사회적 총합을 극대화하는 게 우선이라는 주장에 맞서 “좋음보다 옳음이 우선한다”고 주장한 것. 정의의 근원성을 강조하기 위해 롤스는 ‘이성’을 지닌 인간 주체를 강조한 칸트의 자유주의를 끌어오면서도, 관념론의 애매함에 갇히지 않기 위해 ‘원초적 입장’이라는 방법론을 제시했다. 사람들이 ‘무지의 베일’에 싸여 서로의 조건이나 가치 지향 등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원초적 입장에 있다고 가정한다면, 결국 모든 사람들이 가장 기본적인 이해관계를 충족할 수 있는 쪽으로 향해 갈 것이라고 본다. 이것이 이른바 ‘최소 선(善) 이론’이고, 이를 통해 롤스는 칸트의 선험적인 주체 설정을 일상적인 조건에 지배받는 실제 인간에게 적용하려 했다.

존 롤스의 자유주의 향한 날선 비판
옮음·좋음 접점 찾는 공공 철학 강조

샌델은 이런 롤스의 입장을 ‘의무론적 자유주의’라고 부르며, 이를 가능케 하는 주체가 결국은 자신의 실제 삶의 환경이 아닌 초월적인 영역에서만 존재한다는 점에 비판의 초점을 맞춘다. 롤스 이론은 결국 개인의 자산과 능력이 인류의 ‘공동 자산’이어야 한다는 점을 내포하며, 앞선 자유주의 철학들이 제시하지 못했던 분배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런 보편적 귀속은 초월적 주체에만 해당하기 때문에 다양한 조건들이 촘촘히 얽힌 일상생활 속의 실제 주체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샌델은 ‘선택하는 개인’의 자기 인식은 배제한 채 ‘좋음보다 옳음이 우선한다’는 것만 강조한 롤스의 자유주의는 결국 근대 계몽주의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때문에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대신 그는 자유주의 철학에 공동체의 개념을 수혈한다. 다만 그가 말하는 공동체는 특정 다수가 ‘좋다’는 가치만 강요하는 ‘정서적 공동체’가 아닌, 현실의 다양한 관계 속에서 자기 정체성을 인식하는 ‘연고 있는 자아’들이 이루는 ‘구성적 공동체’다. 이 지점에서 그는 지배적인 가치 체계에 따라 ‘옳음보다 좋음’을 내세우는 공동체주의도 신랄하게 비판한다.

결국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 모두를 비판하는 샌델은 옳음과 좋음 가운데 무엇이 우선이냐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대신 실질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정치적인 주체’가 되어 옳음과 좋음의 합치점을 찾아갈 수 있는지 여부와 그것을 가능케 하는 ‘공공 철학’을 만들어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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