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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지구촌 보통사람들 삶
살림살이로 ‘찰칵찰칵’

등록 2012-03-09 20:35

<우리집을 공개합니다-하나의 지구, 서른 가족, 그리고 1787개의 소유 이야기> 피터 멘젤 외 지음, 김승진 옮김/윌북·1만9800원
<우리집을 공개합니다-하나의 지구, 서른 가족, 그리고 1787개의 소유 이야기> 피터 멘젤 외 지음, 김승진 옮김/윌북·1만9800원
[토요판]
우리집을 공개합니다-하나의 지구, 서른 가족, 그리고 1787개의 소유 이야기
내가 가진 것은 내가 누구인지 보여준다. 집에 가서 내가 가진 것을 모두 꺼내어 길거리에 늘어놓는다고 생각해보자. 아마 나와 내 가족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한눈에 볼 수 있을 것이다. 그걸 사진으로 찍어놓으면 나를 말해주는 더없이 좋은 자료로 남게 될 것이다.

1992년, 유명 사진작가 피터 멘젤은 실제로 이런 작업을 시도했다. 그는 극단적이고 선정적인 사진에만 열광하는 언론에 염증을 느끼고, 15명의 다른 유명 사진작가들과 함께 지구촌 보통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30개 나라의 평균적인 가정을 취재하기로 했다. 이들이 택한 방법이 바로 그 가족의 삶을 말해줄 수 있는 소유물들을 전부 꺼내놓고 사진을 찍는 것.

<우리집을 공개합니다>는 이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나온 책이다. 이 책의 출간은, 그 뒤 지구촌 서른 가족이 일주일 동안 먹은 모든 음식을 보여주는 <헝그리 플래닛>, 80명의 지구인이 하루 동안 먹은 모든 음식을 사진으로 담은 <칼로리 플래닛> 등의 출간으로도 이어졌다.

부탄에 사는 남가이 가족 14명과 모조리 꺼내놓은 소유물들의 모습. 종교 의례에 쓰이는 물건들과 갈퀴, 경작기 등 농사에 쓰이는 물건들이 대부분이다. 라디오가 하나 있을 뿐 텔레비전, 전화, 자동차 따위는 없다. 이들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물건은 경전, 교과서, 줄넘기줄 등이다.   윌북 제공
부탄에 사는 남가이 가족 14명과 모조리 꺼내놓은 소유물들의 모습. 종교 의례에 쓰이는 물건들과 갈퀴, 경작기 등 농사에 쓰이는 물건들이 대부분이다. 라디오가 하나 있을 뿐 텔레비전, 전화, 자동차 따위는 없다. 이들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물건은 경전, 교과서, 줄넘기줄 등이다. 윌북 제공
책 속에 등장하는 서른 가족의 소유물들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아프리카 말리에 사는 나토모 가족은 가족 구성원이 11명이나 되지만 92㎡의 흙집에서 산다. 살림의 대부분은 깨진 항아리, 플라스틱 물통, 도기 항아리 등이고 전기·전자제품은 건전지로 가동되는 라디오 겸 카세트플레이어가 유일하다. 아버지는 이 라디오로 축구 중계를 듣는다. 살림 가운데 가장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은 자전거.

사진작가들의 색다른 기록
보통 가정의 소유물들 통해
천차만별 ‘우리집’들 보여줘

미국에 사는 스킨 가족은 가족 4명이 148㎡ 규모의 집에 살고 살림살이도 훨씬 다채롭다. 텔레비전, 세탁기, 전자레인지, 컴퓨터 등 전기·전자제품도 많다. 자동차는 3대나 된다. 그러나 이들이 가장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은 성경이란다. 쿠웨이트에 사는 압둘라 가족의 소유물은 스킨 가족보다 훨씬 많다. 길이가 13m나 되는 대형 소파에서부터 거실 가구와 침실 가구는 각각 3세트씩 갖추고 있다. 텔레비전은 2대, 자동차는 4대나 된다.

소유물만큼이나 이들의 삶도 천차만별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캄피는 매일 아침마다 총을 든 폭력배를 만나지 않을까 두려워하며 출근 기차에 몸을 싣는다. 텔레비전, 비행기, 미국인을 본 적이 없는 부탄의 남가이 가족은 설사와 피부병으로 고생을 한다. 이라크에 있는 알리아는 최근 남편이 입을 새 셔츠가 그의 한 달 월급의 3분의 1이나 한다는 것을 알고 기겁했다고 한다.

구구절절한 설명은 없지만, 작가들이 취재한 사진들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의 불평등, 지쳐 쓰러질 때까지 쇼핑을 즐기는 가족과 물을 긷기 위해 몇 시간 동안이나 당나귀를 타야 하는 가족의 극단적인 대비, 산골 마을에 스며든 물질문명의 흔적 등. 초점을 이리저리 바꿔가며 다양한 추가 질문을 스스로 던져볼 수도 있다. 어느 나라 가족들이 가축과 함께 사는가?

피터 멘젤은 “가장 좋은 것들과 가장 나쁜 것들만 보는 것은 세계의 아주 일부분만 보는 것”이라며 “그 나머지 모습에 대해서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만들어진 지 20년이나 되어 책 속 가족들의 삶도 많이 변했겠지만, 지구촌 사람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려는 지은이들의 노력은 지금도 의미가 깊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사진 윌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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