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무한경쟁 시대를 넘어서기 위하여> 플로리안 오피츠 지음, 박병화 옮김/로도스·1만5000원
[토요판]
슬로우-무한경쟁 시대를 넘어서기 위하여
슬로우-무한경쟁 시대를 넘어서기 위하여
오늘날 현대인들에게 시간은 숨 돌릴 수도 없이 빠르게 흘러간다. 눈부시게 발전한 기술문명이 시간을 절약하도록 도와주고 있다지만, 처리해야 할 일은 늘 그보다 많다. 사람들은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등 철저한 시간 관리를 통해 여기에 적응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속도에 집착하지 말고 ‘느림’의 철학을 되새기라고 충고한다. 그런데 나 혼자 어떻게 한다고 해서 과연 이 문제를 넘어설 수 있는 것일까?
독일의 영화감독 겸 작가인 플로리안 오피츠가 쓴 책 <슬로우>는 시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은이의 여정을 담은 책이다. 항상 인터넷을 뒤적이고 스마트폰을 병적으로 확인하는 등 수많은 업무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던 지은이는 ‘왜 내게 시간은 늘 부족하기만 한가’ 의문을 품고 본격적인 취재에 나선다. 시간 관리의 최고 전문가, 탈진증후군 전문가, 여섯달 동안 디지털 생활과 절연했던 기자 등과 만나본 지은이는 이 문제가 결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속도와 효율을 최고의 가치로 내세우는 ‘가속화’ 사회가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런 깨달음은 시간 문제의 전문가로 꼽히는 독일의 사회학자 하르트무트 로자의 사유에 크게 빚지고 있다. 경쟁에 대한 집착이 불러온 가속화 시대의 문제점을 꿰뚫어본 로자는 “가속화는 우리 사회의 문화와 구조, 제도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이는 우리 모두를 위기 상황으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의 취지에 공감한 로자는 지은이의 여정에 걸맞은 짧은 글들을 제공하기도 했다.
지은이는 세계적인 기업 컨설턴트, <로이터> 통신의 편집자 등 가속화 사회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부터 ‘노스페이스’ 창립자로서 이젠 남미의 자연보호 프로젝트에 매달리고 있는 더글러스 톰킨스, ‘국민총행복부’를 두고 있는 나라인 부탄의 다쇼 카르마 우라 부탄학연구소장 등 가속화 시대에 맞서 대안을 찾는 사람들 등을 두루 만난다.
지은이는 가속화 시대의 정책적 대안으로 ‘조건 없는 기본소득’을 제시한다. 로자는 “가속화를 추진하는 원동력은 낙오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경쟁 논리는 약화시키고 낙오에 대한 불안을 줄여주는 기본소득제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기본소득제를 실행했던 나미비아의 오치베로 마을에서는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범죄 발생률이 줄어드는 등 긍정적인 결과가 있었다고도 한다.
취재를 마친 지은이는 결국 ‘내 인생에 맞는 적정한 속도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진부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지은이가 펼쳤던 생생한 인터뷰들이 이 말에 설득력을 더한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대안을 모색하려는 진지함도 읽는 이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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