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청소년문학 대가의 소설
성적 호기심 없는 소년 통해
좌충우돌 정체성 찾기 담아
성적 호기심 없는 소년 통해
좌충우돌 정체성 찾기 담아
<나는, 심각하다>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지음, 이미화 옮김/한겨레틴틴·1만원
‘청소년’과 ‘성’을 연결지으면, 야한 잡지나 동영상을 부모 몰래 들여다보거나 이성친구를 만들어 직간접적으로 알게 된 ‘어른들이 하는 일’을 해보고 싶어 안달난 청소년들의 모습 등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러나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모든 청소년들이 성에 대한 주체할 수 없는 호기심과 발산할 수 없는 성적 충동으로 괴로워하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그런 선입견은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그들의 욕구를 이해해야 한다’는 어른들의 강박관념 속에서 만들어진 것인지도 모른다.
어린이·청소년 문학의 대가로 꼽히는 오스트리아 출신 작가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의 신작 <나는, 심각하다>는 청소년과 성을 주제로 삼은 소설이다. 그러나 성적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하는 전형적인 주인공 대신 ‘나는 왜 여자친구를 사귀지 않는가?’ ‘나는 왜 야한 비디오 따위에 관심이 없을까?’ 고민하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여기에다 주인공의 머리를 통해 하이데거와 사르트르 같은 철학자들의 생각들까지 나온다. 그렇다고 따분한 책일 거라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따분하긴커녕 풍자와 유머가 넘치는 ‘사랑 이야기’니까.
세바스티안은 변호사인 엄마와 단둘이 사는, 똑똑하고 잘생긴 열다섯살 남자아이다. 다만 여자아이들보다도 키가 작기 때문에 ‘분재’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말싸움으로 늘 엄마를 이겨버리고, 엉뚱하지만 철학적인 질문으로 선생님들을 당혹시키는 세바스티안은 다른 남자아이들과 달리 운동장에서 고추 크기를 자랑하거나 함께 모여 자위행위를 하는 등에 별다른 관심이 없다. 이런 그의 유일한 대화 상대는 동갑내기 사촌인 에바-마리.
그러던 어느날 바로 그 에바-마리가 세바스티안에게 엄청난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세바스티안에게 여자 분장을 하게 한 뒤 사진을 찍는 장난을 벌였는데, 그 뒤 ‘이런 장난을 싫어하지 않다니, 넌 혹시 동성애자가 아닐까?’ 의문을 제기한 것. 그런데 문제는 성적 호기심이 거의 없는 세바스티안 스스로도 자신의 성 정체성을 알 수 없다는 것. 이때부터 자신의 성 정체성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세바스티안의 좌충우돌이 시작된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연히 보게 된 에바-마리의 ‘빨간 노트’ 속에서 자신을 성적으로 유혹하려 했던 에바-마리의 속마음을 알게 돼, 일은 더욱 복잡하게 꼬여간다.
우리 사회와는 문화가 제법 다른 유럽 사회에서 쓰여진 책인데다, 억누를 수 없는 성적 호기심에 괴로워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의 고민을 가진 소년의 이야기는 사뭇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청소년들의 생각은 어른들이 예단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자유롭고 고차원적일 수 있다. 또 성 정체성에 대한 탐구는 자기 자신과 욕망, 타인과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탐구해나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런 과정을 차분하게 풀어놓은 세바스티안의 이야기는 보편적인 성장소설의 미덕과 만나기도 한다.
무엇보다 어른들의 생각과 논리를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늘 주체적으로 생각해나가려 하는 세바스티안의 모습은 이야기에 신랄한 풍자와 유머를 더해준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그림 한겨레틴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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