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알래> 권정생 글, 김동수 그림/문학동네·8500원
<나만 알래> 권정생 글, 김동수 그림/문학동네·8500원
‘내가 지금 입고 있는/ 누더기 속 샤쓰/ 그게 아니야// 나만 알고 있을래/ 아침에/ 엄마가 가만히 이르신 말씀/ “밀린 학급비 좀 더 기대려”/ 그것도 아니지//…// 나만 알래/ 나만 알래/ 성구하고 말다툼할 때/ 글쎄/ 난 잘못한 것같지 않은데/ 무섭게 부릎뜬/ 성구 아버지 얼굴// 나만 알래/ 돌아가신 아빠 얼굴은/ 그렇지 않겠지/ 그렇지 않겠지…’(‘나만 알래’)
권정생 선생의 5주기를 맞아 동시집 <나만 알래>가 출간됐다. 이 시집은 지난해 나온 <동시 삼베치마> 수록작 중 42편을 골라내 아이들이 읽기 쉽도록 일부 옛 말투와 사투리 등을 다듬어 묶은 것이다. 삼베치마, 들남새, 방천둑 등 요즘 아이들에게는 생소한 소재와 단어들이 적지 않지만 천진하고 맑은 아이의 감성으로 써내려간 시어들이 반짝반짝 빛난다. ‘콩아 콩아/ 빨가숭이 콩아/ 빨가벗고 부끄럽잖니// 요 구멍 속에 꼭꼭 숨었다가/ 옷 해 입고 나오너라’(‘논두렁 콩 심으기’)
권정생 선생은 1969년 <강아지똥>을 통해 동화작가로 등단하기 전 이 시들을 썼다. 그 뒤 동화들에서 표현한 자연과 이웃에 대한 애정과 아픈 가족사 등이 시 안에도 고스란히 배어 나온다. 동시는 권정생 문학의 출발점인 셈이다. 시인은 1967년 동시 2편을 잡지 등에 처음 발표한 뒤 이 기쁜 소식을 일본의 형수에게 편지로 전하면서 “죽기 전까지 예쁜 동시집 한 권을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적었다. 그러나 시집은 시인이 세상을 떠난 뒤에야 유품이 발굴되면서 빛을 보게 됐다. 많이 늦은 도착이지만 김동수 작가의 담박한 그림과 함께 완성된 <나만 알래>는 겉과 속이 모두 ‘예쁜 동시집’임에는 틀림없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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