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파괴·비타민D 생성 햇빛
멜라닌 색소로 적정량 흡수 조정
저위도 갈수록 피부 짙어진 이유
인류학자가 진화·문화 등 탐구
멜라닌 색소로 적정량 흡수 조정
저위도 갈수록 피부 짙어진 이유
인류학자가 진화·문화 등 탐구
스킨-피부색에 감춰진 비밀
니나 자블론스키 지음, 진선미 옮김/양문·1만7800원 \ 마치 입던 옷을 벗듯 우리 몸에서 피부를 벗어낸다고 가정해보자. 뼈와 근육, 신경 등이 얽혀 있는 비슷비슷한 모습들 속에서 우리는 과연 누가 누군지 제대로 구별할 수 있을까? 상대가 어떤 표정을 지으며 어떤 감정을 표출하고 있는지 알아볼 수 있을까? 이런 측면에서 보면 피부는 그 사람의 존재 자체를 드러내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 신체기관이다. 그렇지만 다른 신체기관에 견줘 피부에 대한 연구는 그동안 그리 큰 관심을 얻지 못했다. 인류학자인 니나 자블론스키(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교수)가 쓴 <스킨-피부색에 감춰진 비밀>은 피부에 대한 종합적이면서도 친절한 안내서다. 지은이는 피부를 둘러싼 진화과정과 사회문화적 의미 등 피부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깊숙이 탐색해 들어간다.
무엇보다 이 책이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것은 피부색 진화의 역사다. 피부색의 구분과 그에 따른 인종의 구분, 단적으로 말해 ‘짙은 피부색의 사람들은 옅은 피부색의 사람들보다 열등하다’는 선입견은 오랫동안 차별과 폭력의 근거가 되어왔다. 과학적인 방식으로 피부색의 역사를 따져본 지은이는 말한다. “피부색은 인종의 문제가 아니라 다양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인류의 진화적 선택의 문제다.” 곧 피부색은 혈통으로서 인종을 가르는 기준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그저 다양한 자연환경에 적응한 결과라는 것이다.
피부는 일차적으로 한 생명 개체와 환경 사이의 경계막이 되어, 생명을 외부환경으로부터 보호한다. 세포 덩어리였던 초기 생명체들이 복잡한 구조로 진화해가면서 안을 보호하는 피부가 발달했고, 그 형태는 진화 경로에 따라 저마다 다양했다. 예컨대, 건조한 땅에서 주로 사는 파충류의 피부는 뼈처럼 딱딱하고 울퉁불퉁해졌고, 손을 쓰기 시작한 영장류는 촉감이 유난히 발달한 피부를 갖게 됐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인간의 피부는 다른 생명체들과 달리 “털이 없고 땀을 흘리며, 다양한 색깔을 지니고, 단순한 덮개가 아닌 장식적인 의미까지 지닌다.” 다른 영장류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특징들인데, 이렇게 진화해온 결정적 계기는 바로 햇빛이라고 한다. 동물의 몸에선 체내에서 생기는 열을 어떻게 식히느냐가 늘 관건인데, 다른 동물들보다 활동이 많고 뇌가 커진 인간의 경우 몸을 좀더 효율적으로 식히는 생체 시스템의 필요성이 절실했다.
점액질 체액을 조금 분비하는 아포크린 땀샘이 발달한 다른 동물들과 다르게, 인간의 몸엔 물처럼 맑은 체액을 대량 분비하는 에크린 땀샘이 크게 발달했다. 땀을 대량 배출해 몸을 식히는 방법이 진화해온 결과다. 이때 몸을 뒤덮은 털은 오히려 열의 분출을 막는 장애물이 된 탓에 자연스럽게 털이 사라져갔다고 지은이는 설명한다.
다양한 피부색 또한 여기에서 비롯했다고 한다. 햇빛에 포함된 자외선은 인체에 다양한 영향을 주는데, 지역마다 다른 자외선 양에 맞춰 인간의 피부 역시 달라졌다는 것이다. 자외선은 체내의 엽산을 파괴하고 디엔에이(DNA)를 손상시키는 등 인간 생식기능에 악영향을 주지만, 생명활동에 꼭 필요한 비타민 디(D) 생성을 촉진하기도 한다. 인간에겐 적정량의 자외선을 받아들이는 것이 언제나 숙제인 셈인데, 여기서 중요한 구실을 하는 것이 피부에 들어 있는 멜라닌이다. 멜라닌 색소에서 만들어내는 멜라닌 소체는 여러 다른 파장의 빛들을 흡수·산란·반사시킬 수 있어 인체가 받아들이는 자외선 양을 조절해준다. 피부색은 바로 이 부분에서 결정된다. 짙은 색 피부에서는 멜라닌 소체가 크고 수도 많으며 고르게 분포하는 반면, 옅은 색 피부에서는 멜라닌 소체의 크기와 밀도가 작고 분포도 덜 조밀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자연선택의 법칙에 따라 자외선 양이 많은 저위도 지역에서는 짙은 색 피부가, 자외선 양이 적은 고위도 지역으로 갈수록 옅은 색 피부가 대세를 이루었다는 설명이다. 어느 집단이건 여성보다 남성의 피부색이 짙은 경향과, 생식기능을 최대화해야 하는 가임기간에 피부색이 짙어지는 경향 등도 이런 피부 진화의 역사와 관련 있다고 한다.
오랜 세월 인류는 서로 다른 인구집단에 소속된 사람들의 특성이나 잠재력, 호감도 등을 피부색에 근거해 판단했다. 특히 서구의 식민지배는 ‘옅은 피부색은 짙은 피부색보다 우월하다’는 인식을 낳았고, 노예무역을 정당화하는 근거로까지 쓰였다. 그러나 피부의 역사를 낱낱이 파헤쳐본 지은이는 “피부색은 인종적 정체성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단언한다. 짙거나 옅은 피부색은 옛적 사람들이 살았던 환경에 대해서 말해줄 뿐 인종·민족 등의 정체성을 말해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만 건강과는 연관이 있어서, 옅은 피부색 사람들이 자외선을 많이 받으면 피부암에 걸리기 쉽고, 짙은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은 자외선 적은 지역에서 비타민 D 결핍을 겪을 수도 있다고 이 책은 지적한다.
지은이는 인간에게 피부는 단지 ‘덮개’로서의 생체 시스템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개인의 특별함을 표현하는 장으로서, 피부는 오랫동안 사회문화적 의사소통에 중요한 구실을 담당해왔고 앞으로도 그런 의미는 더욱 확장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피부에 전자칩을 이식해 신용거래를 하게 되거나 가상현실을 접목해 멀리에서도 서로 촉감을 주고받는 날도 오리라고 예측한다. 오늘날 갈수록 번창하고 있는 화장품 산업, 성형·미용시술 산업의 호황 등은 이런 예측을 튼튼하게 뒷받침한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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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 자블론스키 지음, 진선미 옮김/양문·1만7800원 \ 마치 입던 옷을 벗듯 우리 몸에서 피부를 벗어낸다고 가정해보자. 뼈와 근육, 신경 등이 얽혀 있는 비슷비슷한 모습들 속에서 우리는 과연 누가 누군지 제대로 구별할 수 있을까? 상대가 어떤 표정을 지으며 어떤 감정을 표출하고 있는지 알아볼 수 있을까? 이런 측면에서 보면 피부는 그 사람의 존재 자체를 드러내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 신체기관이다. 그렇지만 다른 신체기관에 견줘 피부에 대한 연구는 그동안 그리 큰 관심을 얻지 못했다. 인류학자인 니나 자블론스키(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교수)가 쓴 <스킨-피부색에 감춰진 비밀>은 피부에 대한 종합적이면서도 친절한 안내서다. 지은이는 피부를 둘러싼 진화과정과 사회문화적 의미 등 피부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깊숙이 탐색해 들어간다.
2010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만든 다큐멘터리 <피부색에 감춰진 비밀>의 한 장면. 한국방송에서 지난해 국내 방영하기도 한 이 다큐멘터리는 <스킨>의 지은이인 인류학자 니나 자블론스키 펜실베니아 주립대 교수의 연구 내용에 기초해 만들어졌다. 자블론스키 교수는 “인간의 피부색이 다양하게 된 것은 인간이 다양한 환경에 따라 다르게 진화해왔기 때문”이라며 “피부색은 인종과 큰 연관이 없다”고 말한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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