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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정리해고 현실 알려달라는 요청에
지제크 “거리낌없이 날 활용하라”

등록 2012-06-29 19:15

방한중인 철학자 슬라보이 지제크(왼쪽)가 29일 오전 서울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분향소를 찾아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과 악수하고 있다. 지제크는 이날 방명록에 “여러분들은 우리 모두의 희망”이라고 썼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방한중인 철학자 슬라보이 지제크(왼쪽)가 29일 오전 서울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분향소를 찾아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과 악수하고 있다. 지제크는 이날 방명록에 “여러분들은 우리 모두의 희망”이라고 썼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쌍용차 분향소 방문한 세계적 석학

“경제적으로 구조조정 필요?
이 모든 것이 자본의 거짓말”
노동자들에 연대·공감 표시
“여러분들의 투쟁은 지금 우리가 사는 삶이 결코 행복한 삶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줍니다.”

방한 중인 철학자 슬라보이 지제크가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과 손을 맞잡았다. 그가 29일 서울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대규모 정리해고 뒤 잇따라 세상을 뜬 22명의 노동자와 그들의 가족들을 추모하기 위해 차린 분향소에서 그는 숙연한 모습으로 노동자들에게 연대와 공감을 표시했다.

이날 오전 11시께 분향소를 찾은 지제크는 김정우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차지부장과 30분 가량 이야기를 나눴다. 대화를 마친 뒤에는 김 지부장과 함께 희생자 영정에 분향했다. 방명록에 그는 “여러분들은 우리 모두의 희망입니다. 계속 싸워나가시길 바랍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김 지부장과의 대화에서 지제크는 정리해고로 보통 사람들이 일상적 삶을 빼앗기는 일이 단지 그들만의 일이 아니며, 자본주의 체제를 사는 우리 모두의 일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자본은 ‘회사 결정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필요한 조처’라며 정리해고를 하지만, 이 모든 게 다 거짓말이죠. (쌍용차 투쟁은) 민주주의의 중요성에 대해 근본적으로 문제 제기를 한 것입니다.”

김 지부장은 “자본의 착취로 일어나는 정리해고의 모순과 신자유주의 표본인 대한민국의 현실을 전 세계에 알려야 한다”며 “지제크 교수가 힘써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지제크는 “좋은 벗은 아무 거리낌 없이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나를 잘 활용하라. 기꺼이 이용당하겠다”고 응답했다.

특히 지제크는 분향소 설치의 의미를 강조했다. “분향소 설치가 많은 사람들에게 정말로 알아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일상 속에서 이 분향소를 지나치며 한 번 본 사람들도 우리가 사는 현실이 어떤 것인지 인식할 수 있을 겁니다.” 그는 쌍용차 희생자 분향소가 “아픈 상처의 상징으로서, 단기적 해결을 거두지 못하더라도 나중엔 눈덩이처럼 불어서 큰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분향 뒤 지제크는 분향소 옆에서 사회참여적인 설치영상작품을 발표해온 작가 임민욱(44)씨와 한 시간 가량 이야기를 나눴다. “선택이란 차원에서 투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임 작가의 질문에, 그는 “민주주의가 공허한 의식으로 전락했기 때문에 투표하지 않는 것을 선택하는 게 낫다는 게 나의 기본 견해이지만, 투표할 가치가 있는 ‘진정한 선택’을 결정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를 위한 사회안전망을 만들어낼 의지를 지닌 정치세력이 있다면, 그들에게 투표를 하는 것이 진정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앞서 지제크는 지난 27~28일 경희대와 건국대에서 열렸던 강연을 통해 자본주의 체제를 작동시키는 이데올로기의 허위성을 폭로하는 등 자신의 철학과 사유를 국내 대중들과 함께 나눴다. 쌍용차 분향소 방문을 끝으로 국내 일정을 마친 지제크는 30일 한국을 떠난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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