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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주의 ‘실패의 유전자’ 있었다

등록 2012-07-13 20:36수정 2012-07-13 21:06

<코뮤니스트-마르크스에서 카스트로까지, 공산주의 승리와 실패의 세계사> 로버트 서비스 지음, 김남섭 옮김/교양인·3만6000원
<코뮤니스트-마르크스에서 카스트로까지, 공산주의 승리와 실패의 세계사> 로버트 서비스 지음, 김남섭 옮김/교양인·3만6000원
<코뮤니스트-마르크스에서 카스트로까지, 공산주의 승리와 실패의 세계사>
마르크스·엥겔스 이론화 과정
폭력과 독재 불분명한 개념화
소련식 모델 잘못된 수용탓도
가난한 사람들, 농민·노동자 계급에게 새로운 세상을 약속하며 자본주의에 칼끝을 겨눈 체제는 ‘공산주의’였다. 한때 전체 지구 표면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나라들을 이끌 정도로 퍼져나갔던 공산주의는 어느 한순간 무너져내렸다. 도대체 이 과정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철저히 따져보는 것은 오늘날 새 대안체제를 만들어내기 위해 꼭 거쳐야 할 과제라 할 수 있다.

공산주의 실패를 두고 ‘그 체제는 진정한 공산주의가 아니었다’ ‘이론에는 문제가 없으나 실천의 실패였다’ 등 소극적 방어의 논리들이 있다. 그러나 혁명사가인 로버트 서비스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는 2007년 펴낸 저작 <코뮤니스트>에서 “공산주의는 명백하게 실패했다”고 냉정하게 못박는다. 지은이는 공산주의 이론이 지닌 내재적인 문제점과 공산주의 세력이 처했던 지정학적 요소까지 두루 살펴, 공산주의 역사에 대해 그동안 접하기 힘들었던 정밀한 분석을 내놓는다.

공산주의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는 공산주의에 대한 정의가 일치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공산주의의 역사는 ‘내가 정통이고 너는 이단’이라며 무수히 많은 이데올로기적 분쟁을 벌였던 역사였다. 농민과 노동자 가운데 어느 쪽이 주된 혁명세력이 되어야 할지, 중간계급과 동맹을 맺어야 할지, 부르주아 의회제의 틀 안에 머물러야 할지 등을 놓고 공산주의자들은 끝없이 분열했다.

그렇지만 현실에서 성립된 공산주의 정권들은 약속이나 한 듯 같은 요소들을 공유하고 있었다고 지은이는 지적한다. 1970년대 초 칠레 아옌데의 연립정부를 제외하면, 공산주의 통치는 일반적으로 독재와 경찰테러, 엄청난 인권 유린으로 이어졌다. 소련에서부터 동유럽, 중국과 북한, 쿠바에 이르기까지, 공산주의 체제는 일당국가와 유일 이데올로기 문화, 초중앙집권주의, 국가 통제 경제, 동원 사회 따위의 성격을 공유했다는 것이다.

마르크스(왼쪽), 레닌.
마르크스(왼쪽), 레닌.
이에 대해 지은이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공산주의는 레닌(오른쪽 사진)과 스탈린의 마르크스주의 해석에 근거를 둔 소련식 모델로 실행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프롤레타리아 독재로 중간계급의 권리를 억압하고 급진적 개혁을 실행하는 사회주의 단계를 거쳐야 공산주의가 가능하다고 본 레닌은, 자신의 입장을 다른 좌파 세력들과 구분짓기 위해 ‘공산주의’란 말을 썼다. 다른 분파들을 배제하고 혁명의 주도 세력이 된 레닌과 볼셰비키의 노선은 억압과 폭력을 기반으로 하는 공산주의의 모델이 됐다.

이런 전체주의적 억압과 폭력은 체제의 부작용이 아니라, 체제를 유지하게 해주는 원동력이었다고 한다. 국내 반혁명 세력을 억누르고 자본주의 체제와 맞서야 하는 공산주의 체제들에는 억압과 폭력이란 버팀목을 필요로 하는 지정학적 요소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소련의 직접 영향력 아래 놓여 있지 않았던 중국, 쿠바, 캄보디아 등이 모두 소련식 모델을 따라간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런 공산주의는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데 실패했고, 자유화·민주화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내렸다.

지은이는 공산주의를 이론적으로 정초한 마르크스(왼쪽)·엥겔스의 지적 작업 안에 실패의 유전자가 이미 들어 있었다고 본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자본주의 사회에 대해 뛰어난 통찰을 남겼지만, 이를 대체할 사회주의 사회에 대해서는 때론 폭력과 독재를 지지하거나 때론 평화적 집권을 요구하는 등 정리되지 않은, 혼란스러운 유산들을 남겼다는 것이다. 개인이 외부의 강제 없이 인간적 잠재력을 완벽하게 발전시킬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 마르크스의 <정치경제학 비판 요강>(그룬트리세)이 스탈린 시대에는 출간될 수 없었다는 사실도 마르크스의 지적 유산이 얼마나 선별적으로 활용될 수 있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지은이는 “소그룹의 신봉자들에겐 몰라도, 지식인과 일반 대중에게는 완전히 신뢰를 잃었다”며 공산주의의 미래를 밝게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한편으론 공산주의를 꽃피웠던 빈곤과 억압의 토양이 남아 있다는 사실 역시 강조한다. 공산주의 자체가 과거 존재했던 형태로 되돌아올 순 없겠지만, 자본주의와 제국주의, 문화적 후진성에 맞서 투쟁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형태로 몸을 바꾸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보는 것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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