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출판진흥원) 출범식이 열리기로 계획되어 있던 25일 오전 10시30분. 사람들이 결기 어린 표정으로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으로 하나둘 몰려들었다. ‘출판문화산업진흥원장 낙하산 인사 규탄 및 출판문화 살리기 실천대회’에 참가한 출판인들이었다. 출판인 300여명은 “낙하산 인사 철회하라”, “출판산업 회생 대책을 수립하라” 등의 구호를 쏟아냈다. 현장에 있던 한 출판인은 “출판계가 이렇게 한데 모여서 목소리 내는 것도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전임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으로 출판진흥원 설립에 깊이 간여해 온 한철희 돌베개 출판사 대표는 이날 집회에서 출판계가 왜 한목소리로 분노하는지 이유를 밝혔다. “우리 출판계는 1999년부터 진흥기구 만들자고 줄기차게 주장해왔습니다. 군사독재 시절 검열을 담당했던 기구인 간행물윤리위원회를 확대 개편하겠다는 정부 쪽 제안에 대해서도 ‘출판의 역사를 새로 쓰자’는 마음으로 참고 인내했습니다. 그런데 결국 이런 염원과 자존심을 무참히 짓밟았습니다.” 곧 ‘낙하산 인사’가 단지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출판진흥정책 전반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과 몰이해를 보여주는 문제라는 것이다.
이날 집회에서 발언에 나선 사람들은 “올해가 ‘국민 독서의 해’라는데, 예산은 겨우 국민 1인당 10원꼴인 5억원이다”, “출판진흥원 예산안 확보에 대한 로드맵조차 없다”, “도서정가제가 무너져 출판사·서점들이 함께 망할 위기에 몰렸다” 등 출판계 전반적인 문제점을 두루 지적했다. 김언호 한길사 대표,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 등은 “출판진흥원장 문제를 계기로 삼아 출판문화를 살리기 위해 출판계가 단결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를 주관한 ‘출판문화 살리기 비상대책위원회’는 이재호 원장 임명 철회,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사퇴, 출판산업 회생 대책 수립 등을 요구사항으로 내세웠으며 “오늘은 첫 대회에 불과하며, 앞으로 장기적인 대응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작가회의 역시 이날 성명서를 내고 “비전문인의 낙하산 인사에 저항하는 출판인들의 투쟁에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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