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들의 밤> 바주 샴·두르가 바이·람 싱 우르베티 지음, 이상희 옮김/보림·4만1000원
바주 샴·두르가 바이·람 싱 우르베티 지음, 이상희 옮김/보림·4만1000원 <나무들의 밤>은 아이보다 어른이 먼저 탐을 낼 만한 책이다. 두툼하고 멋스러운 20장의 검은 종이 위에 그린 그림은 매끈한 오프셋 인쇄가 아니라 물감의 질감이 손끝에 느껴지는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프린트한 판화들이다. 책 뒤편에는 여느 판화작품들처럼 일련번호까지 적혀 있다. 쪽마다 오른편을 가득 채운 섬세한 선그림은 신비롭고 영적인 느낌이 강하다. 독특한 그림들로 마을과 집을 장식한다는 인도 곤드족의 세 화가가 작업한 작품들이다. 이 부족이 삶의 중심이라고 믿는 나무를 시각적으로 다양하게 표현했다. 그림 옆에는 관련 민담이 짧게 서술돼 있는데, 책의 주인공은 기실 온전히 압도적인 개성을 담은 그림들이다. 움직이는 생물체처럼 뻗어나가는 나뭇가지들 사이로 새·뱀·물고기 따위의 형상이 매혹적으로 펼쳐져 있다. 이 그림들은 사실적이기보다 상징성이 극대화된 도상화에 가깝다. 아마도 이 부족의 수호신일 뱀 여신이 친친 감고 있는 세상을 표현한 그림에는 뱀 7마리가 거대한 나무의 뿌리와 가지처럼 서로 엮여 있다. 동물 얼굴들이 열매처럼 맺혀 있거나 나무줄기와 하나가 된 들짐승의 표현은 숲과 자연을 삶의 기반 그 이상으로 소중히 여기는 곤드족의 세계관을 보여준다. 보통의 그림책에서는 보기 힘든 파격적이고 낯설기도 한 작품들이지만 세 작가 중 가장 유명한 바주 샴의 여행기 그림책 <런던 정글북>을 본 독자라면 무릎을 칠 만하다. 기차보다 승객이 훨씬 크고 또 대형 시계 빅벤을 닭의 형상으로 표현했던 이 위트 있는 여행기에 비해 좀 더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미술적 가치나 책 자체의 고급스러움은 이번 책이 더 뛰어나다. 14명의 장인이 버려진 종이와 헝겊 등을 재활용한 재생종이에 무독성 잉크를 쓰고 공정무역 관행을 준수하며 완성한 책이라는 점도 의미를 더한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보림 제공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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