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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학술단체 4곳 14일부터 ‘유신시대’ 학술대회
“경제성장, 독재때문에 가능? 착시현상”

등록 2012-09-12 21:18수정 2012-09-12 22:23

올해는 1972년 박정희 정권이 유신을 선포한 지 40년째가 되는 해다. 민족문제연구소, 한국역사연구회, 역사문제연구소, 역사학연구소는 14~15일 서울 운니동 덕성여대 평생교육원에서 ‘역사가, 유신시대를 평하다’는 제목으로 유신체제의 성격을 검토하는 연합 학술대회를 연다. 서중석(성균관대), 박태균(서울대) 교수 등 참여 학자 20명은 유신체제가 다방면에 끼친 영향을 고찰한 논문들을 통해 유신체제 옹호론의 허구성을 드러낸다.

실상은 허약한 1인 독재체제
서중석 교수는 유신체제가 비슷한 체제인 대만·스페인의 총통제와 달리 단명한 배경을 짚었다. 그는 “오랜 내전이나 파시즘 운동을 거쳐 총통제가 성립한 스페인·대만과 달리, 유신체제는 박정희의 체질과 성격에 기대어 그의 영구적 절대권력을 보장해주기 위해 밀실에서 몇 사람이 만들어낸 체제”라고 규정했다. 별다른 기반 없이 일제 군국주의 파시즘에 경도된 박정희 1인만을 위해 만들어진 체제였고, 일정 수준의 민주주의 정치를 하고 있던 중에 돌연히 나타난 탓에 기본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기본적 결함 때문에 유신체제는 민청학련·인혁당재건위 사건 등에서 보듯 반대세력을 초강경책으로 탄압해야 했고, 권력집중·측근정치 등으로 붕괴로 치달을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법을 통해 유신체제의 성격을 파헤친 정태욱 인하대 교수는 “유신체제의 대표적 의사결정기구인 통일주체국민회의는 의회 정당 제도를 허물어 민주주의를 형해화했고, 긴급조치를 품은 유신헌법은 개인의 인권 개념 자체를 없애버렸다”며 “프랑스 나폴레옹 독재나 일본 메이지 유신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패한 권위주의 모델”이라고 비판했다.

재벌·토건국가·투기의 뿌리
박태균 교수는 72년 ‘8·3 조치’와 ‘산업합리화 정책’을 분석해, 당시 유신체제가 사채를 동결하고 자금 혜택을 주는 등 기업에 특혜를 주는 방식으로 거듭된 경제 위기를 땜질했던 역사를 밝혔다. 재벌은 이런 과정 속에서 기반을 굳혔고, 규제와 혜택으로 정부가 기업을 통제하는 시스템도 함께 형성됐다는 논지다.

박 교수는 “이런 조처와 정책은 기업에 면죄부를 주고, 그 부담을 국민에게 떠넘기면서 유신체제를 지탱하는 경제적 토대를 마련했다”며 “결국 이런 미봉책들이 97년 한국 금융위기를 부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유신독재의 또다른 상징인 70년대 서울 강남 개발이 ‘부동산 불패 신화’ ‘토건국가 시스템’ ‘지대추구 사회’ 등을 낳았다고 분석했다. 유신정권은 토지투기를 제어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채 앞장서서 개발을 밀어붙이고 직접 투기에 가담하기까지 했는데, 그 결과로 땅값이 폭등하고 불로소득 추구 심리가 광범위하게 퍼져갔다는 것이다. 4대강 사업 등으로 이명박 정권이 대표하는 토건국가 시스템도 이로부터 만들어졌다고 그는 분석했다.

정태헌 고려대 교수는 “민주화 역량은 자본주의 생산력에 필수적”이라며 “‘경제성장이 독재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은 착시현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유신체제 아래 정경유착에 따른 자원 배분구조는 민주화가 억압된 박정희 시기에만 유효했을 뿐이고, 그 뒤론 굳어진 재벌 중심 경제구조가 민주화와 대립하며 국민경제를 어지럽혔다”며 “97년 외환위기가 그 정점”이라고 봤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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