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 큉의 이슬람-역사·현재·미래
한스 큉 지음, 손성현 옮김/시와진실·4만5000원
한스 큉 지음, 손성현 옮김/시와진실·4만5000원
세계적인 초교파 신학자 한스 큉
시대에 따른 이슬람의 변화 분석
민주주의와의 조화 과제로 제시 최근 이슬람의 예언자 무함마드의 이미지를 왜곡해 바람둥이·아동학대자로 묘사한 미국 영화 <무슬림의 무지>가 이슬람권의 분노를 불러일으켜, 미국 외교관들이 살해당하는 유혈사태까지 났다. 이처럼 끝없이 이어지기만 하는 종교 간 극한 대립 앞에서 우리는 결국 새뮤얼 헌팅턴이 말한 ‘문명의 충돌’이 옳았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을까? 가톨릭 신학자이자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에큐메니컬’(교파나 교리의 차이를 뛰어넘고자 하는 초교파 기독교 운동) 신학자로 꼽히는 한스 큉(사진·1928~)은 이런 어려운 현실 앞에서도 ‘대화’를 포기할 수 없다고 역설한다. 그가 내세우는 기본 원칙은 “종교 간 평화 없이는 국가 간 평화도 없다. 종교 간 대화 없이는 종교 간 평화도 없다. 종교에 대한 기초 연구 없이는 종교 간의 대화도 없다”는 것이다. 곧 온갖 선입견과 편견 등을 걷어내고 종교를 바로 볼 수 있다면, 평화를 위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의 저작 <이슬람-역사·현재·미래>는 이슬람에 대한 종합적 분석을 시도한 책이다. 유대교·기독교·이슬람 세 종교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우리 시대의 종교적 상황’ 프로젝트의 하나로 <그리스도교>(1991)와 <유대교>(1994)에 이어 마지막으로 써낸, 1000쪽이 넘는 노작이다. 이 프로젝트의 특징은 ‘유대교는 어떻고 기독교는 어떻다’ 식으로 각 종교에 대한 일반적인 서술을 근거로 삼아 ‘그러니 서로 잘 알고 잘 지내보자’ 따위의 뻔한 접근을 배격한다는 데 있다.
큉은 “서로의 차이를 대충 얼버무리고 뒤섞어버리는 혼합주의를 원하지 않는다”며 “‘본질과 형태’, ‘본질과 해악’의 두 가지 변증법을 기반으로 삼아 각 종교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기독교·유대교와 마찬가지로 이슬람이 무엇을 핵심으로 삼는지 그 본질을 들여다보는 한편, 어떤 역사적 과정을 통해 그 형태를 변화시켜왔는지에 주목한다. 또 각 종교의 본질이 증오와 폭력 같은 해악을 낳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지 않는다. 이런 태도는 ‘현상유지’에 만족하지 않고 더 나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는 절실함에서 나온다. 변화가 없다면 대화도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서아시아 지역(근동)에서 태동한 유대교·기독교·이슬람 세 종교는 유일신을 믿는 아브라함을 신앙의 아버지로 삼는다는 점에서 형제처럼 닮았다. 그중 이슬람은 유일한 하느님에 대한 무조건적 복종을 핵심으로 삼으며, 예언자 무함마드가 신의 계시를 인간의 언어로 받아낸 경전 <꾸란>(코란)을 가장 중시한다는 점에서 다른 두 종교와 구분된다고 한다.
큉이 가장 주목하는 지점은 이런 본질을 지닌 이슬람이 변화하는 시대의 요구에 따라 어떻게 새롭게 해석되고 구체적으로 실현됐느냐다. 큉은 이슬람이 역사적으로 다섯가지의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을 거쳐왔다고 본다. 무함마드가 이룩한 ‘초기 이슬람 공동체’ 패러다임은 우마이야 왕조 때(661~750)에는 전제군주와 율법을 중심으로 삼은 국가주의인 ‘아랍 제국’ 패러다임으로 전환됐다. 이 패러다임은 ‘아랍 국가주의’로 연결된다. 보편적인 세계 제국으로 등장한 압바스 왕조 때(750~1258)에는 ‘고전적 이슬람 세계 종교’ 패러다임이 등장했고, 이 패러다임은 ‘범이슬람주의’에 영향을 줬다고 한다.
보편적 제국이 분열한 뒤의 지역화 속에서는 대중적 법학자인 울라마의 영향력이 커지거나 신비주의에 기반한 대중운동인 수피즘이 영향력을 확대하는 현상이 일어났다. 큉은 이를 ‘울라마·수피’ 패러다임이라 부르며, 나중의 ‘이슬람주의’ ‘보수주의’와 연결된다고 본다. 근대 유럽과 경쟁한 ‘근대화’ 패러다임은 ‘이슬람 개혁주의’ ‘세속주의’로 이어졌다. 이처럼 다양한 패러다임들은 시대 환경에 따른 정치적 선택과 맞물려 이슬람의 다양한 모습들을 만들어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와합주의자와 이란의 시아파, 이집트의 무슬림형제단과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전사가 같은 이슬람이지만 서로 다른 이유다.
큉은 근대 이후 동시대 이슬람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물으며, “근대 민주주의와 어떻게 어울릴 것인지, 삼권분립이 이뤄진 민주주의 체제 설립에는 어떤 구실을 할 것인지” 과제를 제시한다. 자신의 무지를 부끄러워할 줄 모르고 이슬람에게 ‘적대자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에 대한 큉의 비판은 준엄하기 이를 데 없다. 또 이슬람 내부에 발 딛고 서서, ‘시대에 맞는 이슬람’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방인의 시선이라 깎아내리기 힘들 정도로 그의 얘기는 절실하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사진 손성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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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큉(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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