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발굴조사 기준 완화
작년 903건 조사…1년새 급감
작년 903건 조사…1년새 급감
땅속에 묻힌 매장문화재는 토목·건축 분야와 밀접하게 연관된다. 개발 주체의 입장으로 보면, 막대한 개발 이익이 달린 토목·건축 공사 현장에서 예상치 못하게 마주치는 매장문화재의 존재는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두 분야는 자주 충돌하기 마련이고, 국가가 나서 충돌을 중재하고 균형을 잡아주는 구실을 맡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기업 프렌들리’를 내세운 현 정부 출범 뒤로 이런 균형추가 급격히 개발 쪽으로 기울어졌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고고학자인 권오영 한신대 교수는 계간 <역사비평> 100호 ‘전환기의 역사정책’ 특집에 실은 ‘이명박 정권 매장문화재 정책의 문제점’이라는 논문을 통해 개발 우선주의에 위협받아온 매장문화재 발굴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2011년 2월, 매장문화재 관련 법 규정이 개정되면서 고고학계에 논란이 일었다. 새 규정은 조선 후기의 경작유구, 일반 가옥, 회곽묘, 삼가마, 자연도랑 및 자연수혈(동굴), 구석기시대 고토양층, 일제 강점기 이후의 모든 매장문화재는 발굴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권 교수는 “문화재청이 발굴조사 건수, 기간과 면적을 줄여 비용을 절감하려는 ‘기업 프렌들리’에 충실히 따르려고 하다 생긴 무리수”라고 비판했다.
새 규정을 문제삼을 만한 근거는 적지 않다. 20세기 초 베이징원인의 존재가 확인된 중국 저우커우뎬 동굴 역시 자연동굴이었다는 전례가 있고, 조선 후기 경작유구는 연구가 여전히 진척되지 않은 조선 후기 농업기술사에 중요한 자료를 제공해주는 유적으로 평가된다. 청동기~삼국시대 유행한 제사 또한 대개 자연도랑에서 이뤄졌다. 이처럼 발굴조사 실시 기준에서 제외된 매장문화재들의 가치는 쉽게 저버릴 수 없는데도, 문화재 발굴과 보존에 적극 목소리를 내야 할 문화재청이 발굴조사 기준을 대폭 축소해 개발사업을 되레 거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이 정부 들어서 발굴조사 건수는 꾸준히 줄고 있다. 특히 매장문화재 관련 법령이 바뀐 2011년 뒤로 급감했다는 것이 권 교수의 분석이다. 2009년 한 해 1093건에 달했던 발굴조사 건수는 2011년 903건으로 크게 줄었고 비용도 약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 바뀐 새 규정에서 발굴현장 조사일수만 채우면 ‘조사원’ 자격을 주도록 한 조처나 ‘지도위원회’가 전면 폐지되어 유적의 학술적·문화재적 가치를 평가하는 과정이 밀실로 들어가는 현상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권 교수는 “매장문화재는 한번 사라지면 그것으로 끝”이라며 “다수의 유적이 파괴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적절한 기간과 비용을 들인 충분한 조사, 충실한 기록 등 최소한의 대접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정부가 추진중인 발굴 허가, 관련 업무의 지방 이양도 ‘숨은 불씨’다. 한국고고학회 등은 대통령 소속 지방분권촉진위원회가 지난해부터 중앙정부 권한인 매장문화재 발굴허가권과 관리권을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하는 작업을 추진하는 데 맞서 저지운동을 벌이고 있다. 전문성 없고 개발정책 위주인 지자체에 이관될 경우 졸속 발굴과 마구잡이 개발로 문화재 훼손 사례가 빈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권 교수는 “문화재 보존·관리라는 책무와 지역 개발 목표가 상충할 경우 지자체가 과연 무엇을 택하겠는가”라며 “문화재 보존·관리는 중앙정부의 전문기관에서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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