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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로 고대 동아시아 한자문화 전파·교류상 엿보기

등록 2012-10-09 19:22

1990년대 평양시 낙랑구역 정백동 364호분에서 출토된 <논어> 죽간의 사진. 전한시대 원제 때 작성된 호구부와 같은 공문서도 함께 발굴돼, 무덤의 주인은 낙랑군부 소속의 관리로 추정된다. 죽간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고 위·아래·중간 부분에 끈으로 묶어서 썼던 흔적이 남아 있어, 중국 허베이 정주한묘에서 출토된 기원전 55년께 만들어진 <논어> 죽간과 같은 계통의 판본으로 여겨진다.  성균관대학교출판부 제공
1990년대 평양시 낙랑구역 정백동 364호분에서 출토된 <논어> 죽간의 사진. 전한시대 원제 때 작성된 호구부와 같은 공문서도 함께 발굴돼, 무덤의 주인은 낙랑군부 소속의 관리로 추정된다. 죽간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고 위·아래·중간 부분에 끈으로 묶어서 썼던 흔적이 남아 있어, 중국 허베이 정주한묘에서 출토된 기원전 55년께 만들어진 <논어> 죽간과 같은 계통의 판본으로 여겨진다. 성균관대학교출판부 제공
‘지하의 논어, 지상의 논어’
1990년대 평양시 낙랑구역 정백동 364호 고분에서 고대 낙랑군 산하 25개 현의 호구 수를 집계한 ‘호구부’와 함께 ‘선진’·‘안연’ 편의 내용을 담은 120매가량의 <논어> 죽간(대나무에 글씨를 쓴 고대 문서)이 출토됐다. 그동안 출토 사실만 알려졌던 이 자료들은 2009년께 실물을 찍은 사진이 공개되면서 후속 연구에 불을 댕겼다. 특히 <논어> 죽간은 중국과 일본에서 출토된 간독(죽간·목간 등을 일컫는 말)들과의 비교를 통해, 고대 동아시아 한자 문화의 전파와 교류상을 엿볼 수 있는 실마리란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최근 출간된 <지하(地下)의 논어, 지상(紙上)의 논어>(성균관대출판부)는 고대 동아시아 자료 연구에 주력해온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산하 동아시아자료학연구회의 일차 연구 성과를 묶은 책이다. 평양 <논어> 죽간의 자료 공개와 판독을 주도했던 이성시 일본 와세다대 교수와 윤용구 인천도시공사 문화재담당관 등 한·중·일의 자료학 연구자들이 <논어> 자료를 바탕으로 고대 동아시아 사회를 연구한 내용을 담았다.

평양 정백동 출토 <논어> 죽간이 관심을 끈 이유는 가장 오래된 <논어> 문헌자료로 꼽히는 중국 허베이성 딩저우(정주) 출토 ‘정주한묘죽간’(정주간) <논어>와 계통적으로 비슷하기 때문이다. 둘 다 8촌(18.4㎝)가량의 작은 크기인데도 죽간의 세 군데를 끈으로 묶도록 되어 있고, 아래위 10자씩 균일하게 글자가 씌어 있다. 정주간 <논어>는 기원전 55년께, 평양 <논어>는 이보다 약 10년 뒤쯤 묻힌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부터 한나라 선제·원제 때 이미 통일화된 <논어> 판본이 전국에 보급됐으며, 휴대용으로도 나올 만큼 필수 교양서·학습서로 널리 읽혔음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지하의 논어, 지상의 논어
지하의 논어, 지상의 논어

또 평양 정백동 364분 묘주는 낙랑군의 행정 담당관리일 가능성이 높아, 평양 <논어> 죽간은 한대 변경지배의 전형적 형태를 보여주는 사료로도 가치를 지닌다. 윤재석 경북대 교수는 “기원전 1세기 무렵 <논어>로 상징되는 유교문화와 이데올로기가 한 제국의 내군은 물론이고 예속관계에 있는 변경 지역의 군에까지 확산되어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평양 <논어> 죽간 외에 국내에서 출토된 <논어> 문헌자료로는 경남 김해 봉황동과 인천 계양산에서 출토된 목간 2점이 있다. 이들은 각각 4~5세기와 6~7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돼, 한반도 삼국에서도 중국처럼 유학이 정치·문화계 주류를 이루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일본에서도 6~8세기께로 추정되는 29점의 <논어> 문헌자료가 출토된 바 있어 “고대 동아시아 지역에서 율령에 의한 통치, 그와 병행된 통치이념의 보급을 보여준다”는 설명(김경호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교수)이다.

이성시 교수는 <논어> 등 고대 문헌자료들이, 고대 동아시아에서 중국 황제와 주변 민족들 사이의 책봉체제에 따라 한자문화의 전파·수용이 이뤄졌다고 보는 기존 관점을 무너뜨린다고 봤다. 신라의 경우 중국과의 책봉관계는 실질적으로 564년께 이뤄졌다고 볼 수 있는데, 6세기 전반께로 추정되는 비문이나 목간의 존재는 신라에 그 이전부터 한자·유교·율령 등 이른바 ‘동아시아 문화’가 널리 퍼져 있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의 문화가 그대로 전파되는 것이 아니라, 수용자의 선택적 수용에 따라 새로운 변용이 더해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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