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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은 또다른 항일독립투쟁 거점

등록 2012-10-16 18:56수정 2012-10-16 20:57

우당 이회영과 그 가족이 1919~20년 살았던 중국 베이징 시내 구러우둥다제 허우구러우위안 후퉁(골목). 당시 이회영의 집은 신채호, 김규식, 김창숙 등 독립운동가들과 심훈 같은 유학생들이 자주 드나들어 늘 북적였다고 한다. 지금은 대강의 집터만 확인 가능하다.
우당 이회영과 그 가족이 1919~20년 살았던 중국 베이징 시내 구러우둥다제 허우구러우위안 후퉁(골목). 당시 이회영의 집은 신채호, 김규식, 김창숙 등 독립운동가들과 심훈 같은 유학생들이 자주 드나들어 늘 북적였다고 한다. 지금은 대강의 집터만 확인 가능하다.
이회영 순국 80돌 국제학술회의
신채호·이을규·이정규·김창숙 등
‘상하이 임정’ 비판세력 활약지
항일운동 결집 위한 ‘민족유일당’ 촉발
한-중 연대투쟁의 요충지 역할도
1919년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수립된 곳인 중국 상하이는 일제강점기 가장 대표적인 독립운동 근거지로 꼽힌다. 반면 베이징 지역은 독립운동사 연구에서 상하이에 견줘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최근 들어 학계의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베이징은 20세기 초 중국의 ‘신문화운동’과 ‘5·4운동’이 일어난 곳이고 자유주의·사회주의·공산주의와 같은 새로운 사상적 흐름들의 본산지인데, 상당수 독립운동가들이 그곳에 머물며 영향을 받았다.

우당이회영선생기념사업회와 신흥무관학교기념사업회는 지난 12일 중국 베이징대학에서 ‘베이징에서의 한국 독립운동과 이회영’이라는 주제로 국제학술회의를 열었다. 한중수교 20년, 우당 이회영 순국 80년을 맞아 우당을 비롯해 베이징에 머물렀던 독립운동가들의 활동을 살펴보고 독립운동의 또다른 근거지였던 베이징의 의미를 조명해보자는 취지로, 베이징대 역사학과와 단국대 동양학연구원이 주관한 행사다.

지난 12일 중국 베이징대학 역사학과 회의실에서 열린 ‘베이징에서의 한국 독립운동과 이회영’ 국제학술회의 참석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 12일 중국 베이징대학 역사학과 회의실에서 열린 ‘베이징에서의 한국 독립운동과 이회영’ 국제학술회의 참석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기조강연을 한 윤경로 한성대 명예교수는 한국 독립운동사에서 베이징이 지닌 의미를 네 가지로 요약했다. 신사상·신문화의 수용 통로였다는 점, 상하이 중심의 임시정부에 대한 비판세력의 거점이었다는 점, 곳곳에 분산된 독립운동 세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한 ‘민족유일당’ 운동의 촉발지였다는 점, 정의와 평화를 위한 한-중 연대투쟁의 현장이었다는 점 등이다. 또 무장독립운동을 준비하던 만주지역과 중국 내륙을 연결할 수 있는 지리적 요충지라는 장점도 거론했다.

베이징 지역의 독립운동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아나키즘’에 영향을 받은 활동이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크로폿킨의 ‘상호부조론’을 중심으로 삼은 아나키즘은 1920년대 중국에서 유행했던 대표적인 신사조였는데 차이위안페이를 비롯해, 리스쩡·우즈후이·루쉰 등 당대 중국 지식인들에게 큰 영향을 줬다. 이회영을 비롯해 신채호·이을규·이정규·정화암·류자명 등 베이징에 머물던 한국인 독립운동가 그룹 역시 아나키즘의 영향을 받고 중국 지식인들과 교분을 나눴다. 발표에 나선 왕위안저우 베이징대 교수는 “중국의 진보적 지식인들은 한국의 3·1운동으로부터 영향을 받았고, 한국 독립운동이 중국과 동아시아, 세계에 미치는 의의를 높이 평가했다”며 당시 베이징대의 중국 지식인들과 한국인 아나키스트들 사이의 밀접한 교류를 살폈다.

박걸순 충북대 교수는 1924년 재중국조선무정부주의자연맹 결성, 밀정·변절자 암살을 실행한 다물단·의열단의 활동 등 베이징 아나키스트 독립운동가들의 구체적인 활동들을 정리했다. 그는 특히 “이회영은 민족주의와 국제주의를 서로 배타적인 관계가 아닌 상보적 관계로 이해한 ‘개방적 민족주의’를, 류자명은 한-중 연대에서 출발한 ‘동아시아 반일 국제연대론’을 보여줬다”며 베이징 아나키스트들이 펼친 ‘국제 연대’ 구상에 주목했다.

또 베이징 지역 독립운동은 상하이 임시정부에 비판적이었다는 특징이 있다. 1920년 박용만 등을 중심으로 베이징에서 조직된 ‘군사통일촉성회’는 임시정부가 위임통치를 주장한 이승만을 대통령직에 유임시키는 등 외교에만 치중한 노선을 추구한다며 맹렬히 비판했다. 임시정부 안에서 사사로이 당파 싸움을 벌인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최기영 서강대 교수는 “이회영은 임시정부 수립에 참가했다가 실망하고 베이징으로 돌아왔다”며 “외교를 중시한 임시정부의 노선에 반대한 신채호·김창숙 등이 이회영의 집을 자주 찾았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에서 주목받는 한국사 연구자로 꼽히는 쑨커즈 푸단대 교수는 재중 한인 독립운동 연구에 새로운 관점을 도입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중국에서의 독립운동이 다양한 계열·단체·지역으로 나눠져서 펼쳐졌는데, 이들을 제각기 파편적으로 연구하기보단 서로의 ‘관계’에 초점을 두고 연구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접근한다면 한인 독립운동을 유기적인 하나의 통일체로 파악할 수 있다는 제안이었다.

이날 뒤이어 진행된 토론에는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김명섭 강남대 교수, 쑹청유 베이징대 교수,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실장 등이 나와 발표 내용에 대해 열띤 질의와 토론을 벌였다. 글·사진 베이징/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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