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와 생명의 불
살만 루슈디 지음, 김석희 옮김/문학동네·1만2000원
살만 루슈디 지음, 김석희 옮김/문학동네·1만2000원
살만 루슈디라는 이름을 들으면 떠오르는 건 <악마의 시>와 이로 인한 이슬람 세계와의 갈등, 살해 위협, 잠적, 은둔 같은 단어들이다. 이처럼 무겁고 어두운 이미지의 작가지만 그는 아들을 위해 동화를 쓰는 자상한 아버지이기도 하다. 1990년 첫째 아들을 위해 <하룬과 이야기 바다>를 쓰고 18년이 흐른 뒤 그는 늦둥이 밀란을 위해 <루카와 생명의 불>을 썼다.
등장인물인 이야기꾼 아버지 라시드와 아들 루카는 루슈디 부자로 읽힌다. 쉰살에 둘째를 얻은 루슈디는 아들이 장성할 때까지 지켜주지 못할까봐 근심이었다는데 같은 처지의 라시드는 어느 날 갑자기 깊은 잠에 빠져든다. 아버지가 빠진 죽음과도 같은 잠이 자기 탓이 아닐까 책망하던 루카에게 아버지와 똑같은 모습의 투명한 유령이 나타나 아빠를 죽음의 세계로 데려가려고 한다. 아버지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마법세계에 들어가 지식의 산꼭대기에 도착해서 생명의 불을 가져오는 것뿐이다. 루카는 자신도 모르게 펼쳤던 마법의 힘으로 서커스단에서 탈출시킨 곰 ‘멍멍이’, 개 ‘곰돌이’, 그리고 아버지를 닮은 유령인 ‘아무버지’와 함께 마법세계로 모험을 떠난다.
루슈디는 아들이 즐기는 비디오게임을 보면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한 단계의 과제를 해결하면 더 높은 단계의 모험과 장애물들이 나타나는 식의 전개가 게임과도 흡사하다. 여기에 루슈디 특유의 자유자재로 언어를 가지고 노는 현란함과 신비로움 가득한 상상, 날카로운 지적인 면모가 촘촘히 박혀 있어 어른이 읽는 문학작품으로도 손색없다. 품위 있고 지적이며 기발한 루슈디의 ‘해리 포터’ 시리즈라고 할 만하다. <하룬과 이야기 바다> 개정판도 함께 출간됐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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