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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단체들 “유신헌법은 불법…무효화해야”

등록 2012-10-19 20:42수정 2012-10-19 22:36

유신 40년 맞아 심포지엄서 주장
긴급조치 피해자 재심 ‘무죄’에도
‘유신헌법을 기준으로 판단’ 여전
“국민자유·권리 제한 등 부당” 비판
‘유신 40년’을 맞아 유신체제에 대해 다양한 각도에서 학계의 비판과 성찰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유신헌법 자체가 ‘불법적 헌법’이므로 이를 법률적으로 무효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오동석 아주대 교수(법학)는 19일 학술단체협의회 주관으로 열린 ‘2012년 오늘, 유신을 말하다’ 심포지엄(서울 운니동 덕성여대 평생교육원)에서 ‘유신헌법의 불법성과 반민중성’이란 발표문을 통해 “유신헌법은 ‘불법적 헌법’”이며, “적어도 긴급조치에 관한 조항만큼은 원천적으로 무효화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유신헌법의 불법성 청산은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 최근 몇년 사이 유신헌법에 따른 긴급조치 위반(1·4·9호)으로 유죄를 선고받았던 사람들이 ‘긴급조치는 위헌’이라는 법원의 판단에 근거해 재심에서 무죄를 인정받기도 했다. 그러나 법원 쪽이 유신헌법에 의거한 긴급조치의 위헌성을 밝히기 위해 당시 헌법인 유신헌법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등 여전히 유신헌법은 그 효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오 교수가 주목한 것은 독일의 법 철학자 구스타프 라트부르흐(1878~1949)의 ‘법률적 불법’이란 개념이다. 그는 “극도로 부정의한 실정법은 법이 아니다”라는 라트부르흐의 공식 등을 참조해 유신헌법을 어떻게 ‘불법적 헌법’으로 규정할 수 있는지 고찰했다. 실제로 유신헌법은 1961년의 5·16 군사쿠데타와 1969년 3선개헌 등 이미 헌정질서를 파괴한 행위들이 모태가 됐고, 1972년 선포된 유신헌법 자체도 10월17일 대통령이 자의적으로 발령한 ‘비상조치’라는 불법 행위에 근거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내용을 보더라도 국가안전보장을 이유로 들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고 권력분립의 원리를 침해하는 등 정당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 교수는 따라서 “유신헌법은 ‘불법’이라 볼 수 있으며, 적어도 유신헌법 가운데 긴급조치에 관한 조항만큼은 ‘라트부르흐 공식’에 입각해 원천적으로 무효화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특히 긴급조치 조항을 무효화하기 위해 “현행헌법에 근거해 위헌 판단을 내리거나 초헌법적인 기준으로부터 ‘유신헌법의 불법’ 판단을 추론하는 것이 좋다”고 그는 주장했다. ‘신헌법 우선’의 원칙에 따른다면, “이 헌법 시행 당시의 법령과 조약은 이 헌법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한 그 효력을 지속한다”는 헌법 부칙 5조에 의거해 현행헌법에 위배되는 긴급조치 조항을 위헌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 주장대로라면, 헌법재판소는 위헌법률심판으로 유신헌법의 긴급조치에 대해 무효 결정을 할 수 있고, 법원 또한 헌법상 부칙조항에 따라 긴급조치에 대해 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앞으로 학계·법조계의 후속 논의가 주목된다.

이밖에 심포지엄에서는 유신체제의 자본축적 메카니즘과 지배이데올로기, 새마을 운동과 동원체제, 박정희의 리더십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이뤄졌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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