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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한국 근대사 ‘민주주의 관점’에서 보자”

등록 2012-10-30 20:17

1894년 일어난 동학농민운동의 기념 조형물(맨 위 사진)과 1898년 서울 대한문 앞에서 열린 독립협회의 만민공동회 광경. 한국 근대사의 고비가 됐던 이 사건들을 김정인 교수는 ‘민주주의가 발전해온 역사’로 읽어보자고 제안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1894년 일어난 동학농민운동의 기념 조형물(맨 위 사진)과 1898년 서울 대한문 앞에서 열린 독립협회의 만민공동회 광경. 한국 근대사의 고비가 됐던 이 사건들을 김정인 교수는 ‘민주주의가 발전해온 역사’로 읽어보자고 제안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역사속 민주주의’ 주제 전국역사학대회
“근대사 해석 민족주의에 압도돼
갑오개혁·만민공동회·임시정부 등
민주주의 열쇳말로 재구성 필요”
그동안 국내 역사학계에서는 한국의 근대를 움직인 가장 강력한 동력으로 ‘민족주의’를 꼽는 경향이 강했다. 동학농민운동이나 3·1운동,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과 다양한 노선의 반제국주의 독립운동을 풀이하는 열쇳말도 언제나 민족주의였다. 그런 탓에 민족주의에 대한 지나친 강조를 우려하는 지적 또한 없지 않았다.

지난 26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열린 55회 전국역사학대회는 이런 민족주의 편향을 벗어나려는 의지가 도드라졌다. ‘역사 속의 민주주의’를 공동주제로 삼아 역사학대회 사상 처음 민주주의를 논의의 전면에 내세운 것부터가 그러하다. 이런 맥락에서 눈길을 끈 것은 공동주제 발표자인 김정인 춘천교대 교수의 발표문이다. 그는 ‘근대 한국 민주주의 문화의 전통 수립과 특질’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민주주의가 오늘의 한국적 현실을 역동적으로 이끌어온 이념체계라는 데 이견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민족주의의 압도로 민주주의의 역사성 규명은 외면당하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민족주의에 집중해 풀이해왔던 한국 근대사를 민주주의적 역사관으로 재구성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김 교수는 민주주의가 외부에서 이식된 제도라기보단 가치나 신념, 행동을 매개하는 그물망으로서 ‘문화’라고 보고, 한국 근대의 민주주의는 ‘내재적 발전’을 통해 자리잡았다고 설명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그동안 주로 민족주의란 열쇳말로 풀이했던 1894년 동학농민운동과 갑오개혁, 1898년 독립협회의 만민공동회가 주도한 의회개설 운동, 1919년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탄생 등 세 번에 걸친 한국 근대사의 상징적 국면을 민주주의란 열쇳말로 새롭게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선 말 유교의 위계적 사회 질서에는 균열이 일어난다. 하나님·한울님 앞에 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강조하는 서학과 동학이 등장해 민주주의 문화를 확산하는 지렛대가 됐고, 이로부터 나타난 조직적 저항이 바로 동학농민운동이다. 김 교수는 동학농민운동의 민주주의적 성격은 인민 자치 기구인 ‘집강소’ 설치와 신분제 철폐 등을 담은 ‘폐정개혁안’ 요구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이는 신분 차별을 제도적으로 폐지한 갑오개혁으로 이어졌다고 고찰한다. 전제군주정을 강화하는 흐름에 맞서 의회 개설 운동을 펼친 독립협회와 만민공동회의 운동, 식민지 시기 국권을 회복하려 했던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등도 그 내용은 언제나 민주주의의 실현이었다고 그는 풀이했다.

특히 김 교수는 ‘민주주의는 개인주의에 기반한다’는 기존의 관점을 “관성적 편견”이라고 거부하고, 민주주의의 실현 주체를 민족과 같은 집단으로 인식하는 ‘집단 민주주의’ 개념을 새롭게 내놨다. 개인 민주주의와 집단 민주주의는 자치를 매개로 해 서로 연관성을 지니고 존립하는데, 식민지 시기 한국에선 “개인의 자유·평등·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민족의 자유와 평등과 생존권 확보를 선결해야 한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었다는 것이다. 거꾸로 보면, 민족의 독립은 곧 민주주의의 원리에 따라 구현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다는 것을 말해준다는 게 그의 견해다.

김 교수가 제시한 접근법은 오늘날 우리 사회의 가장 큰 화두인 민주주의에 대해 그 역사적 맥락과 성격을 복원하고 되새기게 한다. 그는 “독립운동 과정에서 집단 민주주의가 개인 민주주의를 압도했던 과거는 오늘날까지 영향을 끼쳐 개인 민주주의 혹은 자유주의를 위축시키고 있다”며 집단 민주주의가 낳은 폐해도 지적했다. 그동안 잊혔던 민주주의를 화두로 삼아 한국 근대사를 성찰해보면, 오늘날 우리가 당면한 민주주의의 문제와 지향점에 대해 더욱 잘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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