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Hello), 도시락 편지
신정순 글, 임은진 그림/재미마주·8000원
신정순 글, 임은진 그림/재미마주·8000원
시카고에서 초등학교에 다니는 4학년 별이는 3년 전 미국에 왔다. 아마도 별이가 미국 지사 발령을 받은 아빠를 따라간다고 했을 때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을 게다. 어학연수니 조기유학이니 하는 게 선망의 대상인데 온 가족이 미국으로 간다니 얼마나 어깨가 으쓱했을까.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별이의 삶은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 미국에 와서 엄마는 좋은 집에 살고 싶다는 별이의 바람을 듣고 생활 전선에 뛰어든데다 영어를 못한다는 이유로 별이의 학교에 찾아오지 않는다. 늘 피곤에 지친 엄마 탓에 별이는 도시락도 자기가 싼다. 별이는 친구들의 도시락 속에 다정하게 담겨 있는 편지를 부러워하다가 자기가 직접 엄마처럼 자신에게 보내는 도시락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그리고 아이들의 눈높이로 쓴 이 가짜 편지가 인기가 커지면서 별이의 거짓말도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헬로, 도시락 편지>는 미국 초등학교에서 교사와 통역사로 일한 적 있는 지은이가 쓴 동화다. 가상의 스토리지만 낯선 땅을 밟고 거기에 적응하기 위해 애써본 사람이라면 비슷한 경험을 해봤을 법하다. 경험하지 않았더라도 낯선 동네, 이질적 문화에 흡수되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이 동화는 안쓰러운 시선과 따뜻한 화법으로 이야기한다.
갑자기 학교를 찾아온 엄마 탓에 가짜 편지가 발각된 다음 별이는 왕따가 된다. 다른 모습과 다른 행동습관으로 외국에서 왕따가 되는 아이들도 드물지 않다. 하지만 별이는 엄마와 아빠의 지혜로운 해결로 다시 따뜻한 가족의 울타리를 복원한다. 결국 세상 어디서건 아이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는 건 부모다. 책 뒤편에는 작가가 직접 쓴 영문판 내용이 실려 있어 영어 공부를 하는 아이들이 함께 읽어볼 만하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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