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림보>
김한민 글·그림/워크룸프레스·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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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돌파구를 아는 존재다. 우리는 돌파구를 찾는 존재다.”
이런 선언을 내뱉으며 6명의 청년들은 지독한 세상에 맞서는 전투를 시작한다. 그들만의 공동체 ‘잠시정부’를 꾸린 그들은 ‘림보’(Limbo) 족이다. 가장자리를 뜻하는 라틴어 ‘림부스’에서 유래한, 세상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자들의 이름이다.
<한겨레> 토요판에 ‘감수성 전쟁’ 카툰을 연재해온 작가 김한민씨의 신작 <카페 림보>는 여러모로 독특한 그림 소설이다. 단말마의 비명 같은 지금 세상살이의 처연한 이미지들이 우선 육박해오고, 림보족 청년 ‘머리’, ‘손’, ‘혀’, ‘발’, ‘배’, ‘더듬이’가 기록한 고통스러운 전쟁 혹은 모험의 시어들을 텍스트로 읽는다. 책 속 배경은 가상의 세상으로 설정되지만, 기실 지금 신자유주의 시대의 속물군상을 지배세력인 ‘바퀴족’으로 바꾼 것 외엔 지금 우리 일상의 강퍅한 재현이다. 서로 싸우고 짓밟는 경쟁의 지옥으로 변한 직장·학교·지하철·결혼 등의 생존 현장이 음울한 흑백 톤으로 명멸한다. 림보족 청년들은 이런 전장 속을 헤치며 1년간 스스로 존재의 의미를 찾는 전쟁을 치르게 된다. 잠시정부 총수 ‘뒤통수’가 이들에게 내린 임무는 세 가지. 먹고 사는 기계로 전락한 바퀴족에게 최대한 타격을 가할 것, 이 답답한 세상을 탈출한 루트를 확보할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거울을 찾는 것이다.
쓰고 먹고 싸는 모든 것을 상품으로 만들고, 서로를 헐뜯으며, 나에 대한 생각 자체를 싫어하는 바퀴족 사회에 틈을 내보려는 림보 청년들의 작전은 번번이 실패한다. 34살이 되면 바퀴족으로 돌변하는 운명을 벗어나기 위해 ‘나’를 비춰줄 거울을 찾으려 하지만, 직장도 없고 소속도 없고 삐딱한 생각만 활개 치는 그들은 냉대 속에 무너져간다. 돌파구는 영영 사라져버린 것인가. 여느 카툰과는 다른 파격적이고 잔혹한 필선, 펭귄과 바퀴벌레풍으로 묘사된 이 시대 통속남녀와 좌절한 림보족 청년들의 몰골이 아픈 잔상으로 남는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도판 워크룸프레스 제공
<카페 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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