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동학연구 대가 최동희 교수 최옥 글 담은 ‘근암집’ 펴내

등록 2005-08-11 17:49수정 2005-08-11 18:41

“천도교, 퇴계사상 영향 받았어요”
수운 최제우의 부친인 근암 최옥(1762~1840)의 글을 담은 <근암집>(창커뮤니케이션 펴냄)이 나왔다. 근암은 퇴계학을 이은 영남의 거유였다. <근암집>은 퇴계학 연구 뿐 아니라 한국 근대사 변혁의 횃불을 든 수운 최제우의 사상적 뿌리를 탐문하는 근거가 될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오랜 노력 끝에 이 책을 펴낸 최동희(80) 고려대 명예교수를 만났다. 최 교수는 수운의 <동경대전>을 우리말로 옮긴 동학(천도교) 연구의 대가다. 그는 “<근암집>과 <동경대전>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으리라는 기대로 방대한 번역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수운이 “아버지의 이름이 경상도 일대를 덮었다”고 할 만큼 근암은 이름 난 유학자였다고 한다. 근암은 10대 때부터 고향의 향시에 16번 나가 모두 합격할 만큼 천재적이었으나 이미 부정이 횡횡했던 과거에 번번이 낙제해 50이 넘어서야 출사를 포기한 채 경주 구미산에 용담정을 짓고 학문에만 전념했다. 근암은 60살이 넘어 얻은 수운이 16살 때 세상을 뜨기까지 수운의 학문적 뿌리를 다져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근암은 퇴계의 영남학파를 이어받아 삶 속에서 충실히 실천하는 신도였지요.” 최씨는 천도교가 유학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대부분의 천도교인들이 인정하려 하지 않지만 천도교인들이 쓰는 ‘도호’에 근암처럼 동암, 덕암 등 모두 ‘암’자가 들어가는 것도 이런 영남학파의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우리민족은 오랜 옛날부터 ‘무궁한 세계’를 ‘ㅎ+아래아 ㄴ+아래아+ㄹ’로 불렀지요. 용비어천가에도 나오지 않습니까. 중국에선 태극과 상제로 이해한 주자학의 ‘리’()를 퇴계는 우리의 전통 문화 속의 ‘ㅎ+아래아 ㄴ+아래아+ㄹ’로 받아들였지요.”

최 교수는 “이런 퇴계 사상의 영향 아래 자란 수운이 자신이 깨달은 궁극인 ‘천()’과 같은 경지를 천주교인들도 믿는 것으로만 이해하고, ‘천주’라는 말에 상당한 호감을 느낀 것 같다”고 보았다. “당시는 천주교가 서학이라 하여 조정으로부터 탄압을 받던 때였지요. 수운은 ‘천주’를 우리가 전통적으로 믿어온 ‘ㅎ+아래아 ㄴ+아래아+ㄹ’과 같은 것으로 생각했기에, 처음엔 왜 그토록 조정에서 탄압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지요. 그러나 다음해 동학론을 써서 서학과의 차이점을 분명히 밝혔지요.”

최 교수는 수운이 ‘ㅎ+아래아 ㄴ+아래아+ㄹ 님’이라고 불렀고, 동학 안에 세력이 강했던 평안도 용천 지역의 발음대로 동학에선 한울님이란 말이 정착했다고 분석했다. 최 교수에게 <근암집> 발간은 우리의 전통인 ‘ㅎ+아래아 ㄴ+아래아+ㄹ’과 퇴계의 ‘리’(), 한울님으로 이어지는 맥락에 대한 연구를 가다듬는 계기가 된 것이다.

글·사진 조연현 기자 ch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