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영국귀족의 로마 조기유학 열풍
그랜드 투어설혜심 지음
웅진지식하우스·2만3000원 18세기 영국 귀족들은 자식을 프랑스나 이탈리아로 보내 외국어와 세련된 매너, 외교술 등을 배워오게 했다. 엘리트 교육의 최종단계인 이 해외여행을 ‘그랜드 투어’라고 불렀다. <그랜드 투어>는 지금의 조기유학과 어학연수 열풍의 기원인 그랜드 투어의 역사를 추적한 책이다. 설혜심 연세대 사학과 교수가 ‘이야기로서의 역사’를 재미나게 들려준다. 그랜드 투어는 2~3년이 기본이고, 파리와 로마가 필수 코스였다. 여행자 평균 나이는 18살. 3년 일정이면 프랑스에서 시작해 이탈리아, 독일이나 네덜란드 등을 돌고 다시 프랑스 파리로 오는 여정이었다. 스페인은 강국이었지만 “볼 것이 없어” 빠졌고, 독일은 “헛간으로 굴러떨어진 기분”을 줄 정도로 형편없어 빨리 지나쳐야 하는 경로였다. 궁극의 목적지는 즐길 거리 많은 국제도시 로마. 괴테는 그곳에서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것 같다”고 했다. 해외 연수·유학을 둘러싼 득실 논쟁은 그 시절도 마찬가지였다. 투어 동행교사였던 애덤 스미스는 “국내에 있었더라면 그렇게 오만하고 부정직하며 방탕하게 변하지는 못했을” 거라고 넌더리를 냈다. 그러나 겉멋 든 유학파 ‘마카로니’들과 달리, 볼테르·괴테·밀턴 등 수많은 지성에게 ‘그랜드 투어 효과’는 컸다. 지은이는 “유럽 지배계급의 동질성을 만들어냈고 예술과 건축의 발달을 촉진했으며 계몽사상을 전파하는 데 공헌했다”고 평가한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녹색도 다 같은 녹색이 아니다
생태학의 역사안나 브람웰 지음, 김지영 옮김살림·3만원
학문마다 색깔이 있다면, 대다수는 ‘생태학’을 ‘녹색’이라 말할 것이다. 녹색은 인간이 지구에서 우월한 존재가 아니기에 환경을 파괴할 권리가 없다며 각성을 요구하는 지성의 색이다. 녹색 학문, 생태학은 19세기 중반 유럽 지식인들이 새로운 사회에 대한 갈증과 기존 소비문명에 대한 비판 등을 토로하는 와중에 태어났다. 하지만 녹색 안에도 다양한 명도·채도가 존재하듯, 생태학은 하나의 얼굴만을 지니고 있지 않다. 역사학자인 지은이는 생태학의 근원과 그 학파의 흐름을 살피면서, 생태학이 페미니즘·우생학·마르크스주의·정당운동 등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되는 양상을 서술한다. 생태학의 자연 중심 사상은 어쩌면 약육강식 세계의 무자비한 경쟁을 신봉하는 사회진화론과도 통할 수 있다. 반자연주의적으로 여겨지는 나치즘도 생태학과 관련이 있다. 나치는 유럽에서 처음 자연보호정책을 폈고, 야생동물 서식지 보호를 시작했으며 내각에 생태주의자들도 입각시켰다. 나치 조종을 받은 프랑스의 ‘비시 정부’도 농민의 역할과 농촌생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생태학은 ‘객관적 과학의 정당성’과 ‘사회과학의 가능성’을 양 날개 삼지만, 이 안에서도 정치적·문화적으로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으며, 다양한 정치이념과 만나 때론 자기모순에 빠지기도 한다. 지은이는 생태주의를 “모든 종류의 대안사상과 사람들을 담을 수 있는 상자, 일종의 정치상자”라고 말한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동양 고전 ‘상서’로 배우는 정치
상서 깊이 읽기-동양의 정치적 상상력
위중 지음, 이은호 옮김글항아리·2만3000원 중국 고대의 임금 요는 ‘덕성’을 검증받은 순에게 임금 자리를 넘겼다. 이들이 ‘요순시대’라 불리는 태평성대를 구가했다는 이야기를 그저 신화와 역사 사이에 있는 중국 고대사의 한 자락으로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바로 여기에서부터 동아시아를 폭넓게 아우르는 문명의 물줄기가 출발했다. 이 출발점을 볼 수 있는 책이 바로 <서경>이라고도 불리는 <상서>다.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고전인 <상서>는 전설 속의 요 임금 때부터 춘추시대의 진목공에 이르기까지 군주들의 행적을 담고 있는 왕실 행정문서다. <상서 깊이 읽기-동양의 정치적 상상력>은 현대 중국의 법학자 위중 쓰촨대 교수가 쓴 <상서> 독서기다. 고문으로 고대사를 담고 있는 <상서>를 전문 연구자가 아닌 일반인이 읽기엔 쉽지 않은데, 지은이는 독자 바로 옆에서 <상서>를 읽고 풀이해주듯 쉽게 그 내용을 전달해주고 있다. 지은이가 <상서>에서 읽어내려 하는 것은 동아시아에서 ‘정치’가 형성된 맥락이다. 원서의 제목은 ‘바람과 풀’인데, 바람과 풀의 관계는 <상서>의 각 편에서 반복적으로 논의된다. “군주가 정치를 행하는 덕은 바람과 같고 백성이 교화되는 덕은 풀과 같아서, 덕으로 백성을 교화하면 따르지 않는 자가 없다”는 것이다. 또 법학자답게 요가 역법을 제정한 일 등을 통해 동아시아에서 정치적 이념이 실제 정치질서로 나타나는 맥락 등도 짚어준다. 최원형 기자
불편한 진실 까발린 예술의 힘
파워 오브 아트
사이먼 샤마 지음, 김진실 옮김
아트북스·2만6000원 2003년 2월 이라크 군사작전 계획을 발표하려던 미국 국방장관 콜린 파월은 거장 피카소의 저주에 휘말렸다. 회견장 뒷벽에 1937년 스페인 내전의 참상을 소재로 그린 피카소의 대작 <게르니카>의 복제그림이 내걸렸던 것이다. 혼비백산한 정부 관계자들이 커튼으로 그림을 덮고서야 회견이 진행됐다. 폭격에 비명 지르는 여인, 숨진 아기들이 고통을 내뱉는 그림 앞에서 전쟁 운운하자니 좀 찜찜했을까. <파워 오브 아트>를 쓴 영국 미술사가 사이먼 샤마는 이 촌극을 “예술의 힘을 역설적으로 인정한 사건”이라고 부른다. “아무리 가리려 해도 가릴 수 없는 것, 그것이 바로 <게르니카>의 의미다.” 그는 책 서두에서 위대한 예술은 두렵고 끔찍하다고 못박는다. 르네상스기부터 현대까지 천재 작가 8명의 창작에 얽힌 극적인 순간들을 샤마의 눈길과 감정으로 되새김한 결론이다. 17세기 바로크 서막을 열어젖힌 살인자 카라바조의 목 잘린 자화상을 필두로 하여 선동미술가 다비드, 소통에 치여 숨진 고흐, 예술의 괴력을 보여준 피카소가 등장한다. 덜떨어진 보통사람이었다가 모진 긴장 속에서 세상의 불편한 진실들을 그리게 된 투쟁의 전말을 샤마의 글로 조근조근 이야기한다. 영국 <비비시>(BBC) 다큐를 위해 직접 명작 현장을 취재한 발품의 미술사다. 4년 전 낸 책의 개정판.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진보정의당, 안철수 대항마로 ‘노회찬 부인’ 김지선 공천
■ 서울시 “대형마트 담배·두부·오징어 등 판매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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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정부 경제팀, 알고보니 ‘미경연’ 출신 많아
웅진지식하우스·2만3000원 18세기 영국 귀족들은 자식을 프랑스나 이탈리아로 보내 외국어와 세련된 매너, 외교술 등을 배워오게 했다. 엘리트 교육의 최종단계인 이 해외여행을 ‘그랜드 투어’라고 불렀다. <그랜드 투어>는 지금의 조기유학과 어학연수 열풍의 기원인 그랜드 투어의 역사를 추적한 책이다. 설혜심 연세대 사학과 교수가 ‘이야기로서의 역사’를 재미나게 들려준다. 그랜드 투어는 2~3년이 기본이고, 파리와 로마가 필수 코스였다. 여행자 평균 나이는 18살. 3년 일정이면 프랑스에서 시작해 이탈리아, 독일이나 네덜란드 등을 돌고 다시 프랑스 파리로 오는 여정이었다. 스페인은 강국이었지만 “볼 것이 없어” 빠졌고, 독일은 “헛간으로 굴러떨어진 기분”을 줄 정도로 형편없어 빨리 지나쳐야 하는 경로였다. 궁극의 목적지는 즐길 거리 많은 국제도시 로마. 괴테는 그곳에서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것 같다”고 했다. 해외 연수·유학을 둘러싼 득실 논쟁은 그 시절도 마찬가지였다. 투어 동행교사였던 애덤 스미스는 “국내에 있었더라면 그렇게 오만하고 부정직하며 방탕하게 변하지는 못했을” 거라고 넌더리를 냈다. 그러나 겉멋 든 유학파 ‘마카로니’들과 달리, 볼테르·괴테·밀턴 등 수많은 지성에게 ‘그랜드 투어 효과’는 컸다. 지은이는 “유럽 지배계급의 동질성을 만들어냈고 예술과 건축의 발달을 촉진했으며 계몽사상을 전파하는 데 공헌했다”고 평가한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위중 지음, 이은호 옮김글항아리·2만3000원 중국 고대의 임금 요는 ‘덕성’을 검증받은 순에게 임금 자리를 넘겼다. 이들이 ‘요순시대’라 불리는 태평성대를 구가했다는 이야기를 그저 신화와 역사 사이에 있는 중국 고대사의 한 자락으로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바로 여기에서부터 동아시아를 폭넓게 아우르는 문명의 물줄기가 출발했다. 이 출발점을 볼 수 있는 책이 바로 <서경>이라고도 불리는 <상서>다.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고전인 <상서>는 전설 속의 요 임금 때부터 춘추시대의 진목공에 이르기까지 군주들의 행적을 담고 있는 왕실 행정문서다. <상서 깊이 읽기-동양의 정치적 상상력>은 현대 중국의 법학자 위중 쓰촨대 교수가 쓴 <상서> 독서기다. 고문으로 고대사를 담고 있는 <상서>를 전문 연구자가 아닌 일반인이 읽기엔 쉽지 않은데, 지은이는 독자 바로 옆에서 <상서>를 읽고 풀이해주듯 쉽게 그 내용을 전달해주고 있다. 지은이가 <상서>에서 읽어내려 하는 것은 동아시아에서 ‘정치’가 형성된 맥락이다. 원서의 제목은 ‘바람과 풀’인데, 바람과 풀의 관계는 <상서>의 각 편에서 반복적으로 논의된다. “군주가 정치를 행하는 덕은 바람과 같고 백성이 교화되는 덕은 풀과 같아서, 덕으로 백성을 교화하면 따르지 않는 자가 없다”는 것이다. 또 법학자답게 요가 역법을 제정한 일 등을 통해 동아시아에서 정치적 이념이 실제 정치질서로 나타나는 맥락 등도 짚어준다. 최원형 기자
사이먼 샤마 지음, 김진실 옮김
아트북스·2만6000원 2003년 2월 이라크 군사작전 계획을 발표하려던 미국 국방장관 콜린 파월은 거장 피카소의 저주에 휘말렸다. 회견장 뒷벽에 1937년 스페인 내전의 참상을 소재로 그린 피카소의 대작 <게르니카>의 복제그림이 내걸렸던 것이다. 혼비백산한 정부 관계자들이 커튼으로 그림을 덮고서야 회견이 진행됐다. 폭격에 비명 지르는 여인, 숨진 아기들이 고통을 내뱉는 그림 앞에서 전쟁 운운하자니 좀 찜찜했을까. <파워 오브 아트>를 쓴 영국 미술사가 사이먼 샤마는 이 촌극을 “예술의 힘을 역설적으로 인정한 사건”이라고 부른다. “아무리 가리려 해도 가릴 수 없는 것, 그것이 바로 <게르니카>의 의미다.” 그는 책 서두에서 위대한 예술은 두렵고 끔찍하다고 못박는다. 르네상스기부터 현대까지 천재 작가 8명의 창작에 얽힌 극적인 순간들을 샤마의 눈길과 감정으로 되새김한 결론이다. 17세기 바로크 서막을 열어젖힌 살인자 카라바조의 목 잘린 자화상을 필두로 하여 선동미술가 다비드, 소통에 치여 숨진 고흐, 예술의 괴력을 보여준 피카소가 등장한다. 덜떨어진 보통사람이었다가 모진 긴장 속에서 세상의 불편한 진실들을 그리게 된 투쟁의 전말을 샤마의 글로 조근조근 이야기한다. 영국 <비비시>(BBC) 다큐를 위해 직접 명작 현장을 취재한 발품의 미술사다. 4년 전 낸 책의 개정판.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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