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사회>의 지은이인 재독철학자 한병철 베를린 예술대학 교수
한병철 새 책 ‘시간의 향기’
‘피로사회’ 이전 출간 책 한국 번역
“치료해야 할 건 개인 아니라 사회
사물 관조하고 사색하는 시간 필요”
‘피로사회’ 이전 출간 책 한국 번역
“치료해야 할 건 개인 아니라 사회
사물 관조하고 사색하는 시간 필요”
지난해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책 <피로사회>의 지은이인 재독철학자 한병철 베를린 예술대학 교수가 새 책 <시간의 향기>(문학과지성사)를 들고 다시 한국을 찾았다.
14일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난 한 교수는 “듣기에만 좋은 달콤한 책들이 ‘힐링’이 아니라 ‘킬링’을 하고 있다”며 “있던 것을 분쇄하고 새로운 다른 것을 창조하기 위해선 ‘언어의 폭력’이 있는 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간의 향기>는 독일에선 <피로사회>보다 한 해 앞서 2009년 출간됐던 책이다. 한 교수는 책 속에서 서구 근대의 계몽주의적 시간관이 늘 끝이 아닌 새로운 것을 향해가는 것을 강요해왔으며, 이 때문에 시간의 ‘안정성’이 무너지고 시간의 고유한 향기가 사라졌다고 진단한다. 곧 이런 시간관은 ‘주어진 것’이 없이 무한한 자유를 보장하는 듯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시간을 노동과 소비에만 붙들어두고 있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스마트폰은 무한한 정보와 시간의 자유를 약속하는 듯하지만, 사람들이 모두 거기에 사로잡혀서 다른 것을 보지 못하지 않냐”며 “자기만의 시간이 아니라 남에게 주는 시간, 사물을 관조하고 사색하는 시간, 목적 없이 배회하는 시간과 같이 노동과 소비에 붙들리지 않는 완전히 ‘다른 시간’을 창조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그는 ‘시간혁명’이라고 불렀다. 무한정한 자유가 결국 자기 자신을 착취하는 폭력이 된다는 <피로사회>의 문제의식과 연작처럼 맞닿아 있다.
한 교수는 <피로사회>가 한국 사회에서 불러일으킨 논란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며, 그 내용 가운데 오해도 있다고 밝혔다. 예컨대 <피로사회>가 ‘연대’를 궁극적으로 부정한 것처럼 받아들여졌는데, 자신은 “연대가 불가능하다는 현실에 대한 냉정한 진찰을 내렸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오히려 ‘시간혁명’의 개념은 어떤 목적도 없이 남에게 나의 시간을 주는 것을 역설하는 등 ‘연대보다 더한 연대’를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로사회>마저 한국 사회에서는 ‘힐링’ 담론으로 소비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나는 <피로사회>에서 ‘분노’를 말했다. 나를 치료하겠다는 ‘힐링’은 ‘킬링’일 뿐이며, 문제는 사회를 치료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피로사회> 이후 2011년에는 <투명사회> <폭력의 위상학>을, 2012년에는 <에로스의 종말>을 펴내며 꾸준히 독일 사회에서 화제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는 최근에는 디지털 문화를 주제로 삼아 새로운 직접 민주주의의 형태에 대해 논하는 책을 집필중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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