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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박 첨지 체면도 엎어버린 꼭두각시 풍자

등록 2013-03-15 19:38수정 2013-03-15 19:53

떼루떼루
박연철 글·그림
시공주니어·1만1500원
박 첨지는 양반인 체, 점잖은 체, 늘 명분과 체면을 차리는 노인이다. 그에게는 장난기 심하고 예의 없는 손자, 딸 피조리, 부인인 꼭두각시와 같은 가족들이 있다. 어느 날 용강에 사는 이시미(용이 되려다 실패한 구렁이)가 나타나 사람과 동물을 잡아먹으며 가뭄을 일으키는데, 박 첨지의 가족들도 하나씩 이시미에게 ‘덥석’ 잡아먹힌다. 이시미를 잡으러 간 박 첨지 역시 이시미한테 잡아먹힐 위기에 처하는데….

이 괴이한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전통 민속인형극인 ‘꼭두각시놀음’에 나오는 이야기다. 실험적인 그림책 작가로 꼽히는 박연철 작가의 새 책 <떼루떼루>는 꼭두각시놀음 고유의 맛을 최대한 살려서 만들어낸 작품이다. 직접 나무를 깎아서 만들어낸 등장인물에 손수 바느질·염색을 한 천을 이용해 장식을 입히고, 이를 사진으로 찍어 그림책으로 만들었다.

많은 민속문화가 그렇듯, 꼭두각시놀음 역시 풍자와 해학이 주된 뼈대다. 박 첨지는 평소 나이를 앞세우고 점잔을 빼는 인물이지만, 이시미에게 잡아먹힐 위기에 처하자 체면 따윈 버리고 조카인 딘둥이(홍동지)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한다. 그러나 나중엔 “그놈이 날 살렸나, 내 목숨이 길어 살았지”라고 말한다. 동네 제일 가는 장사인 딘둥이는 이시미를 때려잡고 박 첨지를 구해주지만, 이시미가 갖고 있는 야광구슬을 팔아 인천 제물포에서 큰 부자가 되어 잘 산다.

이야기는 선한 것과 악한 것을 도식적으로 가르지 않는 대신, ‘인간 자체의 모습을 보라’고 한다. 세상 모두를 풍자하고 놀이로 흥겹게 승화시키는 우리 전통문화의 독특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전통적인 꼭두각시 인형 같으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세련된 느낌을 주는 인형의 모습에서 보듯, 작가는 전통문화를 최대한 활용하고 이어받는 데 그치지 않고 특유의 독창적인 색채를 덧입혔다. 시대를 뛰어넘는 ‘박연철표’ 꼭두각시놀음의 탄생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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