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3월 15일 잠깐독서

등록 2013-03-15 20:03수정 2013-03-15 21:44

욕쟁이·‘남친 따라쟁이’가 뛰는 구호현장

국경 없는 괴짜들
신창범 지음/한겨레출판·1만3000원

매일 이어지는 야근에 상사로부터 앞차기, 옆차기, 헤드록을 당하며 윤기 없는 생활을 하던 평범한 대기업 직장인에게 어느날 ‘신의 직장’이 계시처럼 가슴을 타고 떨어졌다. 한 의사 선배가 찍어온 ‘섹시 작렬’ 하얀 조끼를 입은 국경없는의사회. “냉장고에 뭐가 있냐”는 황당면접을 통과하고 행정담당 직원으로 채용된 그는 ‘자살폭탄’ 테러가 일상인 파키스탄에 첫 발령을 받는다. “하얀 조끼가 섹시해서” 지원한 그가 처음 받은 지침이 하필이면 ‘하얀 조끼 금지령’. 자칫 테러 표적이 된다나? 슈바이처나 테레사 수녀 같은 인도주의자로 그득하리란 생각도 이내 깨졌다. 욕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 이혼 뒤 우울감을 이겨내려 온 사람, 남친 따라온 사람, 별반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 ‘인류’를 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두번째 발령지는 반정부시위가 한창인 예멘. 직원 2명뿐인 그곳에서 겪은 현지인 채용담은 시트콤 뺨친다. 청소부 면접에서 보자기를 뒤집어쓴 여성의 얼굴을 보자고 했다가 “시체실에서 다음날 아침을 맞이할 뻔”하기도 했다. 무정부 상태인 소말리아에선 5분 거리를 이동할 때도 중무장 경호부대를 대동해야 했고, 남수단에선 언제 교전이 터질지 몰라 피난 다니기에 바빴다. 국경없는의사회 말단직원이 지난 2년간 구호현장에서 겪은 좌충우돌 체험담 <국경 없는 괴짜들>은 뉴스로는 결코 알 수 없을 총질과 굶주림의 한복판 이야기를 저자 특유의 발랄 경쾌한 터치로 전달한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동화로 탐구한 ‘내 안에 똬리 튼 부모’

어른을 위한 그림동화 심리 읽기
오이겐 드레버만 지음, 김태희 옮김/교양인·2만8000원

재투성이 아가씨는 어찌 그리 담담하게 계모와 의붓언니들의 구박을 견뎌낼 수 있을까? 독일의 신학자이자 평화운동가, 심리학자인 오이겐 드레버만은 재투성이한테서 ‘착한아이 콤플렉스’를 읽는다. 어머니가 죽었는데도 자신은 살아 있다는 원죄의식을 씻어내고자 ‘착하고 경건하게 살라’는 어머니의 유언대로 살아가려는 것이다. 재투성이는 고난 속에서도 씩씩하고 밝게 살아가지만 내면엔 고독, 불안, 슬픔으로 가득 찬 여성들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확장된다. 지은이는 <재투성이> <라푼젤> <가시장미 공주> <영리한 엘제> 등 그림형제의 동화 네 편을 통해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에서 자기부정적 감정을 지니게 된 여성들이 어떻게 자아를 찾고 구원을 받는지, 또는 좌절하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심리상담가인 저자는 프로이트와 융의 심층심리학을 통해 동화에 숨겨진 상징과 인간의 내면을 탐구한다. 애지중지 기르던 라푼젤을 탑에 가둔 마녀는 애정과 소유욕이 뒤섞인 어머니의 모습이며, 물레에 찔려 백년 동안 잠을 자는 가시장미 공주는 아버지에 조종당해 진정한 여성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소녀를 뜻한다. 아버지로부터 늘 ‘영리하다’는 칭찬을 들은 소녀 엘제가 결국엔 남편으로부터 버림받고 미쳐 방황하는 모습은 열등감을 지닌 아버지의 과도한 기대가 딸을 어떻게 파멸시키는지를 보여준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기죽은 아이도 행복해지는 책모임

도란도란 책 모임
백화현 지음/학교도서관저널·1만5000원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 책을 사기 위해 돈 쓰기를 아까워하지 않는다. 목이 쉴 만큼 책을 읽어주고 책에 삶의 다양한 길이 있다는 걸 의심하지 않지만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고 고학년이 될수록 책읽기는 취미를 넘어 공부에 방해되는 무엇으로 전락한다.

<도란도란 책모임>은 학생들의 자발적인 책읽기 모임을 활성화시키면서 여러차례 관련책을 집필해온 지은이가 쓴 책읽기 모임 안내서다. 지은이가 처음 독서모임을 구상한 건 성적이 떨어지면서 자존감마저 낮아진 자신의 첫째아이를 보면서였다고 한다. 아이의 친구들과 함께 가정 독서모임을 꾸린 뒤 지은이는 아이가 안정된 정서를 되찾고 자신감을 회복하는 과정을 보면서 이걸 재직하고 있는 학교에 적용했다. 그 놀라운 결과는 이미 언론을 통해 많이 알려졌다.

이 책은 여러 독서모임들의 진행과정과 아이들이 직접 느낀 변화들을 주요 내용으로 담았다. 이른바 ‘스펙’ 쌓기 독서토론모임이 아니라 아이들이 책과 친해지고 책에 관해 말문을 열며 지적 욕구를 확장시키거나 행복감을 느끼는 과정이 상세히 실려 있다. 그림책에서 두터운 고전문학까지 친절한 단계별 책 선택법도 꽤 도움이 될 만하다. 책읽기 모임의 ‘밤새워 책읽기’ 캠프를 마친 소감문에서 2학년 이자림 학생은 “우리들은 꼭 시켜야만 하는 아이들이 아니라는 거, 스스로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의 희망”을 깨닫게 됐다고 썼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인터넷의 영향, 석학들이 답하다

우리는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지식의 미래에서 보내온 세계 최고 석학들의 경고와 전망
존 브록만 엮음, 대니얼 힐리스 서문, 최완규 옮김/책읽는수요일·2만2000원

<이기적 유전자>의 리처드 도킨스, <다중지능>의 하워드 가드너, <몰입의 즐거움>의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총·균·쇠>의 제러드 다이아몬드…. 이름만 들어도 ‘와’ 소리가 나올 세계의 석학들을 선생님으로 삼아 하나의 공통된 주제에 대해 릴레이 강연을 들을 수 있다면 어떨까? 1997년 창설된 ‘엣지 프로젝트’(www.edge.org)는 그런 아이디어를 현실에서 실현시킨 지식 프로젝트다.

<우리는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는 엣지재단이 해마다 펼치고 있는 ‘사고의 대통합’ 프로젝트를 담은 책이다. 엣지재단은 해마다 ‘올해의 질문’을 선정해서 수많은 회원들에게 답을 받아내는데, 2010년의 질문이 바로 ‘인터넷은 당신의 사고방식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였다. 책 속에는 이에 대해 150명의 지성들이 제각각 내놓은 답들이 담겼다. 정보기술 미래학자인 니콜라스 카는 “인터넷이 집중하고 사유하는 능력을 갉아먹고 있는 듯하다”며 우려를 내놓은 반면, 테드(TED) 창립자인 리처드 솔 워먼은 “인터넷 덕분에 이해를 가로막는 장벽을 넘어 새로운 패턴을 발견하게 됐다”며 찬탄한다. 짧은 글들이 모였지만, 백사장의 흰 모래처럼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빛난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오세훈 “주민 57% 개발에 동의”…파산 책임론 반박
하루만에 여당서…“한만수·최문기 부적절”
‘막강 파워’ 미래연구원, 어떤 곳?
승부사 내던진 강호동 소심한 변신
남편과 딸은 서로 좋아 죽는데 나는 미워 죽겠어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