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혁명’을 부추기는 사람들 속으로
사생활의 천재들
정혜윤 지음/봄아필1만6000원
‘사생활’과 ‘천재’. 언뜻 어울리지 않아 뵈는 두 단어가 만나, 여운이 묘하다. <기독교방송>(CBS) 라디오의 피디이자, 열정적 독서가로 알려진 정혜윤씨가 쓴 이 책은 첫 장부터 뭔가 당황스럽다. 혼란보다는 모종의 흥분에 가까운 느낌이랄까. 무려 30쪽을 할애해 제목부터 풀어간다. 몽롱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무릎을 쳤다. ‘희망을 이 사이에 깨문 현실주의자.’ 현실의 ‘사생활’에서 희망을 제대로 깨물고 있는 이들을 ‘천재’라 일컫는 것이리라.
“우린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사랑을 나누고 슬픔을 달래고 용기를 내고 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하고 갈등을 풀고 용서를 구하고 용서를 할 줄 알아야 하고 어느 선에선가 타협을 하고 돈을 벌고 일을 하러 가야 하고 가족들을 먹여야 해.”(31쪽)
그리하여 지은이는 자연 다큐멘터리 감독 박수용, 영화감독 변영주, 만화가 윤태호, 야생영장류 학자 김산하, 청년운동가 조성주, 사회학자 엄기호, 정치경제학자 홍기빈, 천문인마을 천문대장 정병호와 함께 희망을 머금은 지금, 여기의 현실을 풀어놓는다. 이들이 어떻게 ‘우리가 가진 유일한 인생’인 일상을 다시 시작하는지, 다시 시작함의 떨림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다시 시작하면서 바꿔가는 일상은 어떻게 희망이 되어가는지를 잔잔히 들려준다.
이 책의 겉모습은 8명의 인터뷰 모음집이지만, 이야기로 들어갈수록 삶의 철학을 논한 인생 지침서이자 삶의 혁명을 부추기는 흥미로운 선전선동문으로 읽힌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전두엽? 변연계? 내 뇌는 어떤 게 발달했을까
그림으로 읽는 뇌과학의 모든 것
박문호 지음/휴머니스트5만8000원
이 책을 읽고 나면, 사람들의 성향을 ‘전두엽이 발달한 사람’, ‘변연계 활동이 활발한 사람’ 같은 새로운 기준으로 나눠 보고 싶어진다. 전두엽은 충동과 즉흥적 행동을 억제시킨다. 사람들이 본능적 욕구에만 충실하지 않고 장기간의 목적 지향적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전두엽 때문이다. 반면 변연계는 감정과 기억을 담당한다. 사람 사이에 교감이 이뤄지는 것은 변연계 덕분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마음 상태에 있는지, 그 물리적 실체는 뇌에 담겨 있다.
<그림으로 읽는 뇌과학의 모든 것>은 인간의 감정과 의식의 실체를 800쪽 가까운 분량에 600여장의 뇌 그림으로 설명하는 노작이다. 10년 가까이 뇌의 신비를 알려주는 대중 강의를 해온 지은이는 뇌를 이해하는 지름길은 뇌 구조를 직접 그려보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 책과 강의를 위해 40권의 수첩에 뇌 그림을 직접 그렸다고 한다. 감각과 운동신호가 어떻게 전달되는지, 본능과 기억, 감정, 사고는 어떻게 형성되는지, 언어 사용은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그림을 보며 뇌의 복잡한 작동원리를 따라가다 보면, 나의 개별성과 보편성을 깨닫게 된다. 나는 다른 사람과 구별되지만 내가 인식하고 있는 ‘자아’나 ‘세계’는 결국 뇌가 만들어낸 가상 세계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의미없이 낄낄거릴 수 있는 ‘힘’이 있는가
예능력-예능에서 발견한 오늘을 즐기는 마음의 힘
하지현 지음/민음사1만3000원
시청자를 웃겨보겠다고 달려드는 수많은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은 때론 조롱의 대상이 된다. “연예인들 나와서 자기들끼리 의미 없이 낄낄대는 걸 뭐하러 보냐”는 것이다. 그러나 정신분석학자의 눈으로 보면,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배울 것’들을 주워올릴 수 있나 보다. <심야 치유 식당>을 비롯해 정신분석학에 뿌리를 둔 삶에 대한 통찰로 한국 사회에서 인기 필자로 자리매김한 하지현 건국대 교수는 새 책 <예능력>에서 “보면 볼수록 예능이란 허투루 볼 것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모든 예능에는 빛나는 주연이 있지만 이들이 빛날 수 있게 ‘받쳐주는’ 조연도 있다. <개그콘서트> ‘달인’의 류담과 노우진이 그렇고, 유세윤·장동민·유상무로 이뤄진 개그 팀 ‘옹달샘’의 유상무가 그렇다. 지은이는 이들로부터 “화려하지 않지만 분명한 존재감을 지닌” 나의 가치를 짚어보자고 말한다. 예능에서 기본 중의 기본인 ‘리액션’을 통해서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리액션을 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울 수 있다고 한다. 김구라 같은 ‘독설 캐릭터’로부터는, “애정과 관심이 바탕이 될 것, 솔직할 것, 분명하고 정확할 것”과 같은 독설의 원칙을 발견한다. 무엇보다 지은이가 강조하는 예능의 가치는 “그저 순수하게 즐기라”는 ‘잉여’의 메시지에 있다. ‘아무 의미 없이 낄낄거리는 것’은 “적극적으로 아무것도 안 하기”의 가치에 충실한 것으로 보면 어떨까 하는 제안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깨달음 몸소 실천한 언행일치 서암스님
그대, 보지 못했는가.
서암 지음, 이청 엮음/정토출판1만6000원
‘깨달음을 외치는 큰 소리는 많으나, 이를 실천하는 삶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른바 ‘고승들’을 지켜본 한 승려의 자조적인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것은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스승에 대한 갈증이다.
그럴 때면 조계종 종정을 지낸 큰 어른이면서도 시봉도 두지 않고 손수 밥과 빨래를 하고, 통일호 열차와 버스를 타고 다녔던 한 인물이 떠오른다. 서암(1917~2003) 스님이다. 그가 입적한 지 10년을 맞아 <그대, 보지 못했는가>가 나왔다. 언행이 일치된 그의 모습에 감명받은 소설가 이청씨가 그의 구술을 엮은 것이다.
1980~90년대 합리성이 결여되고 폭력이 난무하던 ‘마초’ 전성시대에 서암 스님은 전혀 다른 차원에 서 있었다. 그는 일제 때 일본 유학까지 해 불교계에 드문 지성인이었다. 일제 강점기에 30여명밖에 남지 않아 천연기념물 같았던 청정 비구이자 조계종의 유일한 특별선원인 봉암사(경북 문경 희양산) 재건의 1등 공신이기도 했다. 그런데도 그는 왕처럼 법좌에 앉아 3배를 받으며 대중을 하대하는 아만이 없었다.
특히 이 책에선 독립운동가의 아들로 태어나 일경에 짓밟히며 걸인처럼 살며 학교 소사와 절 머슴, 신문배달, 막노동, 고물장수를 하고 폐결핵을 얻은 고난의 대장정이 파노라마로 그려진다. 그런 삶 속에서도 평화로운 미소와 자비의 삶으로 회향할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수행의 진정한 힘이 아닌가. 7일 10시 봉암사에서 열반 10주기 추모법회가 봉행된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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