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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4월 20일 잠깐독서

등록 2013-04-19 19:46

‘파묵’ 전문가가 쓴 국내 첫 해설서

오르한 파묵, 변방에서 중심으로
이난아 지음/민음사·1만8000원

변방의 터키 문학을 일약 세계 문학의 중심부에 올려놓은 2006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오르한 파묵에 대한 국내 첫 종합적인 해설·연구서다. 데뷔작인 <제브데트 씨와 아들들>에서부터 <고요한 집>, <하얀 성>, <검은 책>, 최고 출세작인 <새로운 인생>, 그리고 <내 이름은 빨강>, <눈>, 최근작인 <순수 박물관>, 에세이집인 <이스탄불-도시 그리고 추억>까지 주요 작품을 망라했다.

이 책에서 먼저 눈여겨봐야 할 것은 지은이다. 1989~97년 터키에서 터키문학으로 학위를 받은 이난아씨는 지금까지 한국에서 출간된 파묵의 책 10권을 모두 번역했고 10여편의 관련 논문도 발표했다. 1997년 <새로운 인생>을 시작으로 하여 파묵 작품 번역을 시작한 이씨는 2000년에 파묵과 처음 만난 뒤 지금까지 교류를 계속해 왔다. 노벨상 수상 이전부터 파묵을 한국에 알린 그는 어쩌면 파묵을 가장 잘 아는 외국인일지도 모르겠다. 책은 작품 해설 외에 인터뷰와 사진 등 작가와 번역자의 각별한 인연을 보여주는 자료들도 수록했다.

“공통된 모티프는 동서양 문명의 갈등, 충돌 및 대비를 통해 터키 정체성을 탐구하는 것”이라고 이씨가 요약한 파묵 작품들의 문제의식은, 동서양이 만나는 요충지 터키와 유사한 지정학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 우리의 역사적 경험이나 현실적 고민에서 비롯된 문제의식과도 겹치는 부분이 많아 보인다.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현대미술 재구성한 시리즈 완결편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후기 모더니즘과 포스트 모더니즘 편
진중권 지음/휴머니스트·2만원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시리즈가 세번째 권 ‘후기 모더니즘과 포스트 모더니즘 편’을 내면서 5년 만에 완간됐다. 글쓴이는 2008년 첫번째 ‘고전예술 편’을 내면서 여러 종류의 서양미술사에 하나를 덧붙이는 이유는 “미술사를 사실의 홍수 속에서 건져 … 바탕에 깔린 예술의 의지까지 드러내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마지막 세번째 권에 와서 그 의지는 더 구체적인 모양새를 드러낸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부터 출발하는 책은 주로 비평가들의 평론을 통해 현대미술의 흐름을 재구성한다. 현대미술은 역설로 출발해 기이한 불균형으로 나아가고 있다. 역설이라면 미국과 소련의 냉전구도가 무정부주의적인 구호로 등장한 추상표현주의 미술을 자유 진영을 대표하는 무기로 둔갑시켰다는 것이다. 책에서 당대 미술에 대한 정보뿐 아니라 우리 시대를 이끄는 의지에 대한 단서도 발견한다. 무정형의 충동에 끌려 마침내 육신은 죽고 영혼만 남는 예술을 들여다보는 여정에서 비평가 베냐민 부흘로의 말을 만난다. “우리는 모더니즘 패러다임의 몰락이 20세기 예술의 순환적 현상인 동시에 20세기 정치사에서 자본주의 경제 위기, 즉 과잉생산, 의도된 실업, 이윤의 확장과 시장 확대의 요구, 자본주의 문제의 최종 해결을 위한 비밀 조약들로 인한 전쟁 도발 등과 동일한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잉여인간’이 된 청춘 세대의 자기 성찰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
한윤형 지음/어크로스·1만5000원

긴장 있다. 삼십대에 들어선 이 ‘청년 논객’은 삐딱함과 진지함, 냉소와 연민, 까칠함과 너그러움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아간다. 균형점을 찾아가는 운동감각의 바탕엔 책읽기로 혼자 깨친 교양과, 치기도 솔직하게 내보일 수 있는 젊음이 있다. 그가 자란 한국 사회는 시험문제 밖에 있는 지식은 요구하지 않는 곳, 문제집을 푸는 척하며 몰래몰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탐독해야 하는 곳이다. 이런 풍토 속에서 판타지 소설을 쓰고 싶다며 융과 라캉을 추적하는 그는 확실히 잘난 젊은이다. 그러나 사회에서 빨리 ‘자리잡기’를 바라는 어른들의 눈에서 보자면, 죽어라 글 써도 1년에 1000만원을 버는 그의 모습은 ‘루저’에 가까울 수 있다. 지은이 자신이 보통의 청춘과는 다른 청춘이면서도 생산과 소비의 주축이 되지 못하는 ‘잉여인간’이라는 점에서, 그의 시선은 요즘 우리 시대 젊은이들 인생을 객관화하는 작업에 꽂힌다. 왜 ‘88만원 세대’는 짱돌을 던지기는커녕 쌍용차 노동자들의 아픔에도 연대하지 못하는가? 대선 뒤 멘붕에 빠진 이들을 휩쓴 ‘레미제라블 힐링’은 올바른가? 지은이는 루저들이 멘토들의 조언을 소비하기보다는, 사회적 맥락 속에서 자신을 바라보길 권한다. 잘나가는 엄친아의 부정적 규정으로서 루저를 바라보지 말고, 다양한 루저들의 삶에서 차이를 발견하되 자신보다도 아래에 있는 ‘부속품’들의 삶을 이해해보자고 말한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균형잡힌 경제교육을 향한 분투기

논쟁하는 경제교과서권재원·구민정·노찬옥·이금자·정원규 지음/신인문사·1만9000원

우리나라에서 경제 교육은 오랫동안 이른바 ‘주류 경제학’에 기반하여 이뤄져왔다. 현실 속에서는 미국발 경제위기와 같이 자본주의 체제의 불완전성을 드러내는 모순들이 터져나와도, 아이들에겐 줄곧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가장 우월한 경제 체제라고만 가르쳐온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시장경제의 어두운 면만 들춰내는 방식으로만 경제 교육을 펼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외면할 수 없는 시장경제의 성과도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현실 속에서 어떤 경제 교육을 할 것이냐를 두고 ‘논쟁’을 피해갈 수 없다. 현직에 있는 4명의 중고등학교 교사들이 쓴 <논쟁하는 경제교과서>는 제목 그대로 경제에 관련된 날카로운 논쟁들을 감추거나 피하지 않고 그대로 드러낸 책이다. 이 책이 겨냥하고 있는 혁파의 대상은 무엇보다도 “경제학이라 부르기도 힘든 뉴라이트, 또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가르치라는 압력”이다. 자신의 관점이 어떠냐를 떠나, 자본주의 시장경제만 칭송하는 교육이 아니라 경제에 관련된 다양한 관점을 균형 있게 소개하겠다는 것이다. 경제교과서 단골들인 하이에크, 케인스뿐 아니라 폴 스위지나 로버트 하일브로너같이 자본주의 체제의 근본적 문제를 탐색한 학자들도 만나볼 수 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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