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독점에 반대한다
미셸 볼드린·데이비드 러바인 지음, 김평수 옮김
에코리브르·2만3000원
미셸 볼드린·데이비드 러바인 지음, 김평수 옮김
에코리브르·2만3000원
애플과 삼성이 벌인 국제적인 특허 전쟁이 일어난 뒤, 텔레비전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에서는 한동안 이 특허 전쟁을 풍자하는 코너가 방영됐다. 가령 ‘에스그룹’ 회장이 직장 안에서 쓰는 언어에 대해 특허를 내겠다며 ‘제가 술을 먹고 싶은데 차를 가지고 와서…’를 신청하면, ‘파인애플’ 최고경영인이 ‘한약도 먹고 있다’를 추가해서 특허를 받아내는 식이다. 애플과 삼성의 특허전을 보며 ‘저런 것도 특허의 대상인가’ 고개를 갸우뚱했던 사람들이 무릎을 치며 공감했을 내용들이다.
과연 어떤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그 아이디어에 대한 독점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미국 워싱턴대 교수인 미셸 볼드린과 데이비드 러바인이 쓴 <지식 독점에 반대한다>의 첫머리에는 증기기관을 만들어 산업혁명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 제임스 와트의 사례가 나온다. 그는 1764년 증기기관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린 뒤 특허권을 따내고, 그 뒤로는 특허권을 활용해 경쟁 관계에 있는 다른 발명자들의 발명을 억누르는 데 매달렸다. 가장 극적인 대목은 1790년대 성능이 더 우수한 엔진을 만들어낸 조너선 혼블로어에게 소송을 걸어 이긴 일이다. 결국 성능이 개선된 증기기관은 1804년 뒤에야 산업현장에서 쓰일 수 있었다.
경제학자인 지은이들은 “이런 혁신의 지체야말로 ‘지적 재산’의 비효율성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라고 말한다. 지은이들은 ‘왜 어떤 아이디어의 창안자들이 그것을 활용하는 방식을 통제할 권리를 가져야 하는지’ 묻는다. 이들은 그것을 ‘지식 독점’이라 부르는데, 지식 독점이 없어야 더 많은 기술 혁신과 창안이 일어난다는 것이 이들의 주요 논점이다. “다음 세기에서 지속적인 경제 진보는 지식 독점의 단계적 축소와 최종적으로는 그것을 제거하는 우리의 능력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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