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주파한 ‘60일간의 중원’
중국 만리장정
홍은택 지음/문학동네·1만5800원 7년 전 미국 유학 중이던 <동아일보> 워싱턴 특파원 출신의 홍은택씨가 자전거로 미국 대륙을 동해안에서 서해안까지 동서로 횡단하면서 <한겨레> 타블로이드판 책 섹션 ‘18.0’에 여행 체험담을 실시간으로 연재했다. 지상 생중계였던 셈인데, 자동차로도 쉽지 않을 텐데 자전거로, 그것도 홀로 약 80일에 걸쳐 낯선 곳을 달려간 6000여㎞의 여정 자체가 경이로웠다. 거기에다 기자 출신 글쟁이답게 지역 사정과 미국 역사 및 사회에 대한 온갖 인문지리적 정보들을 버무려 넣는 글솜씨도 보통이 아니었다. 경쾌하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그 흥미진진한 모험을, 홍씨는 이번엔 벼르고 벼르던 중국 대륙에서 감행했다. 지난해 4월 역시 자전거 한 대로 상하이를 출발한 그는 난징-시안-뤄양-정저우-카이펑-안양-베이징-항저우 등 8대 고도를 잇는 4800여㎞ 중원 삼각코스를 60일 만에 주파했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중국이라는 과목을 학습한다는 것”이라고 했듯이 이번에도 그가 그냥 달리기만 했을 리 없다. “자전거의 눈높이에서 직접 몸으로 겪고 본 도시와 시골, 라오바이싱(일반 국민)들을 통해 중국이라는 대륙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깊은 내면을 만났다.” 매우 다른 양대 강국(G2)에 대한 나홀로 자전거 대장정이 펼쳐내는 판이한 풍정과 체험의 차이를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한승동 기자
‘억울한 죽음’에 대한 비망록
지상에서 가장 짧은 영원한 만남
김형태 지음/한겨레출판·1만8000원 조작 사건인 ‘인혁당 사건’으로 체포됐던 이수병의 처는 당시 서른도 안 된 나이였다. 문틈으로 혹시라도 남편 얼굴 한번 볼까, 어린 딸을 둘러업고 매일 서대문구치소로 출근했다. 한 교도관의 배려로 구치소 마당에 들어가 1분 정도 남편과 만났다. 눈이 나빠 바짝 다가와서야 처자식임을 확인한 이수병은 다른 교도관들이 알아챌까 “많이 컸네, 많이 컸네” 이 두 마디만을 하고 스쳐갔다. 일주일 뒤 그는 사형됐다. 당시 사형당한 8인을 뭉뚱그려 ‘인혁당 사건 희생자’라 부른다. 30년이 지난 뒤 인혁당 사건의 재심 변호를 맡은 김형태 변호사는 그 한 사람 한 사람의 억울한 죽음에 분노하고 슬퍼하며 기록을 남겼다. <한겨레> 토요판에 연재됐던 20여편의 글을 모은 <지상에서 가장 짧은 영원한 만남>은 그가 변호사로 살며 만나 온 이들의 가슴 아픈 삶의 기록이다. 그는 사건 기록을 통해 인간의 존엄을 무시하는 사형제도, 공권력에 짓밟힌 노동자·서민들의 죽음, 분단국가이기에 벌어지는 참극을 이야기한다. 8년 걸려 살인자로 몰린 피고인의 무죄를 밝혀낸 치과의사모녀 살인사건과 누가 봐도 죄질이 나쁜데 하필 사형제 위헌심판 사례가 된 보성 어부 살인사건 이야기를 읽다 보면 사형제에 대해 좀더 본격적인 고민을 할 수 있다. 임지선 기자
‘오지래퍼’의 세상만사 들쑤시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즐거움
함성호 지음/보랏빛소·1만3500원 혼자 앉아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소년은 형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놀다 지쳐 동생이 뭐 하나 와본 형은 그가 해주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다가 잠들기 일쑤였다. 그러면 소년은 속으로 이야기를 이어 하고 그림을 더 그리며 시간을 보냈다. 소년은 커서 건축가가 됐고 시인도 됐다. 만화 비평도 하고 공연 기획도 한다. 이제는 오지랖이 넓어 ‘오지래퍼’가 별명이라는 함성호 시인이 그 시절 형에게 했듯 그림을 그리며 종알종알 이야기를 적어 카툰 에세이를 냈다. 시인의 이야기는 도화지에 선이 그어지듯 자유롭게 뻗어간다. 만화책을 빌려 보다 엄마에게 들켜 만화책이 몽땅 마당에서 불태워졌던 유년의 기억, 학창시절 내내 미술을 하다가 정작 대학 진학은 건축과로 하게 된 사연, 지하철에서 졸다가 내릴 곳을 계속해서 놓쳐 결국 출근을 포기했던 사연, 자신의 활자 중독 등을 편하게 털어놓는다. “행복은 삶의 최소주의에 있다”는 말은 책을 관통하는 주제다. 요구사항이 끝없이 늘어가는 건축주를 많이 만나왔다는 그는 건축가로서 집은 세 칸을 넘지 말아야 한다고 했던 조선시대 선비들의 ‘삼칸지제’를 되돌아본다. 이렇게 지은이는 만화, 건축, 음악, 여행, 출판 시장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에 대해 들쑤시고 사유한다. 임지선 기자
‘장수 리스크’를 피하려면
당신의 노후는 당신의 부모와 다르다
강창희 지음/쌤앤파커스·1만5000원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은 축복이다. 하지만 연금 지급 부담이 늘어나는 정부와 금융기관한테 사람 수명의 증가는 위험 요소다. 이른바 ‘장수 리스크’다. 장수 리스크의 표적이 언제부턴가 보험회사가 아닌 사람으로 이동하고 있다. 노후설계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지은이는 은퇴 뒤 후반전을 어떻게 뛸 것인지 작전을 내린다. 먼저 장수 리스크의 주원인인 ‘자녀 리스크’를 막아내야 한다. 2033년부터는 65살이 돼야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다고 하니 퇴직 전후인 55살부터 10년의 공백이 발생한다. 자녀의 대학 등록금이나 결혼비용 등 상당한 지출이 예상되는 시기에 ‘소득 빙하기’를 맞는 셈이다. 자녀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은 무리하게 사교육을 시켜 일류대학에 보내는 게 아니라 “자녀가 확실히 자립할 수 있도록 올바른 경제교육을 시키는 것이다.” 가장 궁금한 자산운용 전략은? 당신이 20대 직장인이라면 바로 자신이 오랫동안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안전자산이므로 주식 같은 위험자산과 궁합이 맞다. 반면 50대는 수입을 얻는 기간이 길지 않아 안전한 금융자산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세대를 떠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인적 자산의 가치를 높이는 노력이다. “고용정년은 회사가 정하지만 일의 정년은 자신이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광덕 기자 kdhan@hani.co.kr
홍은택 지음/문학동네·1만5800원 7년 전 미국 유학 중이던 <동아일보> 워싱턴 특파원 출신의 홍은택씨가 자전거로 미국 대륙을 동해안에서 서해안까지 동서로 횡단하면서 <한겨레> 타블로이드판 책 섹션 ‘18.0’에 여행 체험담을 실시간으로 연재했다. 지상 생중계였던 셈인데, 자동차로도 쉽지 않을 텐데 자전거로, 그것도 홀로 약 80일에 걸쳐 낯선 곳을 달려간 6000여㎞의 여정 자체가 경이로웠다. 거기에다 기자 출신 글쟁이답게 지역 사정과 미국 역사 및 사회에 대한 온갖 인문지리적 정보들을 버무려 넣는 글솜씨도 보통이 아니었다. 경쾌하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그 흥미진진한 모험을, 홍씨는 이번엔 벼르고 벼르던 중국 대륙에서 감행했다. 지난해 4월 역시 자전거 한 대로 상하이를 출발한 그는 난징-시안-뤄양-정저우-카이펑-안양-베이징-항저우 등 8대 고도를 잇는 4800여㎞ 중원 삼각코스를 60일 만에 주파했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중국이라는 과목을 학습한다는 것”이라고 했듯이 이번에도 그가 그냥 달리기만 했을 리 없다. “자전거의 눈높이에서 직접 몸으로 겪고 본 도시와 시골, 라오바이싱(일반 국민)들을 통해 중국이라는 대륙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깊은 내면을 만났다.” 매우 다른 양대 강국(G2)에 대한 나홀로 자전거 대장정이 펼쳐내는 판이한 풍정과 체험의 차이를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한승동 기자
김형태 지음/한겨레출판·1만8000원 조작 사건인 ‘인혁당 사건’으로 체포됐던 이수병의 처는 당시 서른도 안 된 나이였다. 문틈으로 혹시라도 남편 얼굴 한번 볼까, 어린 딸을 둘러업고 매일 서대문구치소로 출근했다. 한 교도관의 배려로 구치소 마당에 들어가 1분 정도 남편과 만났다. 눈이 나빠 바짝 다가와서야 처자식임을 확인한 이수병은 다른 교도관들이 알아챌까 “많이 컸네, 많이 컸네” 이 두 마디만을 하고 스쳐갔다. 일주일 뒤 그는 사형됐다. 당시 사형당한 8인을 뭉뚱그려 ‘인혁당 사건 희생자’라 부른다. 30년이 지난 뒤 인혁당 사건의 재심 변호를 맡은 김형태 변호사는 그 한 사람 한 사람의 억울한 죽음에 분노하고 슬퍼하며 기록을 남겼다. <한겨레> 토요판에 연재됐던 20여편의 글을 모은 <지상에서 가장 짧은 영원한 만남>은 그가 변호사로 살며 만나 온 이들의 가슴 아픈 삶의 기록이다. 그는 사건 기록을 통해 인간의 존엄을 무시하는 사형제도, 공권력에 짓밟힌 노동자·서민들의 죽음, 분단국가이기에 벌어지는 참극을 이야기한다. 8년 걸려 살인자로 몰린 피고인의 무죄를 밝혀낸 치과의사모녀 살인사건과 누가 봐도 죄질이 나쁜데 하필 사형제 위헌심판 사례가 된 보성 어부 살인사건 이야기를 읽다 보면 사형제에 대해 좀더 본격적인 고민을 할 수 있다. 임지선 기자
함성호 지음/보랏빛소·1만3500원 혼자 앉아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소년은 형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놀다 지쳐 동생이 뭐 하나 와본 형은 그가 해주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다가 잠들기 일쑤였다. 그러면 소년은 속으로 이야기를 이어 하고 그림을 더 그리며 시간을 보냈다. 소년은 커서 건축가가 됐고 시인도 됐다. 만화 비평도 하고 공연 기획도 한다. 이제는 오지랖이 넓어 ‘오지래퍼’가 별명이라는 함성호 시인이 그 시절 형에게 했듯 그림을 그리며 종알종알 이야기를 적어 카툰 에세이를 냈다. 시인의 이야기는 도화지에 선이 그어지듯 자유롭게 뻗어간다. 만화책을 빌려 보다 엄마에게 들켜 만화책이 몽땅 마당에서 불태워졌던 유년의 기억, 학창시절 내내 미술을 하다가 정작 대학 진학은 건축과로 하게 된 사연, 지하철에서 졸다가 내릴 곳을 계속해서 놓쳐 결국 출근을 포기했던 사연, 자신의 활자 중독 등을 편하게 털어놓는다. “행복은 삶의 최소주의에 있다”는 말은 책을 관통하는 주제다. 요구사항이 끝없이 늘어가는 건축주를 많이 만나왔다는 그는 건축가로서 집은 세 칸을 넘지 말아야 한다고 했던 조선시대 선비들의 ‘삼칸지제’를 되돌아본다. 이렇게 지은이는 만화, 건축, 음악, 여행, 출판 시장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에 대해 들쑤시고 사유한다. 임지선 기자
강창희 지음/쌤앤파커스·1만5000원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은 축복이다. 하지만 연금 지급 부담이 늘어나는 정부와 금융기관한테 사람 수명의 증가는 위험 요소다. 이른바 ‘장수 리스크’다. 장수 리스크의 표적이 언제부턴가 보험회사가 아닌 사람으로 이동하고 있다. 노후설계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지은이는 은퇴 뒤 후반전을 어떻게 뛸 것인지 작전을 내린다. 먼저 장수 리스크의 주원인인 ‘자녀 리스크’를 막아내야 한다. 2033년부터는 65살이 돼야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다고 하니 퇴직 전후인 55살부터 10년의 공백이 발생한다. 자녀의 대학 등록금이나 결혼비용 등 상당한 지출이 예상되는 시기에 ‘소득 빙하기’를 맞는 셈이다. 자녀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은 무리하게 사교육을 시켜 일류대학에 보내는 게 아니라 “자녀가 확실히 자립할 수 있도록 올바른 경제교육을 시키는 것이다.” 가장 궁금한 자산운용 전략은? 당신이 20대 직장인이라면 바로 자신이 오랫동안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안전자산이므로 주식 같은 위험자산과 궁합이 맞다. 반면 50대는 수입을 얻는 기간이 길지 않아 안전한 금융자산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세대를 떠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인적 자산의 가치를 높이는 노력이다. “고용정년은 회사가 정하지만 일의 정년은 자신이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광덕 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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