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유행에 던지는 경고
협동조합의 오래된 미래, 선구자들
윤형근 엮고 씀/그물코·1만5000원 20년 전 책을 다시 써서 펴냈다. 협동조합의 선구자들 이야기다. 당시 신협중앙회에서 교육자료로 냈던 책이다. 그때 어설펐던 문장을 고쳐쓰고, 쓰지 못했던 이야기를 몇개 보탰다. ‘오래된 미래’라고 제목 붙인 것이 재미있다. 협동조합이 유사 이래 보편적이고 그래서 ‘오래된’ 기업 형태라는 뜻을 담았다. 동시에 우리 시대의 1% 경제를 극복할 수 있는 ‘미래’의 대안적 기업형태임을 강조한다. 윤형근(50)씨는 대학 졸업 뒤 한살림을 첫 직장으로 삼았다. 지금껏 한살림 외길 인생을 살았으니, 우리 협동조합 역사의 산증인인 셈이다. 요즘 협동조합들이 마구 생겨나는 걸 보면서 답답한 마음이 들었던 모양이다. 협동조합만 하면 지금의 어려움을 쉽게 극복할 것처럼 여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협동조합이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목소리부터 높이는 사람도 있다. 이 책은 영국의 로버트 오언과 윌리엄 킹, 프랑스의 협동조합 유토피아를 꿈꾼 생시몽과 푸리에, 독일의 신용협동조합을 개척한 슐체와 라이파이젠 얘기를 전한다. 캐나다 신협의 데자르댕, 일본 생협의 가가와 도요히코, 스페인 몬드라곤의 호세 마리아도 소개한다. 여기에 원주의 협동조합 시대를 연 장일순 이야기를 추가했다. 끊임없이 정체성을 묻는 노력이 없이는 잘나가는 협동조합도 한때 유행으로 사라져버린다는 교훈을 던진다.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남북회담 산증인이 말하는 평화의 길
정세현의 통일토크
정세현 지음/서해문집·1만8000원 정세현(68) 원광대 총장은 남북관계의 산증인이다. 1971년, 한국전쟁 이후 첫 남북회담인 적십자회담을 시작으로 박근혜 정부 출범 전까지 열린 606차례의 (당국)회담 가운데 99차례에, 226건의 남북합의서 중 67건의 작성에 직접 참여했다. 1977년 국토통일원(현 통일부) 공무원으로 첫발을 떼어, 김대중 정부 마지막 통일부 장관과 노무현 정부 첫 통일부 장관을 지냈다. 요컨대 이 책에는 파란만장한 남북관계의 현장을 헤쳐온 지은이의 깊은 통찰이 담겨 있다. 지은이는 금강산 관광을 ‘햇볕정책의 옥동자’라 표현한 당사자다. 책은 비사와 에피소드가 듬뿍 담겨 있어 남북관계에 이해가 깊지 않은 이들도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지은이가 한국전쟁을 겪은 또래와 요즘 젊은이에게 두루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간명하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하듯이, 북한도 변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남과 북의 국력이 역전된 1980년대 중후반 이후 남쪽에 의한 흡수통일의 위험을 피하려는 북쪽의 대남·대외정책 변화를 섬세하게 읽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 한국전쟁의 기억에 사로잡힌 냉전적 대북관, 북한을 실패 국가로 무시하면서도 ‘언제든 남쪽의 뒤통수를 칠 수 있는 신출귀몰한 존재’라 두려워하는 이율배반적이고 패배주의적인 안보관에서 벗어나 평화와 통일의 길을 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베네수엘라의 공공의료 혁명
세상을 뒤집는 의사들
스티브 브루워 지음, 추선영 옮김
검둥소·1만5000원 2003년 7월, 쿠바 의사 29명이 베네수엘라의 작은 마을들로 갔다. 모든 어린이가 기생충에 감염됐고 독뱀에 물린 소녀를 치료하려면 3시간을 걸어 병원으로 데려가야 했다. 의사가 없었던 게 아니었다. 볼리바르 헌법은 “모든 국민이 보건 의료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규정했지만, 베네수엘라 의사들은 가난한 동네 병원에서 일하기를 꺼렸다. 병원과 의사는 도시에만 있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10년 뒤, 베네수엘라 국민 82%가 1차 보건 의료 서비스를 받게 되었고 신생아 사망률은 절반으로 떨어졌다. ‘바리오 아덴트로’(마을 속으로)라는 이름의 의료 개혁의 성과다. 비슷한 일이 아이티, 파키스탄 카슈미르, 동티모르 지역에서도 일어났다. 의사들은 단지 응급처방만 하고 떠난 것이 아니었다. 쿠바의 의료 경험을 나눠 받은 그 나라 출신 의사들이 자신들이 태어난 외딴 농촌 진료소에서 일하게 됐다. <세상을 뒤집는 의사들>은 쿠바의 라틴아메리카 의과대학에서 해온 공공의료 활동을 소개한다. ‘연대, 통합, 인도주의’를 표방한 이 대학의 씨를 뿌린 것은 체 게바라였다. 이곳은 돈이 없어 대학에 가지 못했던 미국 학생들도 받아들여 의료인으로 키웠다. 베네수엘라에 머물며 병원의 혁명적 변화를 목도한 지은이는 “공공의료야말로 가장 창조적인 실천”이라는 찬사를 보낸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급진적 휴머니스트의 구약 읽기
너희도 신처럼 되리라
에리히 프롬 지음, 이종훈 옮김
휴·1만4000원 흔히 구약 성서는 유대 민족의 편협한 민족주의 정신을 담은 책으로 인식된다. 그 때문인지 보편적인 사랑과 자비의 원리를 담고 있다고 평가받는 신약 성서에 견줘 잘 읽히지 않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독일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일원으로 분류되는 유대인 사회학자 에리히 프롬(1900~1980)은 구약 성서가 1000년에 걸쳐 각기 다른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이 써놓은 기록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삶과 자유를 위해 여러 세대에 걸쳐 투쟁해온 정신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그는 1966년 저작 <너희도 신처럼 되리라>에서 특유의 정신분석 접근을 통해 구약 성서를 ‘급진적 휴머니즘’이라는 개념으로 풀이하려 든다. 구약 성서를 꼼꼼하게 되짚은 지은이는, 신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그 본질이나 본성을 섣불리 규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유대교의 발전 과정이 일종의 ‘부정신학’적인 접근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펼쳐 보인다. 곧 초기의 원시적 권위주의와 배타성을 띠었던 유대교는 오랜 투쟁을 통해 온갖 종류의 우상 숭배를 타파하고 인간이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정신으로 진화해갔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원시시대에는 진흙이나 나무로 된 우상이 있었고, 오늘날에는 국가와 지도자, 생산과 소비라는 우상이 있다”며 휴머니즘의 관점으로 신의 의미를 묻는 작업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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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형근 엮고 씀/그물코·1만5000원 20년 전 책을 다시 써서 펴냈다. 협동조합의 선구자들 이야기다. 당시 신협중앙회에서 교육자료로 냈던 책이다. 그때 어설펐던 문장을 고쳐쓰고, 쓰지 못했던 이야기를 몇개 보탰다. ‘오래된 미래’라고 제목 붙인 것이 재미있다. 협동조합이 유사 이래 보편적이고 그래서 ‘오래된’ 기업 형태라는 뜻을 담았다. 동시에 우리 시대의 1% 경제를 극복할 수 있는 ‘미래’의 대안적 기업형태임을 강조한다. 윤형근(50)씨는 대학 졸업 뒤 한살림을 첫 직장으로 삼았다. 지금껏 한살림 외길 인생을 살았으니, 우리 협동조합 역사의 산증인인 셈이다. 요즘 협동조합들이 마구 생겨나는 걸 보면서 답답한 마음이 들었던 모양이다. 협동조합만 하면 지금의 어려움을 쉽게 극복할 것처럼 여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협동조합이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목소리부터 높이는 사람도 있다. 이 책은 영국의 로버트 오언과 윌리엄 킹, 프랑스의 협동조합 유토피아를 꿈꾼 생시몽과 푸리에, 독일의 신용협동조합을 개척한 슐체와 라이파이젠 얘기를 전한다. 캐나다 신협의 데자르댕, 일본 생협의 가가와 도요히코, 스페인 몬드라곤의 호세 마리아도 소개한다. 여기에 원주의 협동조합 시대를 연 장일순 이야기를 추가했다. 끊임없이 정체성을 묻는 노력이 없이는 잘나가는 협동조합도 한때 유행으로 사라져버린다는 교훈을 던진다.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정세현 지음/서해문집·1만8000원 정세현(68) 원광대 총장은 남북관계의 산증인이다. 1971년, 한국전쟁 이후 첫 남북회담인 적십자회담을 시작으로 박근혜 정부 출범 전까지 열린 606차례의 (당국)회담 가운데 99차례에, 226건의 남북합의서 중 67건의 작성에 직접 참여했다. 1977년 국토통일원(현 통일부) 공무원으로 첫발을 떼어, 김대중 정부 마지막 통일부 장관과 노무현 정부 첫 통일부 장관을 지냈다. 요컨대 이 책에는 파란만장한 남북관계의 현장을 헤쳐온 지은이의 깊은 통찰이 담겨 있다. 지은이는 금강산 관광을 ‘햇볕정책의 옥동자’라 표현한 당사자다. 책은 비사와 에피소드가 듬뿍 담겨 있어 남북관계에 이해가 깊지 않은 이들도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지은이가 한국전쟁을 겪은 또래와 요즘 젊은이에게 두루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간명하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하듯이, 북한도 변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남과 북의 국력이 역전된 1980년대 중후반 이후 남쪽에 의한 흡수통일의 위험을 피하려는 북쪽의 대남·대외정책 변화를 섬세하게 읽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 한국전쟁의 기억에 사로잡힌 냉전적 대북관, 북한을 실패 국가로 무시하면서도 ‘언제든 남쪽의 뒤통수를 칠 수 있는 신출귀몰한 존재’라 두려워하는 이율배반적이고 패배주의적인 안보관에서 벗어나 평화와 통일의 길을 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스티브 브루워 지음, 추선영 옮김
검둥소·1만5000원 2003년 7월, 쿠바 의사 29명이 베네수엘라의 작은 마을들로 갔다. 모든 어린이가 기생충에 감염됐고 독뱀에 물린 소녀를 치료하려면 3시간을 걸어 병원으로 데려가야 했다. 의사가 없었던 게 아니었다. 볼리바르 헌법은 “모든 국민이 보건 의료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규정했지만, 베네수엘라 의사들은 가난한 동네 병원에서 일하기를 꺼렸다. 병원과 의사는 도시에만 있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10년 뒤, 베네수엘라 국민 82%가 1차 보건 의료 서비스를 받게 되었고 신생아 사망률은 절반으로 떨어졌다. ‘바리오 아덴트로’(마을 속으로)라는 이름의 의료 개혁의 성과다. 비슷한 일이 아이티, 파키스탄 카슈미르, 동티모르 지역에서도 일어났다. 의사들은 단지 응급처방만 하고 떠난 것이 아니었다. 쿠바의 의료 경험을 나눠 받은 그 나라 출신 의사들이 자신들이 태어난 외딴 농촌 진료소에서 일하게 됐다. <세상을 뒤집는 의사들>은 쿠바의 라틴아메리카 의과대학에서 해온 공공의료 활동을 소개한다. ‘연대, 통합, 인도주의’를 표방한 이 대학의 씨를 뿌린 것은 체 게바라였다. 이곳은 돈이 없어 대학에 가지 못했던 미국 학생들도 받아들여 의료인으로 키웠다. 베네수엘라에 머물며 병원의 혁명적 변화를 목도한 지은이는 “공공의료야말로 가장 창조적인 실천”이라는 찬사를 보낸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에리히 프롬 지음, 이종훈 옮김
휴·1만4000원 흔히 구약 성서는 유대 민족의 편협한 민족주의 정신을 담은 책으로 인식된다. 그 때문인지 보편적인 사랑과 자비의 원리를 담고 있다고 평가받는 신약 성서에 견줘 잘 읽히지 않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독일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일원으로 분류되는 유대인 사회학자 에리히 프롬(1900~1980)은 구약 성서가 1000년에 걸쳐 각기 다른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이 써놓은 기록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삶과 자유를 위해 여러 세대에 걸쳐 투쟁해온 정신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그는 1966년 저작 <너희도 신처럼 되리라>에서 특유의 정신분석 접근을 통해 구약 성서를 ‘급진적 휴머니즘’이라는 개념으로 풀이하려 든다. 구약 성서를 꼼꼼하게 되짚은 지은이는, 신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그 본질이나 본성을 섣불리 규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유대교의 발전 과정이 일종의 ‘부정신학’적인 접근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펼쳐 보인다. 곧 초기의 원시적 권위주의와 배타성을 띠었던 유대교는 오랜 투쟁을 통해 온갖 종류의 우상 숭배를 타파하고 인간이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정신으로 진화해갔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원시시대에는 진흙이나 나무로 된 우상이 있었고, 오늘날에는 국가와 지도자, 생산과 소비라는 우상이 있다”며 휴머니즘의 관점으로 신의 의미를 묻는 작업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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