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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7월 22일 출판 잠깐독서

등록 2013-07-21 20:21

엄마 없으면 아이가 망가진다고?

나는 일하는 엄마다
김영란 외 지음
르네상스·1만3000원

어쨌거나 다 엄마 때문이란다. 엄마가 잘 돌봐주지 않아서 아이들이 아프고, 공부도 못하고, 외로움에 떨다가 성격까지 이상해질 수 있단다. 일하는 엄마는 그렇다 쳐도 이혼한 엄마, 별거로 집을 비운 엄마의 아이들은 또 어쩔 것인가. 3050 직장맘 9명의 육아보고서 <나는 일하는 엄마다>는 다사다난한 육아기를 통해 역으로 엄마의 자리에 대해 빵빵하게 부풀려진 거품을 터뜨린다.

육아 잔혹극은 현재 진행형이다. 책에서 <한겨레> 양선아 기자는 7명의 아이돌보미를 거쳐야 했던 사연을 말한다. 김영란 북마케팅 대표에겐 아이와 아이를 돌봐줄 친정 엄마까지 모시고 거래처를 돌아야 했던 경험이 있다. 가뜩이나 힘든 육아는 모성 강박과 불안과 대책없는 죄책감이 가세하면 스펙터클 호러 미스터리 장르가 된다.

“도대체 왜 그 집 아이가 그런 행운을?” 라자요가 지도자 이숙인씨는 아들이 좋은 대학에 들어가자 이웃들이 그런 질문을 했다고 한다. 엄마가 이혼한데다가 바깥일로 바쁘고 학교 뒷바라지도 안 했는데 잘될 리가 없다는 뜻이었다. 50대 엄마들은 나쁜 엄마 소리를 듣고 키운 아이들이 부모 속을 뒤집어 놓기도 하고, 일하는 엄마를 돌봐주기도 하며 어엿한 어른이 되었다는 소식을 전한다. 책을 읽노라면 잘못된 육아, 때늦은 엄마 노릇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가 집에 없을 때 엄마의 사랑까지 부재했던 것은 아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만화로 풀어가는 진화의 원리와 개념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진화
제이 호슬러 글, 케빈 캐넌·잰더 캐넌 그림
김명남 옮김
궁리·1만1800원

책 제목은 옳았다. 지금처럼 지구에 이렇게 많은 생물이 복닥이며 살게 만든 원리가 진화이니 흥미로운 주제임에 틀림없고, 이를 만화 형식을 빌려 감칠맛 나게 풀어냈으니 당연히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진화’가 맞다. 대기는 메탄·암모니아·수소밖에 없고, 바다는 뜨거운 수프처럼 부글부글 끓고, 유성이 비처럼 쏟아져내리던 원시 지구에서 어떻게 생명이 탄생한 걸까. 이 책은 애초에 생명의 씨앗이 된 아미노산과 뉴클레오티드에서부터 출발해 캄브리아기 대폭발, 페름기 멸종, 쥐라기와 백악기의 공룡, 조류와 포유류의 진화를 거쳐 유인원과인 사람까지 훑어간다.

지은이는 이를 단지 연대기적으로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진화의 작동 원리와 개념을 촘촘하게 설명해 이해를 돕는다. 진핵세포와 원핵세포의 구별법, 돌연변이, 유전자 교환, 생물학적 종의 개념, 지리적 격리, 자연선택, 성선택 , 인위선택, 적응, 기능 전환, 흔적구조 등등. 지은이는 한정된 자원, 즉 고달픈 지구의 삶이 생물들을 진화하게 만들었고, 이로 인해 놀라운 종의 다양성이 생겨났다고 말한다. 인간은 자신들이 진화의 마지막에 있는 가장 우수한 생물체라고 믿는 오류를 범하지만, 지구의 모든 생물체와 마찬가지로 각각 다른 삶의 조건에 적응하기 위해 다양한 진화의 방법을 선택했을 뿐이다. 과학저술전문가인 김명남씨의 정확한 번역도 돋보인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박원순 시장에게 좋은 정치란?

정치의 즐거움
박원순·오연호 지음
오마이북·1만5000원

<정치의 즐거움>은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이후의 1년9개월과 그의 비전을 담은 ‘박원순 정치’에 대한 기록이다. 지은이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는 “지난해 말 48%의 국민이 실의에 빠져 있을 때 이 책을 기획했다”고 한다. 이후 두 사람이 서른 시간 동안 대화하며 쌓인 2000장 넘는 원고가 정리돼 책으로 엮여 나왔다.

오 대표는 “48%가 절망을 말할 때 박 시장은 ‘할 일이 많은 지금, 절망은 사치’라며 희망을 말하더라. 그 쉼 없는 희망의 출처는 과연 어디일까”라는 물음이 이 책의 시발점이었다고 말한다. “세상은 꿈꾸는 자의 것인데 이 꿈은 ‘전파력’이 있다. 조영래 변호사가 있었기에 내가 있고, 윌리엄 윌버포스가 있었기에 넬슨 만델라가 있다. ‘오늘의 나’는 내일을 만드는 소중한 존재다. 곧 사라져도 강물에 돌팔매를 던져보자.” ‘태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박 시장이 한 이 말은, 이 대담집의 기획의도인 ‘희망의 출처’에 대한 물음의 한 대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나아가 박 시장은 “뉴욕·런던 시장이 배우러 올 정도로 서울을 좋은 도시로 만들고 싶다”는 ‘야심’을 드러낸다. 박 시장은 또 “좋은 정치는 시대의 화두를 정교한 정책으로 구현하는 것이다. 정치로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드리고 싶다”며 ‘즐거운 정치’에 대해 역설한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유럽인이 사랑한 뉴기니섬의 극락조

낙원의 새를 그리다-극락조의 발견, 예술, 자연사
데이비드 애튼버러·에롤 풀러 지음,이한음 옮김
까치·2만3000원

데이비드 애튼버러(87)는 영국 방송 <비비시>(BBC) 자연 다큐멘터리의 상징 같은 존재다.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지질학과 동물학을 공부했고, 자연 다큐 해설가이자 현장에서 동식물을 연구하는 박물학자로 살았다. 특히 ‘살아 있는 지구’(Planet Earth) 등 <비비시> 명품 자연 다큐의 계보를 만든 공로로 1995년에는 영국 왕실로부터 ‘경(Sir)’ 칭호를 받기도 했다. <낙원의 새를 그리다>는 오스트레일리아 북쪽 뉴기니 섬에만 살던 ‘극락조’가 대항해시대를 거쳐 유럽인에게 수집·애호·예술의 대상이 된 역사를 들려준다. 극락조는 16세기 초 마젤란이 목숨을 걸고 지구일주를 하던 대항해시대에 날개도 발도 사라진 표본으로 유럽에 첫 모습을 드러냈다. 대항해 생존자들은 거친 자연과 이국 종족들을 맞닥뜨린 경험을 자의반 타의반 부풀려 떠들어댔고, ‘천상의 새’로 불린 극락조는 이런 모험담에 걸맞은 찬란하고 색다른 외관을 지니고 있었다.

극락조는 이후 날개도 발도 없이 천상을 날아다니며 이슬을 먹고 사는 새로 이상화되어 유럽 화가들의 에덴동산 그림에 곧잘 등장하게 된다. 화가이자 자연사 전문 저술가인 에롤 풀러의 힘으로 수세기에 걸친 극락조 관련 스케치·회화 자료가 방대하게 수집돼 실려 있다. <비비시>의 극락조 다큐, ‘낙원의 애튼버러’(1996년)도 함께 볼 만하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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