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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8월 5일 출판 잠깐독서

등록 2013-08-04 18:45수정 2013-08-04 22:01

정통 마오주의자가 본 중국 근대사
아편전쟁에서 5·4운동까지
호승 지음, 박종일 옮김
인간사랑·3만9000원

마르크스주의자, 정통 마오주의자 시각으로 본 중국 근대사. 1894년 봄 동학이 봉기하자 일본 정부가 중국(청)에 이런 외교문서를 발송했다. “귀 정부는 왜 조선을 대신하여 난을 평정하지 않는가? … 우리 정부는 결코 다른 뜻이 없다.” 이에 앞서 청의 실세 이홍장과 이토 히로부미 일본 총리는 조선 내에 중대사태가 발생해 두 나라가 조선에 파병을 할 때는 서로 통지하자는 조약을 체결했다. 이토가 조선에 파병하라고 이홍장을 충동질한 건 그걸 구실로 일본도 파병해 조선을 장악하고, 중국까지 치겠다는 속셈이 깔려 있었다.

“우리 정부는 결코 다른 뜻이 없다”는 이토의 뻔한 속임수에 넘어가 그걸 청군의 파병 보장으로 믿었다가 철저히 농락당한 이홍장과 정여창과 섭지초 등 청 고관들의 무능과 부패와 비겁은 그들만의 비극으로 끝나지 않았다. 뒤이은 갑오전쟁(청일전쟁)에서 청의 관과 군이 보여준 한심한 작태를 <아편전쟁에서 5·4운동까지>는 구체적인 인물들을 중심으로 매우 간결하면서도 생생하고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그때 3만~5만, 많게는 수십만명의 동학 농민군이 일본군 손에 학살당했다. 이 대목에서 “조선은 유구한 문화와 역사를 지닌 독립국가였다”고 쓴 지은이 호승(후성)은 중국사회과학원장과 중국공산당 중앙위 당사연구실 주임, 공산당사학회장,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을 지냈고, 만년엔 덩샤오핑 노선 전파에 중요한 공헌을 했다.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사막의 어둠을 함께할 그대, 하비비
하비비
크레이그 톰슨 글·그림, 박중서 옮김
미메시스·2만4800원

“어두운 밤이 랜턴 불빛을 집어삼켜 캄캄한 와중에 ‘하비비’가 보였다. 그는 뱃머리에 있던 내게 다가왔고 우리는 두둥실 떠다녔다. 모래로 이루어진 바다를….” 하비비는 아랍어로 여성이 남성에게 ‘내 사랑’이라고 부르는 말이자, 친구나 가족을 친근하게 부르는 표현이다. <하비비>에서는 폭력적인 세계에 내동댕이쳐진 연약한 아랍 소녀 도돌라가 삶의 등불 같은 사랑으로 여기는 흑인 소년 잠을 부르는 호칭이기도 하다. 미국 만화가 크레이그 톰슨의 ‘그래픽 노블’인 <하비비>는 12살 소녀 도돌라가 노예시장에서 만난 3살배기 잠을 구해서 탈출하고, 함께 성장하고,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 사랑하는 15년 동안의 이야기다. 그래픽 노블이란 만화와 소설의 중간 형식으로 문학적인 문장이 많고 예술적 성향이 강렬한 작가주의 만화 장르다. <하비비> 역시 모성, 에로스, 폭력적 세계와 인간 존재의 대결, 쿠란(코란)과 성경, 디스토피아적 산업화 등 복잡한 주제와 서사를 아랍어 장식 서체의 화려한 아름다움을 결합한 강렬한 그림체로 그려내고 있다. 이슬람 문화의 풍부한 상징들이 낯설면서도 매력적이다. 과거·현재·미래가 뒤섞인 <하비비>의 세계는 견디기 힘들게 잔인하고 인간은 연약하고 정욕에 휘둘리지만 ‘하비비’의 온기에 기대어 존재를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시계, 서양 근대문명을 만든 동력
시계와 문명
카를로 치폴라 지음, 최파일 옮김
미지북스·1만3000원

유럽 도시들의 한복판에는 대개 고풍스런 시계들이 있다. 지금도 정각이 되면 뻐꾸기나 인형들이 뛰어나와 시간을 알리는 이 정교한 기계 장치들은, 유럽 각국이 근대에 벌인 ‘시계 경쟁’의 산물이다.

이탈리아의 경제사학자인 지은이는 유럽에서 발달한 정교한 ‘기계 시계’가 산업혁명과 과학혁명에서 중요한 구실을 했으며, 결국은 서양이 동양을 압도하는 근대를 만든 동력이 됐다고 해석한다. 최초로 기계식 시계가 등장한 13세기 후반은 유럽에서 도시들이 성장하고, 흑사병으로 노동력이 급감한 뒤 유럽 문명이 기계 지향적으로 변해가던 시절이었다. 지은이는 이렇게 형성된 기계적 세계관이 유럽의 독특한 근대를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기계식 시계와 대포는 거의 같은 시기에 등장했다. 시계는 점차 소형화되었고, 17세기에는 장인들이 분화하면서 전문화, 대량생산의 길이 열렸다. 각국은 첨단 정밀산업인 시계 산업 경쟁에 나섰고, 숙련 시계공들이 종교 박해를 피해 이주한 영국, 스위스가 새로운 산업 중심지로 부상했다.

18세기 후반 유럽의 시계는 중국으로 건너가 붐을 일으켰지만, 정교한 장난감으로 관심을 끌었을 뿐 중국판 산업혁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지은이는 ‘왜 중국은 시계와 대포를 만들어내는 데 실패했을까’라는 서구 중심적 질문을 던지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중국의 관료주의와 폐쇄성을 단서로 언급한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사료로 밝혀낸 미군의 공중폭격 실상
폭격
김태우 지음
창비·2만5000원

현대 미군의 공식적인 군사용어인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는 “정당한 군사목표가 아닌 사람이나 사물들에 대해 비의도적 또는 우발적으로 입힌 상해나 손해”를 가리킨다. 2010년 이명박 정부의 입김 아래 ‘진실화해위원회’의 수장으로 들어앉은 위원장과 상임위원은 한국전쟁 시기 미군 관련 희생사건에 대해 무더기로 ‘진실규명 불능’ 판정을 내리며, 바로 이 ‘부수적 피해’라는 말을 썼다.

신진 역사학자 김태우 서울대 인문한국(HK) 연구교수의 책 <폭격>은 한국전쟁 시기 미국 공군의 폭격 정책을 촘촘하게 파고들어가, 한국전쟁의 의미를 다시 묻는 책이다. 미국의 국립문서보관소와 미공군역사연구실을 뒤져, 미군 조종사의 임무보고서를 비롯해 당시 미국의 폭격 정책의 실상을 말해주는 새로운 사료들을 뭉텅이로 발굴해냈다. 그 실상은 한마디로 ‘지역과 대상을 가리지 않은 무차별 폭격’이었다. 1950년 11월께 전폭기 편대들의 임무보고서를 보면, 적 병력의 유무와 관계없이 민간인 거주지역에 네이팜탄 등 탑재한 모든 무기들을 쏟아부었다는 기록들투성이다. 맥아더는 “북한지역 모든 도시와 농촌을 소이탄으로 불태워 없애버리라”는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공중폭격에 대한 이 독창적인 연구는 ‘부수적 피해’란 말로 덮어버린 죽음과 한국전쟁을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 새롭게 묻는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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