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일 교양 잠깐독서
쿠쿠스 콜링 1·2
로버트 갤브레이스 지음, 김선형 옮김
문학수첩·각 권 1만2500원
쿠쿠스 콜링 1·2
로버트 갤브레이스 지음, 김선형 옮김
문학수첩·각 권 1만2500원
‘어린이용 판타지 소설 작가’라는 꼬리표를 떼기는 어려운 일이다. <해리 포터> 시리즈로 유명한 조앤 롤링이라면 더욱 그렇다. ‘성인용’ 소설로 내놓은 첫 작품인 <캐주얼 베이컨시>는 독자들에게 읽히기에 앞서, 평론가들의 낮은 평부터 널리 퍼졌다. 명성이 독이 된 경우다. 그런 그가 ‘로버트 갤브레이스’라는 필명으로 ‘몰래’ 탐정소설을 내놓았다는 소식은 흥미로웠다. 장르소설 작가들이 작품의 성격에 따라 필명을 달리하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이름을 숨기고 소설 자체로 평가받고 싶다는 의도였기에 그렇다.
첫 장부터 생생한 필치로 묘사하는 런던의 밤풍경에 빨려들어간다. 아름다운 흑인 모델이 고급빌라 발코니에서 추락사한다.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이라는 결론에 불만을 품은 오빠는 파산 직전의 탐정 스트라이크를 찾아와 사건을 의뢰한다. 마약중독자 애인, 다른 모델과의 삼각관계, 돈을 노린 친모, 불우한 입양가정의 이야기가 톱니바퀴처럼 정교하게 물려나간다. 비교적 단순한 플롯, ‘여지’를 주지 않는 매끈한 결론은 이야기의 뼈대보다 살 붙이는 솜씨의 정교함에 주목하게 만든다. 선정적이거나 소름끼치는 장면 없이도 캐릭터와 문체만으로 흡인력을 발휘한다. 가명작임이 밝혀지기 전에 아마존서점에서 한 독자가 “신인작가라고 보기 어렵고, 기성작가의 가명작이 아닌가 생각된다”는 평을 남겼던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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