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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감정’ 이론으로 본 한국사회 현상들

등록 2013-12-22 19:56

감정독재-세상을 꿰뚫는 50가지 이론
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1만5000원
인간이 이성대로 살지 않는 존재, 곧 “합리적 존재가 아닌 합리화하는 존재”란 것은 이젠 누구나 받아들이는 사실처럼 보인다. ‘감정 노동’이나 ‘감정 자본주의’처럼 감정을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담론이 나오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정치’ 역시 감정을 빼놓고 생각하기 힘든 영역이 됐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확산됐던 ‘나는 꼼수다’의 열풍,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지역주의, 한국 사회 특유의 패거리주의 등은 그 속에 담긴 감정을 빼놓고는 풀이하기 힘든 현상이다.

다양한 틀로 한국 사회를 면도날처럼 분석해온 강준만 전북대 교수 역시 감정에 눈을 돌렸다. 그가 최근 내놓은 <감정독재>는 인간의 감정을 움직이는 각종 오류와 편향을 분석한 50가지 이론을 소개한 책이다. 주로 심리학자들이 찾아내고 밝혀낸 감정에 대한 이론들을 쉽게 설명해주는 한편, 그런 이론들이 한국 사회와 어떻게 만나고 있는지 자신만의 풀이를 사이사이에 펼쳐놓았다. 말하자면 기존의 한국 사회 비판에 사회심리학을 이론적 근거로 추가한 것이다. 지은이는 머리말에서 “속된 말로 정치가 개판이라면 그렇게 된 이유와 책임을 정치인들에게만 물어선 답이 나오질 않는다. 정치인들이 왜 그러는지, 한 단계 더 나아간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게 필요하고, 바로 여기서 이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국 사회에 팽배한 패거리주의는 ‘이기적 편향’ 이론으로 풀이해볼 수 있다. 자신의 부정적인 행동이나 사건에 대해서는 상황적·환경적 요인을 내세우는 반면 자신의 긍정적인 행동이나 사건에 대해서는 자신의 내부적 요인을 내세운다는 것이다. 이를 집단으로 확장하면, “우리의 단결은 아름답지만 너희의 단결은 추하다”는 식의 지역주의로도 이어진다. 소외당하는 것이 두려워 침묵하게 된다는 ‘침묵의 나선 효과’는 한국 사회의 ‘쏠림’ 현상을 풀이해주는 이론이 될 수 있다.

‘악플’을 앞세워 정치적 양극화가 진행되는 한국 사회의 담론 지형은 ‘부작위 편향’으로 설명 가능하다. 부작위 편향은 행동했을 때의 손해를 더 고려해서 움직이지 않으려는 심리인데, 악플을 앞세워 대결주의를 강조하는 ‘양극화 장사꾼들’의 맹렬한 활동이 이들의 정치적 발언을 억누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밖에도 ‘파킨슨의 법칙’, ‘인지 부조화 이론’, ‘넛지’ 등 우리의 감정을 움직이는 다양한 기제에 관한 이론들을 소개한다. 지은이는 감정에 따라 움직이는 것 자체를 부정하거나 배척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큰일을 이룰 수 있는 동기와 정열은 감정의 몫”이라며 감정을 이성의 적이 아니라 동료로서 바라봐야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성보다는 감정에 쏠리고 감정에 지배당하는 ‘감정 독재’에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지은이는 ‘타협하는 법’을 내세운다. “감정과 이성이 완전히 분리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감정이 나쁘기만 한 것도 아니다. 타협이 가능한 것들을 긍정적으로 살려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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