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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소비사회 부추기는 욕망과 광고

등록 2014-01-19 20:13

욕망의 코카콜라
김덕호 지음
지호·2만2000원
코카콜라는 미국 대중문화와 현대 자본주의의 대표선수로, 그 상징적인 존재감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북한에서 코카콜라가 팔린다’는 이야기가 뉴스가 되어 회자될 정도. 그런데 이 제품의 본질을 들여다보면, “기껏해야 설탕과 물로 이뤄진 탄산음료”다. 이 대단치도 않은 설탕물은 도대체 어떻게 해서 지난 13년 내내 세계 이름난 브랜드 가운데 부동의 1위(인터브랜드 조사)를 차지할 만큼 자본주의 사회의 대표 상징물이 될 수 있었을까?

미국사 연구자인 김덕호씨가 코카콜라의 탄생과 발전의 역사를 폭넓게 다룬 저작 <욕망의 코카콜라>를 펴냈다. 코카콜라 분석은 기존에도 많았지만, 국내 연구자가 단행본 규모로 파고든 것은 흔치 않은 사례다. 이 책의 주된 열쇳말은 ‘소비사회’라 할 수 있으며, 지은이는 소비사회의 동력으로서 ‘욕망’과 욕망을 부르는 도구인 ‘광고’의 구실을 눈여겨본다.

코카콜라는 1886년 미국 애틀랜타에서 태어났다. 당시 미국 사회에서는 두통이나 위장병, 피로회복 등 다양한 효과를 내세우는 ‘매약’이 많이 팔렸는데, 매약 사업가였던 존 펨버튼은 코카 잎과 콜라 열매에서 추출한 성분을 섞어서 ‘프렌치 와인 코카’라는 매약을 만들었다. 그런데 그 지역에서 금주법이 시행된다고 하자 펨버튼은 그 매약에서 알코올 성분을 빼고 설탕을 첨가한 음료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바로 코카콜라다. 매약의 자매품으로 출발한 코카콜라는 당시 미국 사회에서 19세기 초부터 도시를 중심으로 날로 확산돼온 탄산음료 매장에 진출하면서 큰 성공을 거뒀다. 20세기 초 들어서는 병에 담겨 각종 도소매 상점에 진출하며 코카콜라는 그야말로 미국인이 누구나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보편적인 탄산음료로 자리매김한다.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는 ‘미국적 가치’를 담은 미국인의 국민 음료로 상징적인 위치를 획득했고, 그 뒤엔 미국 중심의 세계 체제가 발전하는 가운데 세계화의 첨병이 되어 전세계로 그 영역을 확장했다.

코카콜라의 발전상을 통해 알 수 있는 오늘날 자본주의의 중요한 속성은 ‘소비사회’다. 오늘날의 자본주의는 대중들이 대량소비를 하는 데 기대어 움직이는 체제다. 곧 “소비자들에게 욕망을 부추김으로써 욕망의 확대 재생산을 무한히 증폭시켜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19세기 초 미국 탄산음료 매장은 특권계층이 아닌 ‘보통 사람들’이 마치 특권계층처럼 자신의 욕망을 발산하는 무대였고, 코카콜라는 이런 보통 사람들의 욕망에 기대어 자기 정체성을 확립했다. 광고는 이런 욕망을 부추기는 데 핵심 구실을 했고, 코카콜라는 광고를 하는 데 돈을 아끼지 않았다.

문제는 이런 소비사회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지은이는 “우리가 소비자로서의 욕망을 스스로 자제할 수 없다면 지구상의 유한한 자원은 멀지 않아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며 ‘소비로부터의 자유’가 더 절실하다고 짚는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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