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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상처의 기억을 치유하는 우리네 ‘뒤뜰’

등록 2014-03-30 19:46

그림 사계절 제공
그림 사계절 제공
뒤뜰에 골칫거리가 산다
황선미 지음
사계절·1만2800원

아버지를 잃고 난 2000년 작가는 <마당을 나온 암탉>을 발표했다. 책 속의 아버지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가족을 지키는 지주와 같은 모습으로 형상화됐다. 첫 작품 <내 푸른 자전거>에서 아버지는 삶에 지친 모습이었다. “이번에는 아버지를 멋지게 기억해내고 싶었나 보다”고 25일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황선미(51) 작가는 말했다.

<뒤뜰에 골칫거리가 산다>의 주인공, 사회적으로 성공해 어린 시절 자신에게 아픔을 준 집을 사서 말년에 그곳으로 돌아온 ‘강 노인’은 그렇게 탄생했다. 2010년에 70장 정도 쓰고는 묵혀두던 원고를 지난해 오스트리아 빈에서 넉 달 동안 머물며 다시 꺼내 완성했다고 한다. 산책길에서 본 빈 의자가 암 투병을 하는 동안 아버지가 앉아 있곤 하던 낡은 의자를 떠오르게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어린시절 아픔을 주었던 집에
말년에 돌아와 사는 강노인
함께 사는 뒤뜰의 꿈 풀어놔

어린 시절에 자신과 동갑내기인 ‘송이 아가씨’를 모시던 아버지, 정원 한켠의 창고 같은 집에서 살았던 아버지, 송이의 생일날 나무에 그네를 설치하다가 떨어져 죽어버린 아버지…. 강 노인은 돈을 벌어 송이 집을 사들였고 뇌종양에 걸려서야 그곳, 버찌마을로 돌아왔다. 넓은 집의 울타리를 단단히 조여가며, 머리 뒤쪽에 난 종양을 견제하며 그는 홀로 그 집에 살기 시작한다.

‘뒤뜰’은 골칫거리다. 산동네의 한 자락을 다 차지하는 넓은 땅을 사들였건만 관리인에게만 관리를 맡긴 사이 동네 사람들은 울타리에 쪽문을 내어 죄다 드나들고 있었다. 조무래기들이 공놀이를 하질 않나,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텃밭까지 일구질 않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머리의 종양 ‘덩어리씨’에게만 좋은 일이다. 강 노인의 자기 어릴 적같이 이기적이고 지기 싫어하는 상훈이, 맑은 눈의 유리, 아빠가 흑인인 피엘 등의 아이들을 뒤뜰에서 내쫓으려 동분서주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상처를 재발견하며 치유의 과정을 겪게 된다. 낡은 창고 안에서 ‘아버지의 의자’와 마주한다.

뒤뜰은 “시간의 뒤편에 남아 있는 개인적인 기억의 공간”이니, 결국 “인생을 충실히 살아가려면 자기 스스로 과거에 얽혀 있는 것을 풀어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작가는 ‘함께 사는 뒤뜰’의 꿈도 풀어놓았다. 개발 위기에 직면한 버찌마을. 높은 담을 세우기보다는 울타리를 열어젖혀 함께 공도 차고 꽃도 키워보자는 제안을 한다. 황선미 작가는 4월8일부터 영국에서 열리는 2014 런던 도서전의 ‘올해의 작가’로 선정됐다. 그는 자신에게 ‘깊이를 알 수 없는 우물’이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세계인의 관심 속에 그는 끊임없이 두레박줄을 내리고 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그림 사계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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