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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인류 탄생부터 오늘까지, 세계사를 한권에

등록 2014-08-24 19:43

세계의 역사
앤드루 마 지음, 강주헌 옮김
은행나무·2만9000원

세계의 역사를 책 한 권에 담겠다는 것은 그야말로 터무니없는 시도일지 모른다. 영국의 저널리스트이자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앤드루 마는 <세계의 역사>에서 이처럼 ‘터무니없는 시도’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그래도 세계의 역사를 쓰고 읽어야 하는 유일한 이유가 있다면, 세계의 역사를 모르는 것이 훨씬 더 멍청한 짓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지은이가 영국 <비비시>와 함께 제작했던 8부작 다큐멘터리의 내용을 엮은 것이다. 다큐멘터리는 국내에서도 올해 초 <한국방송>에서 방영한 바 있다.

텔레비전 다큐멘터리로 제작했던 내용을 뼈대로 삼기 때문에 책의 구성과 서술도 기존 역사책처럼 딱딱하지 않다. 현생 인류의 탄생에서부터 오늘날까지 역사를 훑으며, 지은이는 자신이 중요한 지점이라 꼽은 91개의 역사적 장면들을 제시하고 관련된 다양한 ‘팩트’들을 친절하게 설명해나간다. 그 중심에는 마르코 폴로, 콜럼버스, 클레오파트라, 히틀러 등 역사적으로 중요한 인물들이 있다. 지은이는 “역사는 변화를 다루는 것이므로, 가장 큰 변화를 이루어 낸 사람들에게 집중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하다”고 말한다. 물론 “모든 변화는 현장을 지킨 평범한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채 일어나는 법”이라며, 중요 인물들에게 미친 사회 구조적 환경을 충실하게 제시하는 것을 그 전제 조건으로 삼는다.

무엇보다 역사 속 갖가지 퍼즐들을 유연하게 끌어다가 비교하고 연결하는 역량이 돋보인다. 비잔틴 제국이 무슬림의 압박을 받고 있을 때 서아프리카에는 “유럽의 어떤 기독교 국가보다 강력했다”는 말리 제국을 다스리는 만사 무사 왕이 있었지만, 아프리카는 이후 유럽에 필적하는 강력한 문명으로 계속 발전하진 못했다. 지은이는 그 이유를 “기후와 광물과 운”이라고 짚는다. 가혹한 기후가 도시 기반 문명의 발전을 방해했을 뿐 아니라 황금과 상아, 노예무역에 눈독을 들인 무슬림과 기독교 모험가들의 표적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제임스 와트의 삶으로부터 영국에서 산업화가 일어난 배경을 서술하기도 하고, 톨스토이와 러시아 농노 해방 이야기 바로 뒤에 링컨과 미국의 남북전쟁을 이어서 설명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지은이는 인간이 이뤄낸 것들에 대해 낙관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 인구 증가는 인류의 남다른 과학기술적 지능이 이뤄낸 성과, 곧 물질적 삶의 향상을 보여주는 척도라고도 한다. 그러나 지은이는 한편으로 이런 성과가 환경문제 등 ‘성공의 실패’를 낳았으며 이에 제대로 대처하는 것이 지금 우리의 과제라고 말한다. 지은이는 특히 인간이 물질적 삶의 향상에 견줘 볼 때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지능을 향상시키는 데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세계의 역사를 책 한 권에 담는 터무니없는 시도를 해본 핵심적인 이유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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