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시바, 시베리아>
8월 25일 교양 잠깐독서
스파시바, 시베리아
이지상 지음
삼인·1만5000원 “새벽 세 시. 이 원고에 마침표를 찍으면 미리 쌓아둔 짐을 들고 나는 시베리아로 간다.” 가수 겸 작곡가인 이지상씨의 러시아 여행기. 지은이는 2010년 여름부터 해마다 시베리아로 떠났다. 스파시바, 얼핏 욕같이 들리지만 러시아말로 ‘고맙습니다’라는 뜻이다. 지은이는 우수리스크 시장에서 만두 파는 아주머니가 들려준 조금 센 억양의 ‘쓰파씨~바’를 처음 들었을 때, 그 순간의 카타르시스를 잊을 수 없다고 했다. 20여년 음악인으로 살아온 그는 한국 사회의 굴곡진 삶을 노래하며 낮고 아픈 사람들을 찾아다녔다. 우회로 없는 물웅덩이를 지나는 그의 삶을 지탱해준 표어는 “적당한 갈망, 지나친 낙관”이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은 이런 삶의 낙관을 지지해주었기에 그는 시베리아에 가장 먼저 ‘스파시바’를 바친다. “이름이야 뭔 상관이랴. 넋 놓고 다니면 그만이지.” 사진 설명에 버젓이 ‘낙관’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이르쿠츠크의 자작나무 숲에서 그는 시베리아 동토에서 스러져간 항일 투사들의 이름을 하나씩 호명하고, ‘왜 우리의 역사는 같은 민족을 지키지도 못하고 이리도 추운 곳에서 고독하게 살게 하는가’ 진지하게 되묻는다. 우수리스크에 이르러서는 강제이주 당한 고려인들에게 “살아주셔서 감사”하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이지상 지음
삼인·1만5000원 “새벽 세 시. 이 원고에 마침표를 찍으면 미리 쌓아둔 짐을 들고 나는 시베리아로 간다.” 가수 겸 작곡가인 이지상씨의 러시아 여행기. 지은이는 2010년 여름부터 해마다 시베리아로 떠났다. 스파시바, 얼핏 욕같이 들리지만 러시아말로 ‘고맙습니다’라는 뜻이다. 지은이는 우수리스크 시장에서 만두 파는 아주머니가 들려준 조금 센 억양의 ‘쓰파씨~바’를 처음 들었을 때, 그 순간의 카타르시스를 잊을 수 없다고 했다. 20여년 음악인으로 살아온 그는 한국 사회의 굴곡진 삶을 노래하며 낮고 아픈 사람들을 찾아다녔다. 우회로 없는 물웅덩이를 지나는 그의 삶을 지탱해준 표어는 “적당한 갈망, 지나친 낙관”이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은 이런 삶의 낙관을 지지해주었기에 그는 시베리아에 가장 먼저 ‘스파시바’를 바친다. “이름이야 뭔 상관이랴. 넋 놓고 다니면 그만이지.” 사진 설명에 버젓이 ‘낙관’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이르쿠츠크의 자작나무 숲에서 그는 시베리아 동토에서 스러져간 항일 투사들의 이름을 하나씩 호명하고, ‘왜 우리의 역사는 같은 민족을 지키지도 못하고 이리도 추운 곳에서 고독하게 살게 하는가’ 진지하게 되묻는다. 우수리스크에 이르러서는 강제이주 당한 고려인들에게 “살아주셔서 감사”하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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