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가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현대사 물줄기를 바꾼 시민운동
내부의 성찰과 외부의 조언 담아
내부의 성찰과 외부의 조언 담아
참여연대 기획, 조대엽·박영선 엮음
이매진·2만5000원
참여연대 기획, 김균 엮음
후마니타스·2만원
차병직 지음
창비·1만5000원
한국 시민운동의 최전선에 서 있는 참여연대가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고장 난 나라의 감시자”를 자처하며 달려온 20년 세월은, 실로 파란만장했다. 그 파란만장한 세월의 기록을 담은 세 권의 책이 최근 앞서거니 뒤서거니 출간되었다. <감시자를 감시한다>는 지난 20년간 참여연대가 제구실을 해왔는지 안팎의 시각에서 비평적으로 조명한 책이다. 박영선 참여사회연구소 연구실장은 ‘참여연대 내부의사결정 구조와 운영 과정 평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조직의 양적 성장에 걸맞게 과연 조직 내적으로 질적인 변화가 동반됐는가”를 묻는다. 회원의 의사 결정 참여와 임원 선출 과정의 민주성 등은 참여연대의 지속적인 관심이지만, 향후 더욱 강화해야 할 숙제라고 박 실장은 말한다. 한편 조대엽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참여연대가 “참여민주주의 이후의 민주주의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0년 전 참여연대의 출범이 “1987년 멈춘 민주주의를 진전시키고자 하는 1994년의 대한민국이 드러낸 강렬한 욕구의 효과”였다면 참여연대의 미래는 세월호 사태로 상징되는 암울한 현실을 이겨낼 “새로운 질서를 개척하라는 준엄한 시대의 명령”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참여연대는 시민이 주인 되는 생활민주주의와 생활공공성운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조 교수는 강조한다. <감시자를 감시한다>가 참여연대 내외부의 시각을 반영했다면 <반성된 미래>는 참여연대 내부의 시각, 즉 “참여연대에 직접 참여하거나 참여연대의 입장과 활동에 기본적으로 동조하는 전문가 집단”의 생각과 뜻을 모은 책이다. 지난 20년 줄기차게 달려왔지만 여전히 한국 사회는 “장기보다는 단기, 전체보다는 부분, 깊이보다는 넓이에 갇힌 사회”가 되었다. 함께 글을 쓴 지은이들은 이에 대한 문제 제기와 새로운 가치들을 제시하며 사회적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인 이국운 한동대 교수는 ‘법과 정의의 단절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는 글에서 참여연대가 시민의 사법 참여의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민 사법 참여는 “민주적 정당성을 보완”하고 “사법 과정에서 법률가와 시민 대표(배심)의 분업과 협업을 강화”시킨다. “법률 판단과 재판 진행을 법률가가 담당하고 유무죄의 사실 판단을 배심에게 맡기는” 분업과 “판사의 주재 아래 검찰과 변호인이 치열하게 공격과 방어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배심에게 판단하도록 하는” 협업은 “민주적 정당성을 갖지 못한 재판관의 외로운 결단보다 더욱 합리적”이라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사법정의가 땅에 떨어진 오늘 우리 시대에 시의적절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사건으로 보는 시민운동사>는 참여연대가 시민운동을 펼치는 동안 관여했던 굵직한 일들을 몇몇 사건을 통해 재평가한 책이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 협동사무처장, 집행위원장, 정책자문위원장 등을 지낸 차병직 변호사는 의정부 법조비리 사건, 소액주주운동, 낙천·낙선운동, 1인시위, 서울광장 조례개정운동 등 오늘의 참여연대를 있게 한 역사의 현장으로 안내한다. 1997년 제일은행이 한보철강에 불법 특혜대출을 해준 사건이 발단이 된 소액주주운동은 이후 개미군단의 각성을 가져왔고, 오늘날 경제민주화 논의의 든든한 뒷배가 되었다. 기업이 사외이사를 임명하는 등 적잖은 성과가 있었다. 크게 보면 재벌개혁의 작은 발판은 마련한 셈이다. 소액주주운동을 주도한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회를 재계 일각에서는 “한국 경제를 망치는 존재”라고 비판하지만, 외국 언론 등에서는 “한국 자본주의의 혁명”을 일으킨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낙천·낙선운동의 막전막후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어 세비가 아까운 국회의원들이 많은 요즘, 이 책이 더 유용해 보인다. 한국 시민운동의 새로운 장을 연, 일명 “몸뚱아리 하나로 만든 깃발”이라 불리는 1인시위에 대한 자세한 소개도 반갑다. 참여연대 20년을 기해 세 권의 책이 나온 것만으로도 의미가 남다르다. 한국 사회의 민주적 발전을 믿는 참여연대인 만큼 스스로에 대한 비판과 조언을 달게 듣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몇 권의 책으로 20년의 공과를 묻고 갈 것이 아니라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 할 과제가 남은 것이다. 부디 우리 사회의 민주적 질서가 보편타당한 방식으로 돌아갈 때까지 참여연대가 지속가능한 삶과 실천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글 장동석 출판평론가,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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