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9일 출판 잠깐독서
마고 걸스 지음
북앳북스·1만4000원 걸스카우트였다. 시작은 갈색 제복 때문이었다. 숲 속에선 예쁜 낙엽과 돌들을 주워 모았다. 캠프파이어 불티가 밤하늘을 타고 오르면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웃도어 열풍이 분 지 오래, 두 집 걸러 한 집은 텐트가 있는 시대를 살고 있는 듯하다. 한강만 나가도 고가 장비가 수두룩하다. 귀찮은 이를 위해선 화려한 글램핑도 있다. 하지만 <걸스캠핑>이 보여주는 캠핑은 조금 다르다. 여기서 캠프는 놀이이자, 자기 표현의 수단이다. ‘돈 없으면 캠핑도 못하는 건가?’ 그저 자연 속에서 놀고 싶었던 용감한 20~30대 여성들은 고가의 장비 대신 살림살이를 들고 나섰다. 침낭 대신 이불을 사용하고, 초경량 식기 대신 천원숍 나무 식기나 플라스틱 식기를 들었다. 차가 없어서 멀리 떠날 수 없다면 집 근처 공원이나 옥상에서 캠핑을 즐긴다. 어떤 장비로 캠핑을 즐기냐가 아니라, 친구들과 얼마나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캠핑 페스티벌 안내, 피크닉 바스켓 만드는 법까지 알려주는 이 캠핑책을 보며 “이게 장난이지 캠핑이냐!”고 황당해할 수도 있겠고, “귀찮게 이게 뭐하는 짓인가” 턱을 떨굴 수도 있겠지만, 어떤가? 옥탑에 인조잔디를 깔고 라면을 끓여 먹더라도, 당신과 함께하는 그 밤 추억은 남은 평생 아름답게 빛날 것인데.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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