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6일 교양 잠깐독서
신형철 지음
마음산책·1만3000원 문학평론으로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신형철은 이름만으로 독자를 안심시키는 몇 안 되는 저자다. 이 책은 그가 <씨네21> 연재글을 비롯해, 영화에 대해 썼던 27편의 글을 묶은 것이다. 영화평론가가 아니었기에, 영화를 하나의 ‘메타 서사’로 간주하고 끊임없이 보는 수밖에 없었다던 그가 내놓은 글은 여전히 ‘엄격한 사색’ 속에서도 부쩍 달콤하다. “우리는 이렇게 자신의 결여를 깨달을 때의 그 절박함으로 누군가를 부른다. 이 세상에서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향해 할 수 있는 가장 간절한 말, ‘나도 너를 사랑해’라는 말의 속뜻은 바로 이것이다. ‘나는 결여다.’”(<러스트 앤 본>) “말하고자 하는 바의 본질에 가장 가까이 접근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다른 문장으로 대체될 수 없는 문장”을 논하며, “정확하게 사랑받고 싶었어.”(장승리 <말>)라는 시구절 속의 고통을 보는 사람. 삶이란 “우리 자신이 주인공인 이야기를 읽고 해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한 비평가”라고 생각하며, ‘영화보기의 무력한 쾌감’을 말하는 그가, “그녀를 정확히 사랑하는 일로 남은 생이 살아질 것이다”라고 피동형 문장으로 고백할 때. 영화감독 박찬욱의 헌사는 정확하다. “이렇게 우아한 도식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어디 있겠나.”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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