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시인동인 ‘일과시’
각자 생업 때문에 전국에 흩어져 사는 ‘일과시’ 동인 10명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이한주, 손상렬, 조태진, 송경동, 김명환, 김해화, 서정홍, 김용만, 문동만, 김해자 시인.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9년만에 결집 ‘못난 시인’ 발표
“내 삶에서 길어올린 시라 친근” “아름다운 적 없었으니/ 아름다운 세상에 쓸모없이 짧은 토막/ 짧게 쓰겠어// 날 선/칼/ 한 자루”(김해화 <철근살이> 부분) 1981년부터 노동을 시작했고 1984년 실천문학사의 14인 신인작품집 <시여 무기여>로 등단한 뒤 <인부수첩> <우리들의 사랑가> 등 시집 네권을 펴낸 김해화 시인. 그 역시 환갑을 세해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전남 영암 삼호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철근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지금 하는 일이 12월이면 끝나는데 그 다음엔 어디로 갈지 막막하지만, 세상이 뭐라 하든 철근만 바라보고 살 수 있겠다는 자신감은 있다”고 했다. “한 살이 모자랐다/ 키로 나이를 먹는 거라면/ 까치발만 해도 거뜬할 텐데/ 서른이 안 됐다고/ 난 일과시 창립 동인이 되지 못했다/ 저들은 나이로 시를 쓰는가/ 일과시 재수를 하면서/ 결혼을 하고/ 철도노동자가 되어/ 스물아홉 시인의 투쟁보다/ 서른 노동자의 잔업이 아름답다고/ 철길 곳곳에 시를 뿌리고 다녔다”(이한주 <일과시> 부분) 1965년생으로 제2집 <아득한 밥의 쓰라림>(1995년)부터 동참한 이한주 시인은 이 동인에서는 ‘어린’ 축에 속한다. 50년대생이 넷이고 1969년생 ‘막내’ 문동만 시인까지 60년대생 여섯으로 이루어진 이 늙다리 동인에게 노동시의 유효성과 지속성 여부가 가장 큰 고민이 되는 까닭이다. 1989년 <노동해방문학> 창간호로 등단했으며 선원, 공사판 잡부, 플랜트 배관 조공, 프레스공 등을 거쳐 지금은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조태진 시인은 “시보다 일을 앞세운 동인 이름에서 보듯 그제나 이제나 문학보다는 사는 게 먼저”라고 했다. 반면 국내 굴지 엘리베이터 회사의 정비공인 문동만 시인은 “노동문학이라는 틀이 오히려 동인을 고립시킬 수 있다. 주장만 높일 게 아니라 문학적 보편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싱사 출신 홍일점 김해자 시인이 두사람의 말을 받았다. “요즘 시가 너무 어렵고 자폐적이라는 느낌을 주는데,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은 읽는 이들로 하여금 ‘나도 내 삶에서 길어올린 시를 쓸 수 있겠다’는 친근감과 자신감을 줄 수 있을 거예요.”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동인은 아니지만 역시 노동과 시 쓰기를 병행하는 최종천·임성용 시인과 2년 전부터 공장 노동자 생활을 다시 시작한 소설가 이인휘 그리고 김남일·박철·정우영 등 노동문학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되는 동료 문인들이 늦게까지 자리를 함께하며 ‘일과시’ 동인의 9년 만의 결집을 축하했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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